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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전문은행? 규제부터 풀어야”

2015.01.22

핀테크 열풍 속에 인터넷 전문은행을 세울 수 있도록 규제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지점 없이 예금을 받고 돈을 빌려주는 은행을 뜻한다. 지점에 직원을 두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도 운영할 수 있다. 은행 고객 대다수가 은행 창구를 찾지 않는 마당이지만 아직 국내엔 인터넷 전문은행 나오지 못한다. 규제 때문이다.

텐센트가 세운 중국 최초 인터넷 전용 민간은행 '위뱅크(WeBank)' 소개 웹사이트 갈무리

▲텐센트가 세운 중국 최초 인터넷 전용 민간은행 ‘위뱅크’ 소개 웹사이트 갈무리

IBK투자증권은 1월21일 ‘은행과 인터넷 애널이 함께 본 핀테크’ 보고서를 내놓고 국내에 인터넷 전문은행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은행을 세우는 데 필요한 자본금을 너무 많이 요구하고, 금융회사가 아니면 4%밖에 지분을 못 가져가게 하며 , 직접 대면해야 금융 거래를 틀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은행은 고객이 맡긴 돈을 직접 다루는 사업이다. 많은 나라가 은행 같은 금융업은 가장 높은 수준으로 규제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은행을 세우려면 금융위원회(금융위)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때 1천억원이 넘는 자본금을 모아와야 한다. 이 돈이 너무 많아 기술 기업이 인터넷 전문은행을 세우기 힘들다고 IBK투자증권은 지적했다. 금융위는 법을 개정해 자본금 요건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주주가 은행 지분 10% 이상을 가질 수 없도록 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 주주가 금융회사가 아닐 경우에 가질 수 있는 지분은 4%로 내려간다.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차려 고객 돈을 사업에 끌어다 쓰지 못하게 하려는 이른바 ‘금산분리’ 원칙 때문이다.

금산분리 원칙은 금융회사와 일반 기업 사이에 벽을 쳐 건전성을 지키도록 한 의미가 있지만, 지분율 제한이 너무 까다롭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터넷 전용은행을 차려도 지분을 4%밖에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영권을 갖기 힘들어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같은 인터넷 회사가 인터넷 전용은행을 차리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월5일 텐센트가 중국에서 처음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위뱅크’를 세울 때 가져간 지분은 30%였다. IBK투자증권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나오려면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기업분석팀 박진형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은행법에 대한 예외 규정이나 특례 조항도 신설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금융위는 재벌이 아닌 산업자본이 인터넷 전문은행 지분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신 대출 대상을  일반인과 소상공인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IBK투자증권 '은행과 인터넷 애널이 함께 본 핀테크' 보고서 18쪽

▲IBK투자증권 ‘은행과 인터넷 애널이 함께 본 핀테크’ 보고서 18쪽

실명 확인을 꼭 직접 만나서 하도록 한 규제도 인터넷 전문은행이 나오기 힘든 이유다. 은행에서 처음 계좌를 열 때는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하고 은행 지점을 방문해야 한다. 금융회사 직원이 대면해 본인임을 확인하도록 법으로 정해뒀기 때문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지점이 없다. 고객을 직접 만나 신분을 확인할 길이 없다. 실명확인을 맡는 직원을 따로 두는 식으로 법에 따를 수는 있지만 이렇게 하면 인터넷 전문은행을 세울 의미가 없다. IBK투자증권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실명 확인 절차를 비대면도 일부 허용해 주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금융위는 1월1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자동응답전화(ARS) 등 다른 방식으로 직접 만나는 실명확인 절차를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13~14년 뒤 한국 인터넷 전문은행 시장 규모 47조원 넘을 것

IBK투자증권은 미국과 일본 인터넷 전문은행 규모를 바탕으로 2028년 즈음 국내 인터넷 전문은행 시장 규모가 47조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규제 환경이 어떻게 재편될지에 따라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박진형 연구위원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성공 여부는 튼튼한 고객 기반과 고객의 니즈, IT 기반 기술에서 경쟁력에 좌우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IBK투자증권 '은행과 인터넷 애널이 함께 본 핀테크' 보고서 28쪽

▲IBK투자증권 ‘은행과 인터넷 애널이 함께 본 핀테크’ 보고서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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