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드라마, 다양한 장르 실험 해볼 수 있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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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출 하다보니 불타는 가슴~♪ 출출 하다보니 바삭한 멘탈~♩.” 지난 2013년 11월 유튜브와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공개된 웹드라마 ‘출출한 여자’는 20·30대 여성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출출한 여자’와 같이 웹을 스크린 삼아 새로운 실험을 하는 움직임이 활성화되고 있다. ‘미생 프리퀄’과 ‘출출한 여자’, ‘출중한 여자’, ‘모모살롱’ 등을 제작하며 이 흐름에 앞장서고 있는 박관수 기린제작사 대표를 만났다.

박관수 기린제작사 대표는 20년차 영화인이다. 1996년 영화사 백두대간 입사를 시작으로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조감독, ‘만추’와 ‘사과’, ‘신촌좀비영화’의 제작에 참여했다. 2012년에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와 ‘만추’를 함께한 김태용 감독과 마음을 모아 기린제작사를 설립했다. 기린제작사는 영화와 웹드라마, 공연 콘텐츠를 기획·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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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관수 기린제작사 대표

영화인 박관수 대표가 웹 쪽에 발을 들여놓은 건 2013년이다. 그는 다음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다음의 콘텐츠와 모바일 인프라를 활용해 모바일 영화를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다음의 인기 웹툰인 ‘미생’을 영화화해 다음 모바일 앱에서 공개하는 프로젝트였다. 그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게 바로 2013년 5월 공개된 ‘미생 프리퀄’이다. 박관수 대표가 몸담고 있는 기린제작사가 콘텐츠 제작을 전담했고 다음이 배급·제공·투자를 맡았다.

박관수 대표는 처음 다음과 함께하는 모바일 영화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부담감이 심했단다. ‘미생’처럼 팬층이 두터운 작품일수록 다른 장르로 만들어질 때 팬들의 거부감이 심하기 때문이다. “우리 미생을 건드리지 말라”는 말도 들었다. 그래서 애초 40~50분 분량으로 만들려고 했던 영화를 아예 장르를 바꿔 10분짜리 캐릭터 프리퀄로 가기로 했다. 그는 윤태호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생’ 주인공들이 회사에 입사하기 전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미생 프리퀄’은 박관수 대표에게 상쾌한 출발을 안겨줬다. ‘미생 프리퀄’을 보고 홍콩에서 연락이 왔다. 홍콩 굴소스 제조기업 이금기였다. “중국은 마이크로필름이라고 해서 1분짜리 영상이 많아요. 1분짜리 마이크로 영화를 8편 만들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걸 10분짜리 에피소드 6개로 하기로 했어요.” ‘출출한 여자’의 시작이었다. 30대 여성의 먹방 영화 ‘출출한 여자’는 에피소드마다 매우 자연스럽게 (전혀 광고 같지 않게) 이금기 굴소스가 나온다.

박관수 대표는 ‘출출한 여자’를 배급할 플랫폼을 찾다가 유튜브에 ‘출출한 여자’를 올렸다. 게시한 지 이틀 만에 네이버에서 연락이 왔다. ‘네이버 TV캐스트’와 함께하자고. 기린제작사는 그때부터 네이버 TV캐스트에 들어갔고, ‘출출한 여자’는 유튜브와 네이버 TV캐스트에서 동시 방영했다. 그전까지 ‘모바일 영화’라고 불렀던 ‘그 형식의 콘텐츠’는 그때부터 ‘웹드라마’라는 이름을 새로 갖게 됐다.

‘출출한 여자’ 네이버 TV캐스트로 보기

‘출출한 여자’는 1월19일 기준으로 네이버 TV캐스트유튜브에서 누적 재생 수 250만건을 넘겼다. 2014년 ‘대전드라마페스티벌’에선 웹드라마상을 타기도 했다. 이금기 초대로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이금기 본사가 있는 홍콩으로 가서 ‘출출한 여자-번외편 홍콩의 맛’도 찍고 왔다. 이후로 일은 계속 들어왔다. 여성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 패션 잡지 <싱글즈>에서 제안해출중한 여자‘를 제작했고 G마켓과는 인터넷 상거래를 소재로 ‘모모살롱‘을 만들었다.

