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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아이나비 X1’

2015.01.11

아이나비가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발표했다. 아이나비는 증강현실 화면을 보여주기 위해 내비게이션 기기에 전용 카메라를 연결했다. 아이나비는 전용 카메라를 통해 받아들인 전방 화면 정보에 도로 상황과 길 안내를 입혔다.

증강현실은 카메라와 GPS, 방향센서 등이 하나에 결합된 스마트폰이 처음 대중화됐을 때 가장 재미있는 놀잇거리 중 하나로 꼽혔다. 한떄 증강현실이 스마트폰 업계에 매우 중요한 서비스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지만, 지금 보면 게임 정도를 빼고 산업에 직접적으로 접목된 사례는 별로 없다.

증강현실을 두고 많이 기대했던 부분은 바로 자동차 영역이었다. 앞유리창을 디스플레이로 쓰면 운전을 하면서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의 정보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차량용 증강현실은 기술이나 안전이 걸림돌이 되면서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업계는 딱히 눈에 띌 만한 사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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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는 낯설지만 동승자는 흥미로워

내비게이션이 증강현실을 도입한 게 아이나비가 처음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김기사’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에 먼저 도입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차량에 거치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1인칭 시점의 내비게이션은 아직 낯설다.

‘아이나비 X1’도 기본적인 기능은 김기사에 있던 증강현실 내비게이션과 비슷하다. 도로 영상에 정보를 입히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비슷해보일 수밖에 없다. 차별점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얼마나 정확하게 표시할 것이냐에 있다. 하드웨어 면에서 일반 내비게이션과 가장 큰 차이점은 전용 카메라가 따로 달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카메라 방향이 틀어지는 변수가 적다. 앞유리에 거치한 스마트폰이 시야를 가리는 일도 없다. 또한 차량의 실시간 데이터를 읽어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반영한다. 연비나 냉각수 온도, 엔진 출력 등 차량 상태도 한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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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 단속 카메라 옆에는 보통 속도제한 표지판이 붙는다. 이를 증강현실로 더 돋보이게 보여준다.

아이나비 X1은 증강현실을 통해 길에 여러가지 요소를 입혔다. 길 안내보다도 운전과 관련된 도로의 정보를 보기에 수월하다. 예를 들어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날 때는 바닥을 노란색으로 칠하고 바닥에 써 있지 않은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글자를 화면에 띄운다. 과속하면 경로를 빨간색으로 표시해 경고한다. 급커브 주의 구간을 지날 때는 길 바깥쪽에 실제로는 없는 안전 표지판을 세운다. 물론 목소리로도 안내해주지만 화면을 흘깃 보는 것만으로 도로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자동차가 향하는 방향에 따라 지도를 실시간으로 돌려주는 것도 착시를 줄여주었다.

길 안내는 직관적으로 표시해준다. 차선을 바꿔야 하면 큼직한 화살표를 깜빡인다. 갈림길에서는 화살표 경로 외에도 가면 안되는 길에는 아예 벽을 쳐준다. 운전하면서 내비게이션 화면을 많이 볼 수는 없지만 표현이 아주 강렬하기 때문에 많이 볼 필요도 별로 없긴 하다. 화면에 더 많은 정보를 만들어주되 그 화면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증강현실과 내비게이션이 결합하는 데 혼란스러운 점이기도 하다. 반응 속도나 정확도는 좋은데, 1인치 시점의 내비게이션이 낯설다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머릿속으로는 실제 눈으로 보이는 길 기반으로 방향을 알려주는 게 편할 것 같지만 조금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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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의 ‘어린이 보호구역’은 도로에 쓰여진 글자가 아니라 증강현실로 입힌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나비 X1의 증강현실은 도로의 실제 영상 이미지 위에 여러 정보를 입히기 때문에 화면을 계속 보고 있는 것이 꽤 재미있다. 운전자보다 옆자리에 앉아서 내비게이션 화면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증강현실에 사물인식을 더해

아이나비 X1이 달린 차량을 오래 타볼 수는 없었기에 증강현실 방식의 길안내와 기존 이미지 지도 기반의 내비게이션을 단정지어 비교 평가하기는 어려웠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는 참 좋을 것 같지만 내비게이션 사용 습관을 완전히 바꾸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이기도 했다. 실시간성, 정확도, 정보의 양 같은 부분은 아직 보완이 필요하긴 하지만 실제 상용화할 만큼의 가치는 있다. 2차원, 3차원 지도처럼 1인칭 시점의 증강현실 역시 길안내의 한 가지 방법으로 자리잡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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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차를 인지하고 있다가 움직이면 경고로 알려준다. 비슷한 방법으로 신호등 색깔이 바뀐 것도 알려준다.

아이나비 X1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카메라를 통한 사물인식이다. 도로는 비교적 정형화된 정보들이 많다. 신호등, 표지판 등은 나라별로 다르긴 하지만 한번 정하면 전국 어디서나 똑같다. 아이나비 X1은 미리 위치정보가 입력된 증강현실 외에 카메라와 소프트웨어가 사물을 분간해 지리 정보에 섞어준다. 이게 기존 증강현실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현재 아이나비 카메라가 읽을 수 있는 사물은 앞차와 차선, 신호등이 있다. 아이나비 X1은 교차로에 서 있다가 앞차가 출발했는데도 운전자가 차량을 움직이지 않으면 경고 메시지를 준다.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는 것도 알아챈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차선을 넘어가는 것도 읽어서 경고한다. 차선을 벗어나는 상황을 졸음운전으로 보는 것이다.

사물인식 시스템에 아직 더해질 만한 사물들은 많이 있다. 도로위의 사람을 인식하거나 사고가 날 것 같은 주변 상황, 졸음운전 등 카메라를 활용한 상황 판단 시나리오가 더해질 수 있다. 아직은 신호등의 좌회전 신호를 구분해내지 못하긴 하지만 팅크웨어는 계속해서 정밀도를 높이겠다고 한다.

내비게이션과 증강현실의 접목이 대세가 될 수 있을까? 당장 흐름이 바뀌진 않을 것 같다. 증강현실은 아직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동시에 당장 관심을 얻기에 아주 솔깃한 요소이기도 하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데도 내비게이션 한번 바꿔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롭다. 가능성을 떠나 호기심을 끌 수 있을 때 확실한 상품성을 보여주어야 하는 게 아이나비 X1의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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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