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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제조사 ‘쥐박스’, 한국서 유해사이트 된 사연

2015.01.26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 최근 크게 주목받은 해외 IT 업체가 있습니다. 폴란드에 본사를 둔 신생업체로, 독특한 PC를 개발한 업체입니다. 이름은 ‘마우스박스’. 컴퓨터를 조작하는 마우스 속에 중앙처리장치(CPU)와 128GB 용량의 플래시메모리가 들어가 있습니다. HDMI 단자를 활용해 외부 모니터와 연결하면, 마우스만으로도 PC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제품이죠. 현재 이 제품은 시제품을 만들고 양산을 위한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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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박스'(mouse-box.com)는 폴란드의 IT 업체입니다.

독특한 제품임은 분명하지만, 국내에서 이 업체가 주목받은 까닭은 따로 있습니다. 이름에 주목해 봅시다. 마우스박스. 업체 웹사이트 주소는 ‘mouse-box.com’입니다. 국내에서는 이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해 ‘불법∙유해정보 사이트’로 등록돼 차단됐기 때문입니다. 마우스박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해외 포르노 웹사이트나 북한 관련 웹사이트에 접속하려 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파란색 경고(Warning)창이 대신 나타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전화해보니, 마우스박스 홈페이지를 차단 업무를 담당하는 곳은 ‘불법정보팀’이었습니다.

“해당 웹사이트는 2012년 7월5일 날짜로 차단 결정이 됐습니다. 2012년 6월6일 스포츠토토에서 불법 스포츠베팅 도박 사이트라고 신고가 들어왔기 때문이고요. 당시에는 실제로 불법 스포츠배팅 도박 사이트였습니다. 실제 채증한 자료도 있고요.”

2012년 6월 스포츠토토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를 합니다. 마우스박스 사이트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라고 말이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실제 웹사이트를 방문한 결과 불법 도박 사이트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후 7월 차단 조치가 내려지게 됩니다. <블로터>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당시 채증 자료를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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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임의위원회에서 제공한 2012년 당시 채증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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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단 조치가 내려질 2012년 당시에는 한국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였습니다.

“당시 마우스박스는 일본에 서버가 있었고요. 그때 마우스박스의 IP는 210.231.114.139였습니다. 지금은 프랑스 쪽에서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도메인네임이 프랑스로 바뀐 시점이 2014년 10월11일입니다. 지금 IP는 87.98.239.2입니다.”

2012년 차단 조치가 내려질 때만 해도 국내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불법 도박 사이트였습니다. 당시 호스트업체는 ‘재팬텔레콤’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프랑스 쪽에서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3년이 지나는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는 주인이 바뀌고, 평범한 IT업체가 된 셈입니다. 이번 마우스박스 차단 헤프닝은 URL 주인이 바뀐 것을 인지하지 못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실수일 뿐이라는 게 불법정보팀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과거에 불법정보를 서비스하던 사이트가 이렇게 용도가 바뀐 사실을 알게 되면, 시정요구를 철회합니다. 간혹 지금처럼 과거에는 불법, 도박 혹은 성인정보 사이트로 운영되다가 바뀔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쪽에서 웹사이트의 성격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먼저 알기는 좀 어렵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특정 해외 사이트를 차단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불법이나 유해한 정보를 담은 사이트가 발견되면 웹사이트에 시정 요구를 합니다. 하지만 해외 업체일 경우 시정 요구가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 웹사이트 접근 자체를 막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일종의 거름망 역할을 하는 장비를 활용합니다. 국내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려는 망을 국제망이라고 부르는데, 이 국제망을 모니터링하는 장비에 차단 사이트를 등록하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트래픽을 감시하는 과정입니다. ‘마우스박스’에 접속할 수 없는 까닭도 해외로 나가는 국내 사용자의 트래픽이 거름망 장비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외 특정 사이트를 차단하려 할 때, 실질적인 심사를 병행합니다. 실제로 해당 웹사이트가 유해하거나 불법인 정보를 담고 있는지 조사하는 단계입니다.

마우스박스 웹사이트 차단 건을 두고 SNS에서는 갑론을박이 오갔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별명인 ‘쥐박이’를 연상하도록 하는 이름 때문에 차단된 것 아니겠느냐는 설이 가장 많았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특정 키워드를 등록하고, 무조건 차단하도록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라며 “실제로 웹사이트를 방문해 불법한 웹사이트인지 확인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마우스박스 웹사이트에 관해 “바로 시정요구철회를 진행하도록 하겠다”라고 답변했습니다. 마우스박스 차단 사건은 국내의 인터넷 검열이 불러온 웃지 못할 해프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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