수익은 ‘웹툰의 사업모델’

“웹드라마를 제작하지만 웹툰 비즈니스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대표는 웹드라마 제작을 할 때 웹툰의 비즈니스 모델을 많이 따른다. 많은 웹툰이 작품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2차 창작물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판권으로 수익을 얻는다. 박 대표도 다양한 형태로 2차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원천 콘텐츠를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우려먹기는 안 한단다. 그는 “얼기설기 붙이는 식으로는 2차 창작물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심 콘텐츠를 중심으로 파생 콘텐츠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 그래서 지난해 7월 출간한 책 ’출출한 여자‘도 웹드라마 에피소드를 그대로 가져와 책으로 엮지 않았다. 에피소드와 레시피 30개를 새로 제작했다. 등장인물이나 상황은 ’출출한 여자‘에서 그대로 가져오고 2차 창작물의 플랫폼에 따라 아예 새로 이야기를 창작하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앞으로도 ‘출출한 여자’를 기반으로 레시피 영상을 따로 만들거나 2~3분짜리 다큐멘터리 영상을 만들 계획이다.

‘보나의 생활팁’ 유튜브로 바로보기 (‘보나의 생활팁’은 ‘모모살롱’에 대한 파생콘텐츠다.)

‘출출한 여자’ 다음에 나온 ‘출중한 여자’도 ‘출출한 여자’의 자매편 성격으로 일부 캐릭터를 공유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도 ‘~한 여자’ 시리즈를 계속 만들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거대한 콘텐츠 세계를 만들어가는 게 꿈이다. 그는 “미국에서는 이미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사업이 활발하고 국내에도 MCN 사업자들이 더 늘어날 전망”이라며 “(출출한 여자처럼) 굵은 콘텐츠가 하나 있으면 일종의 MCN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홍콩 이금기에서 ‘미생 프리퀄’을 보고 웹드라마에 관심을 보였던 것처럼 중국 시장으로의 국내 웹드라마 진출도 기대된다. 이미 중국 PPTV를 통해 공개돼 6천만뷰를 넘게 기록한 웹드라마 ‘후유증’도 있고 한국과 중국 업체 두 곳에서 공동제작하는 웹드라마 ‘백조’도 나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월3일부터 6일까지 중국에서 ‘한국 스토리 설명회(K-스토리 피칭)’를 연다. 이 행사에 박관수 기린제작사 대표도 ‘출출한 여자’를 들고 참여할 예정이다.

박관수 대표가 웹드라마를 제작하며 투자사와 계약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것 가운데 하나가 저작권이다. 저작권을 행사할 권리를 갖고 있어야 2차 창작물도 만들고 판권도 팔아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영화계에서는 영화의 저작권을 행사할 권리는 투자사가 갖고 있어 영화를 가지고 창작자나 제작사가 해볼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메이저 투자사가 가운데 영화가 개봉한 지 5년이 지나도 저작권을 돌려주지 않는 곳도 많다.

박 대표는 “영화는 만들어 가는 재미가 있다면 웹드라마는 사업이 재미있다”라고 표현했다. 자신들이 만든 콘텐츠를 가지고 뭔가 더 해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투자사가 아닌 기린제작사도 콘텐츠 판권 판매 등 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기린제작사는 맨 처음 만들었던 ‘미생 프리퀄’ 빼고는 다른 웹드라마 작품 모두 기린제작사가 저작권을 갖고 있다. ‘미생’은 누룩미디어가 저작권을 갖고 있고, ‘미생 프리퀄’은 2차 창작물이다.

영화와 웹드라마

박관수 대표는 20년 동안 극영화를 해온 사람이다. 기획자 입장에서 영화와 웹드라마는 어떻게 다를까. “기획적으로 영화는 40대 아저씨 시장입니다.” 실제로 관객 1700만명을 모은 ‘명량’에는 ‘12척의 배’가 아니라 ‘40대 관객’이 있었다. ‘국제시장’도 전체 관객 가운데 40%가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었다. 박 대표는 “최근 3~4년 동안의 통계를 통해서도 아버지가 아이를 데려가 볼 수 있는 영화들이 흥행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순신 장군이나 한국전쟁 등 관객이 영화 보기 전에 각오를 하고 갈 정도의 센 소재들이어야 한다”며 “최근 개봉한 ‘오늘의 연애’도 정말 오랜만에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물”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약한’ 소재는 투자사와 배급사를 찾기 쉽지 않아 영화 제작이 어려운 탓이다. 박관수 대표가 이전에 만들었던 영화 ‘만추’나 ‘사과’는 영화 시장에서 쉽게는 제작하기 힘든 소재인 셈이다.

