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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불거진 ‘세계 최초 3밴드 LTE’ 논란

2015.01.12

지난 주말, SK텔레콤의 3밴드 LTE 세계 최초 상용화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SK텔레콤은 1월11일 오전 세계통신장비사업자연합회(GSA)의 리포트에 SK텔레콤의 3밴드 LTE 상용화가 등록됐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곧바로 KT가 SK텔레콤의 3밴드 LTE 세계 최초 상용화는 말이 안된다고 반박하는 자료를 냈다. 이어 LG유플러스도 비슷한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주된 내용은 지난 12월 말 벌어졌던 3밴드 LTE 최초 상용화 논란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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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서울 주요 지역과 지하철에 3밴드 LTE망을 구축했고, 이를 쓸 수 있는 단말기 판매도 시작했다고 밝히면서 ‘세계 최초로 3밴드 LTE 서비스 상용화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미 세 통신사 모두 3밴드 LTE 망은 구축해 둔 상태였다. SK텔레콤이 단말기를 먼저 팔면서 세계 최초라고 붙인 것이다.

사실은 삼성전자가 첫 3밴드 단말기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 S-LTE’의 체험단용 제품을 SK텔레콤과 KT에 각각 100대씩 나누어줬다. SK텔레콤은 내부적으로 선정한 체험단에게 이 100대의 단말기를 판매했다. 출고가와 보조금도 공시했다. 반면 KT는 이 제품을 시연과 내부 테스트용으로 썼다. 같은 조건으로 받은 단말기를 다르게 활용한 KT는 SK텔레콤에 공식적으로 항의했다. SK텔레콤이 판매했다는 제품은 정식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3밴드 LTE의 상용화가 아니라는 것이 KT 주장이다. SK텔레콤은 ‘망이 구축됐고, 제품과 서비스를 유상으로 제공했으니 상용화’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에는 단순한 논쟁으로 끝나는 듯하더니 11일, 이 ‘세계 최초 상용화’ 표현이 다시 논란이 됐다. SK텔레콤은 세계통신장비사업자연합회(GSA)가 SK텔레콤이 3밴드 LTE를 처음으로 상용화했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발간했다고 밝히면서 세계 최초 상용화에 대한 공신력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GSA는 에릭슨, 노키아, 퀄컴, 화웨이 등 통신 장비업체들이 단말기와 네트워크 표준을 논의하는 단체다. 이들이 SK텔레콤의 첫 상용화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역시 KT가 다시 반박하고 나섰다. KT는 ①SK텔레콤이 제공한 단말기는 제조사 검수가 완료되지 않았고, ② 삼성전자가 SK텔레콤, KT에 각각 제공한 단말 100대는 ‘체험단용’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③ 삼성전자가 출시전 고객 체험 단말기로 운영하는 단말기로 공식 출시 후에는 제품을 전량 회수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④해당 단말기에 ‘공식 출고가’가 설정되어 있지 않고, ⑤상용화했다는 ‘갤럭시노트4 S-LTE’ 단말기를 일반 고객이 살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상용화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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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시연 제품은 체험단용’이라고 밝히면서 공개한 ‘갤럭시노트4 S-LTE’ 이미지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 LTE 표준을 정하는 3GPP(3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를 통해 국제 표준화를 마쳤고 품질검증 표준화 국제기구인 ‘GCF(Global Certification Forum)’를 통한 품질 표준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실제 고객 판매용이 아닌 기기로 상용화를 논한다면 이미 2014년 6월에 LG유플러스가 세계 최초 상용화를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KT는 잔뜩 화가 난 모양이다. KT는 결국 ‘세계 최초’의 타당성을 법에 묻기로 했다. SK텔레콤은 11일부터 방송을 통해 세계 최초 3밴드 LTE 상용화를 알리는 광고를 시작했는데, KT는 이 광고가 왜곡 및 부당 광고라며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텔레콤의 광고에 대해 표시·광고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국내 통신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경쟁이 매우 심한 편이다. 한국은 땅이 넓지 않으니 투자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요도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대개 차세대 서비스가 시작되면 통신 3사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거의 동시에 문을 연다. LTE야 통신사마다 시작한 시점에 약간씩 차이가 있었지만, 그 뒤에 이어진 멀티캐리어나 캐리어어그리게이션, VoLTE 등은 모두 통신사들의 망은 비슷하게 준비됐다. 다만 누가 먼저 각 기능을 쓸 수 있는 단말기를 파느냐가 순서를 갈랐다. 그렇게 국내 이통사의 세계 최초는 스스로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과 퀄컴에 달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최초 논란 역시 단말기를 누가 먼저 파느냐에서 시작됐다. 통신 3사의 망은 이미 지난해 3밴드 LTE에 대한 준비가 모두 끝났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4 S-LTE를 언제 시장에 푸느냐의 문제만 남았을 뿐이다. 그래서 누가 먼저 상용화하느냐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논란은 이해가 된다. 이번에 SK텔레콤이 팔기 시작한 제품은 분명히 판매용은 아니라 시연용이었다. 하지만 시연용 제품과 실제 판매될 제품은 거의 다르지 않다. 따져보면 SK텔레콤의 “돈 받고 팔았으니 상용화”라는 말이 틀렸다고 단정지을 수도 말할 수도 없다. 유료 베타테스트인 셈인데 이것도 서비스 시작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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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장에서 구입할 수 없는 상용화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무리하게 ‘또 다시 세계 최초’라는 말이 하고 싶었던 SK텔레콤의 조급함은 논란을 일으켰고, 이에 발끈한 KT는 사건을 키웠다. 하지만 그 세계 최초가 통신에 대한 ‘기술력’이 아니라 단말기 제조사에 빨리 단말기를 받아서 파는 ‘영업력’ 싸움에 달렸다는 건 통신사로서도 자존심 상하는 일 아닐까. 새 기술만 나오면 세계 최초 논란이 반복되는데 차라리 세계 최초는 삼성전자에게 주는 편이 낫겠다. 지금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세계 최초의 통신 기술도, 영화 한 편을 1분도 안되는 시간에 내려받는 통신 속도도 아니다. 씁쓸함만 남긴 세계 최초 딱지를 누가 갖든 시장은 전혀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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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