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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3사 ‘세계 최초’ 논란 점입가경

2015.01.25

‘3밴드LTE-A’의 세계 최초 상용화를 둔 통신사간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 1월23일 오후 “법원이 SK텔레콤의 3밴드LTE-A 세계 최초 상용화 광고를 금지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리고 SK텔레콤은 해당 광고를 중단했다.

KT는 지난 10일, SK텔레콤의 3밴드LTE-A 세계 최초 상용화 광고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광고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던 바 있다. LG유플러스도 다음날 법원에 같은 내용의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에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SK텔레콤이 TV를 비롯해 지면, 옥외광고를 통해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말을 쓰지 못하도록 했다.

3band_lte_skt

서울지방법원은 “SK텔레콤이 이 사건 기술을 상용화한 적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이 세계 최초로 이 사건 기술을 상용화하였다는 내용의 이 부분 광고를 한 것이므로,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제1호에서 금지되는 거짓·과장의 광고에 해당한다”라고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이유를 밝혔다.

이 판결은 사실상 법원이 SK텔레콤의 3밴드LTE-A 서비스가 세계 첫 상용 서비스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고 KT나 LG유플러스가 최초 상용화를 했다는 판단도 아니다.

SK텔레콤의 3밴드LTE-A 세계 최초 논란은 지난해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SK텔레콤은 2014년 말 서울 주요 지역에 3밴드LTE-A 망을 설비하고 100대의 단말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세계 최초 3밴드LTE-A 상용화’라고 알리기 시작했다. “망이 설비되고, 단말기를 유상으로 팔았고, 서비스에 대한 요금을 받기 시작했으니 상용화가 맞다”는 것이 SK텔레콤의 주장이다.

곧장 KT가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KT는 “상용 서비스라고 하면 상용으로 판매되는 단말기여야 하는데 SK텔레콤이 판매하는 단말기는 망 테스트를 위한 체험 기기”이라는 이유로 SK텔레콤이 정식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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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한동안 잠잠해지는 듯 하더니 SK텔레콤이 지난 1월9일부터 TV광고를 통해 3밴드LTE-A 세계 최초 광고를 시작하면서 다시 갈등으로 번졌다. KT와 LG유플러스는 허위 과장 광고라며 서울지방법원에 광고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SK텔레콤은 상용 서비스가 맞다며 11일 세계통신장비사업자연합회(GSA)의 리포트를 제시한다. GSA는 에릭슨, 노키아, 퀄컴, 화웨이 등 통신 장비업체들이 단말기와 네트워크 표준을 논의하는 단체다. 이들이 사실상 통신망의 기술을 결정하기 때문에 SK텔레콤의 첫 상용화를 인정받았다는 것이 SK텔레콤의 주장이었다.

KT와 LG유플러스는 다시 조목조목 반박하기 시작했고, 결국 법원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에까지 상용화의 기준을 판단해 달라고 신고했다. 아직 공정위는 판결을 내리지 않았지만 법원이 발빠르게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광고는 중단됐다.

속도 경쟁은 꽤나 해묵은 다툼의 주제이기도 하다. 통신사간 갈등이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의 반응도 별로 좋지 않다. 그리고 갈등을 바라보는 시장의 반응은 늘 ‘요금 인하’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에도 소비자는 4배 빠르다는 LTE 서비스 상용화를 누가 먼저 시작했다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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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최초 상용화를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짚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별 의미가 없다. 이미 통신 3사 모두 지난해부터 1개 스마트폰에서 3개 주파수를 잡아 쓰는 3밴드 LTE에 대한 망 설비를 끝냈다. 남은 것은 단말기였다. 통신사의 세계 최초를 결정하는 것은 통신사가 아니라 삼성전자인 셈이었다. 결정이라기보다 ‘점지’해준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릴 수도 있겠다.

지난 2013년 LTE-A가 상용화될 때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지만 SK 텔레콤이 ‘갤럭시S4 LTE-A’를 며칠 먼저 팔면서 상용화에 대해 자신감을 비친 바 있다. 하지만 지금 그 사실을 기억하며 통신 서비스를 고르는 소비자는 없다. 어차피 3개 통신사 모두 며칠 사이에 똑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세계 최초 상용화에 대해 통신 3사는 또 다시 법원과 공정위까지 오가며 흙탕물 싸움을 한바탕 벌였다. 법원의 광고 금지 판결로 KT와 LG유플러스는 한 듯 하지만 SK텔레콤은 이미 챙길만한 실속은 다 챙긴 상황이다. 통신3사가 한 달 가까이 다투며 이미 사람들의 입에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SK텔레콤 3밴드LTE-A 세계최초 상용화’라는 말이 오르내렸다.

SK텔레콤은 법원의 광고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충분한 반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에 이의 신청 및 집행 정지 신청을 제기한다”고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이미 ‘세계 최초’에 대한 효과는 톡톡히 봤다. 지난 한 달을 되짚어보면 오히려 KT와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의 광고를 도운 셈이다. 시쳇말로 ‘정신승리’라고 할까?

SKT_bandLTE

SK텔레콤은 곧바로 3밴드LTE-A 대한 다음 절차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25일 오전 SK텔레콤은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 3개 주파수를 넘어 4개, 5개 주파수를 묶는 LTE 서비스에 대해 ‘밴드LTE’라는 브랜드 이름을 붙였다. 앞으로 주파수가 확보되는 상황에 따라 통신 3사는 4밴드, 5밴드 LTE를 시작해야 하는데 이 자체를 브랜드 문구로 만든 셈이다. 경쟁사로서는 ‘세계 최초’보다 실제로는 밴드LTE라는 이름이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3밴드LTE-A 상용 서비스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누가 먼저냐는 다툼에 색이 바래게 됐다. 경쟁의 이유는 실속 챙기기일텐데 과연 ‘세계 최초’ 논란으로 기대했던 효과를 얻었는지 통신 3사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