“영화적으로는 죽고 사는 문제나 센 얘기를 하고 웹콘텐츠로는 더 다양한 걸 많이 시도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파일럿이라고 생각해서 다른 장르적 시도도 쉽게 해볼 수 있고요.” 그는 시청자가 웹드라마를 통해서 순간에 ‘띵’하는 따뜻한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박관수 대표는 극장에서는 찾기 어려운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내는 ‘공감형 에피소드’를 제작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기린제작사가 만든 ‘출출한 여자’나 ‘출중한 여자’, ‘모모살롱’의 연출자는 모두 현업에 있는 영화감독들이다. “감독들이 재미있게 작업했다”고 박관수 대표는 말했다. “영화를 만들어 개봉한 다음 날부터 준비해도 다음 작품 개봉까지 보통 4년이 걸립니다. 첫 작품 흥행이 안 되면 더 오래 걸리고요. 하지만 이건 큰 부담이 없고 사람들 반응도 바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감독에게 리프레시가 되기도 하고요.”

‘출출한 여자’는 일종의 옴니버스 방식으로 감독 5명이 참여했다. 박현진 감독과 이병헌 감독, 박재민 감독, 이랑 감독이 각각 한 에피소드를 맡아 연출했고 윤성호 감독은 첫과 끝 에피소드 2편을 만들었다. 박 대표는 “독립영화감독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며 “독립영화감독에게 좋은 기회를 준다는 차원이 아니라 본인들이 친구들과 독립영화 만드는 것보다는 윤택한 환경에서 대중영화 틀 안에서 이것저것 해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웹드라마는) 음악이 엄청 중요해요.” 박관수 대표는 모바일용으로 콘텐츠를 만들며 음악을 훨씬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그는 “걸어다니면서 보다 보니, 극장처럼 집중해서 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음악으로 정서적으로 묶어주는 게 중요하다”라며 “우린 음악에 정말 투자를 많이 한다”라고 말했다. ‘미생 프리퀄’과 ‘출출한 여자’, ‘출중한 여자’는 강민국 음악 감독이 작업했고 ‘모모살롱’은 반도네온 연주자인 고상지 씨가 함께했다.

“그리고 이건 윤성호 감독 말인데요. 웹드라마가 자기 생각엔 영화에 가까운 것 같다고요. 웹드라마를 TV 드라마처럼 누군가랑 모여서 같이 보진 않잖아요?” 실제로 영화는 극장에 앉아 다른 이와 얘기를 나누며 보진 않듯 웹드라마도 이어폰을 꽂고 혼자 본다. 그래서 박 대표는 웹드라마가 영화처럼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에 가까운 것 같다고 봤다. 그래서 인물의 내면을 보여줘 친근감을 느끼게 해주는 내레이션과 같은 기법 등을 많이 쓰는 것 같다고. 

“오래 꾸준히 영화하는 게 꿈” 

박관수 대표는 앞으로 웹기반 동영상 콘텐츠의 수가 훨씬 다양해지고 풍성해질 거라고 봤다. “얼마 전 KT경제경영연구소가 낸 보고서를 보면 동영상 콘텐츠의 트래픽 비율이 엄청 늘 거라고 전망해요. 물론 동영상이 다른 콘텐츠에 비해 트래픽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웃음) 앞으로는 비디오 온라인 PR이 상당히 늘 거라고 하더라고요.” 박 대표는 “지하철역에 극장이 있듯 이쪽(웹)에 영상이 더 모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얼마 전 영상을 만드는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이로부터 전화를 받았단다. 네이버 TV캐스트에 들어가고 싶은데 e메일로 연락이 안 된다고 전화번호라도 알려 줄 수 있냐고 묻기 위해서였다. 그는 웹드라마 시장도 웹툰처럼 성장하다보면 포털에서 다루기 힘든 매우 마이너한 취향도 담을 수 있는 곳이 생길 것이며, 웹드라마만 볼 수 있는 전용 웹사이트도 생길 것이라고 봤다. “웹드라마계의 ‘레진코믹스’가 나오지 않을까요?”

“영화도 계속 하고 있어요. 지금도 전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출한 여자’는 ‘KBS독립영화관’에서 방영되기도 했고요.” 내년에는 ‘진짜 영화’도 들어간다. 김태용 감독이 연출하는 한중 공동제작 영화다. 20년차 영화를 하고 있는 박관수 대표는 계속 그리고 평생 왕성하게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하길 꿈꾼다. “꾸준하게 하는 사람이 드문 거 같아요. 한 사람의 재능이나 역량이 소진되는 게 큽니다. 정점에 올랐다 가라앉는 경우가 많죠. 정말 많지 않습니다. 오래 꾸준히 하는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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