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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카, 기술에 ‘이야기’를 입혀라

2015.01.08

올해는 ‘소비자 가전쇼’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CES에서 자동차 회사들이 새로운 기술을 내놓고 있다. 아우디는 A7으로 샌프란시스코부터 라스베가스까지 차량이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BMW는 스마트워치로 명령을 내리면 센서와 카메라를 이용해 스스로 빈 자리를 찾아 주차하는 자동주차 기술을 시연했다. 뜯어보면 전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기존 기술들을 발전시키고 여러 기술을 접목했다. 스마트카와 사물인터넷 업계가 눈여겨 봐야 할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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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운전, 처음 나온 건 아닌데

자동운전은 이번에 처음 나온 기술이 아니다. 구글은 2012년부터 무인차량을 운행해 왔다. 구글은 여러가지 차량으로 실험을 확대하고 있다. 초반에 수십개의 인텔 제온 프로세서가 들어갔던 것도 최근에는 7~8개 정도로 줄어들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 무인자동차는 이미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주행 안정성 테스트를 마친 바 있다.

지난해 CES에서 BMW는 비가 와서 바닥이 젖은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 차량을 시연했다. 차량 스스로 도로를 판단하고, 그에 따른 대처도 할 수 있다는 것이 BMW가 시연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였다.

쉽게 볼 수 있는 자동운전 기술은 자동주차다. 차량 앞 뒤에 달린 거리감지 센서가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이를 바탕으로 자동차는 스스로 움직여서 주차한다. 이 기술은 수평주차에서 수직주차로 발전했다. 자동차 회사들은 자동주차 기술을 거꾸로 이용해 좁은 공간을 빠져 나가는 기능도 더했다. 폭스바겐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가 이 기술을 차에 쓰고 있다.

audi_autopilot

자동차 회사들은 고급 차량에 일정 거리를 두고 앞차를 따라가는 액티브 크루즈 콘트롤이나 앞에 장애물이 나타나면 차를 세우는 충돌감지 시스템도 넣는다. 자동주차처럼 앞차의 거리를 읽고, 충돌 위험을 예측한다. 자동주차와 비슷한 센서를 쓰지만 이 기술의 확장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번 CES에서 BMW는 충돌방지 시스템을 내놓았다. BMW는 거리 측정 센서를 레이저 센서로 바꿨다. 새 센서는 더 멀리 있는 사물을 세밀하게 내다볼 수 있다. 대신 값이 비싸다. CES 현지에서는 기자들이 일부러 차량으로 여기저기 부딪쳐보려 했지만 안됐다는 소식들을 전했다.

증강현실도 차량에 더해진다. 최근 팅크웨어가 내놓은 아이나비 X1 내비게이션은 도로를 블랙박스 카메라로 찍는다. 그리고 그 위에 증강현실로 길 안내를 입힌다. 도로 위에는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정형화된 표지판들이 많다. 예를 들면 방향을 안내하는 표지판은 파란색이다. 제한속도는 빨간 동그라미에 표시된다. 소프트웨어에 따라 신호등의 모양과 색깔도 읽어낼 수 있다. 아이나비는 이를 읽어서 길을 안내해준다. 아우디도 이 증강현실 기술이 접목돼 도로 정보를 안내하는 기술을 차량에 넣었다.

새 기술보다 합당한 시나리오가 필요

차량과 관련된 기술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상용화된 것도 많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기술들을 차량에 넣어서 쓸만한 상황을 만들어낼 것인지의 숙제가 남아 있다. 센서는 더 많아졌고, 컴퓨터는 더 좋아졌다.

이번 CES에서 소개된 BMW의 자동 주차나 아우디의 자동 주행도 결국 따져보면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그 동안 나온 차량 자동 제어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고 상황에 접목한 새 시나리오다. BMW가 발표한 자동주차 시스템을 보자.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시계로 차량에게 주차하라고 명령한다. 차량은 차선과 방향 표시선을 읽고, 주차장 곳곳에 자리잡은 실내 위치 센서에 기대 주차할 만한 곳을 찾는다. 자동차는 주차 공간을 찾으면 그 곳에 차를 넣고 시동을 끈다. 사람이 대신 주차를 해주는 발렛 주차와 똑같은 과정이다. 차량이 발렛 주차를 대신한다.

BMW_Remote_Valet_Parking

하지만 세상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잘 쓰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자동화하고 싶어하진 않는다. 앞에서 이야기한 자동 주차가 한 예다. 차량에 이 기능이 있는데도 잘 쓰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기계보다 내가 하는 것이 낫다”는 말을 많이 한다. 자동주차는 꽤 빠르고 정확하지만 간혹 사고도 일어난다. 운전자들은 기능이 있지만 기계를 잘 믿지 않는다. 자동 주차 기술은 나왔을 때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있긴 하다. 자동차 회사들은 어려운 주차를 완전히 차량에게 맡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자동주차 기술을 만들었지만 운전자들은 자동주차 기능을 가끔 필요할 때 쓰는 주차 보조 도구 정도로만 쓴다.

BMW는 자동 주차 기능에 고성능 센서를 달고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을 붙여서 주차장에서 주차 공간을 찾아주는 기능을 만들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기보다는 차량을 자동으로 움직이게 하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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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발표한 드라이브CX다. 테그라X1 프로세서를 이용해 자동차에 자율 운전 관련 플랫폼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쉽게 개발할 수 있다.

아우디가 발표한 자율 주행은 자동 운전과 위치 파악, 목적지 경로 탐색이 합쳐진 기술이다. 목적지까지 운전자 없이 이동하는 위해 많은 센서와 컴퓨팅 성능이 필요하다. 신기하지만 차 값은 비싸질 것이다.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하기 이르지만 아직까지는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여 목적지를 찾아준다는 것만으로 관심을 끄는 이야기다 된다. 이 기술이 무르익으려면 운전자들 사이에서 자동차가 사람 대신 운전을 한다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따라야 한다.

넓게 보면 사물인터넷이 막연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결국 ‘연결’ 그 자체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연결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사물인터넷이 나온 이유는 각 기기들을 인터넷으로 연결해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내도록 하고 제품의 값어치를 높이는 데에 있다. 소비자가 돈을 더 써서라도 인터넷에 연결되는 소비재를 사고 싶어하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는 연결된다는 그 자체에는 잠깐의 흥미만 느낄 뿐이다. 자동차 업계는 이번 CES를 통해 정답까지는 아니더라도 방향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감을 잡은 것 같다. 업계는 새로운 ‘기술’보다 새로운 ‘이야기’를 그려낼 고민이 필요하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