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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드라마로 쏠리는 자본, 중심엔 포털이”

2015.01.29

‘블로터 오픈스쿨’은 블로터 독자들과 기자 그리고 전문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디지털 시대를 다층적으로 이해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애초 오픈스쿨은 블로터 내부 행사로 시작됐습니다. 전문가들의 강연을 들으며 기자 개개인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이 행사를 앞으로는 독자들에게도 개방하려고 합니다. 전문가의 강연을 함께 듣고, 독자와 기자가 함께 소통하면서 배워가는 자리로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올 초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 2015년을 전망하다’를 통해 올해 콘텐츠 시장을 이끌 중요한 키워드로 ‘스낵컬처’를 꼽았다. 이러한 전망은 올해 웹툰과 웹소설, 웹드라마 등과 같은 웹·모바일 콘텐츠가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웹툰이나 웹소설보다는 출발이 늦었지만 불과 1년 남짓 만에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는 게 바로 동영상 중심의 모바일 콘텐츠, ‘웹드라마’다.

지난 1월26일 ‘블로터 오픈스쿨’에선 ‘국내 웹드라마 역사와 전망’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다. 영화 ‘만추’와 ‘사과’의 프로듀서로 작업했으며 최근에는 ‘미생 프리퀄’과 ‘출출한 여자’, ‘출중한 여자’, ‘모모살롱’과 같은 웹드라마를 제작하며 영화와 웹드라마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20년차 영화인 박관수 기린제작사 대표가 연사로 나섰다. 이날 박 대표는 실제로 웹드라마를 제작하며 얻은 경험을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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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터 오픈스쿨 ‘국내 웹드라마 역사와 전망’

“국내 웹드라마의 역사는 짧고, 전망은 아무도 모릅니다.”(웃음) 겸손하게 말을 시작한 박관수 대표는 “여러 가지 시도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올해가 지나면 웹드라마에 어떤 경향성이 생길 것 같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넷플릭스’와 ‘블록버스터’의 사례를 들며 국내 웹드라마도 거대한 흐름이 만들어지는 성장 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DVD 대여 업체 블록버스터는 온라인 스트리밍 사업을 시작한 넷플릭스에 밀려 문을 닫은 바 있다.

“웹드라마에 막대한 자본 쏟아지는 중”

박관수 대표는 “(국내 웹드라마 시장에) 막대한 자본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포털이나 정부, 드라마제작사 다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네이버 TV캐스트 웹드라마 전용관에는 23개의 웹드라마 채널이 들어가 있다. 이달 초 문화체육관광부는 웹드라마를 키우기 위해 올해 최대 5억원 규모 제작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상파 방송국도 예외는 아니다. KBS는 지난 1월15일 웹드라마 전용 포털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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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TV캐스트 웹드라마 전용관

해외에서도 온라인 동영상 시장에 자본이 투입되고 있다. 박 대표는 “드림웍스는 어섬니스TV를 인수했고 디즈니는 메이커스튜디오를 1조원에 사들였다”라고 미국의 MCN(Multi Channel Network) 산업 규모에 대해 소개했다. 하지만 박관수 대표는 국내가 미국과 똑같은 흐름으로 갈 거라고 보진 않는다. 그는 웹툰이 그랬던 것처럼 웹드라마도 네이버와 같은 포털이 중요한 콘텐츠 유통·제작 플랫폼이 될 거라고 봤다.

“포털을 중심으로 웹툰과 웹소설이 발전했듯 웹드라마도 우리나라 고유의 방식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포털은 웹드라마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기린제작사가 제작한 ‘미생 프리퀄’도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배급·제공·투자를 맡았다. 네이버도 지난 2013년 ‘러브 인 메모리’ 방영을 시작으로 네이버 TV캐스트에 전용관을 만들며 웹드라마를 유통하고 있다. 특히 라인은 배우 소지섭이 출연하는 웹드라마 ‘좋은 날’을 자체 제작하고 가수 엑소(EXO)가 나오는 ‘웹 예능’도 직접 만들 만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생각하는 차세대 배급 창구는 모바일 메신저다. 박관수 대표는 “네이버는 라인에 올라가는 동영상 콘텐츠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인은 지난해 태국에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라인TV’를 선보인 바 있다. 조만간 ‘카카오TV’도 나올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대표는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엄청난 플랫폼을 갖고 있다”며 “카카오톡을 활용해 동영상 콘텐츠를 배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연예 매니지먼트사들도 웹드라마에 관심이 상당히 많았다. 대표적인 곳이 판타지오다. 박 대표는 “판타지오는 배우 그룹 서프라이즈를 출연시켜 ‘방과후 복불복’을 자체 제작했다”라고 소개했다. 매니지먼트 입장에서는 웹드라마를 통해 소속 연예인을 띄울 수 있다면 제작비를 충분히 쓸 수 있는 것이다.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면 소속 연예인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나게 만들 수도 있기에 웬만한 홍보보다 낫다는 판단에서다.

‘웹드라마’만의 미학 나올 것

“네이버나 다음 메인 화면만 봐도 예전보다 썸네일이 많아졌습니다. 영상을 통해 콘텐츠를 보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죠.” 박관수 대표 말처럼 모바일 기기 대중화와 LTE 서비스 보급 덕에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고 또 점점 더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닐슨코리안클릭은 2017년 모바일 트래픽 중 동영상이 약 74%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박 대표는 동영상 콘텐츠 시장 성장과 함께 웹드라마 문법도 성숙해질 거라고 봤다.

“만화책 한 권을 모바일로 다 볼 수 없으니 알맞게 자른 웹툰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세로 스크롤 방식의 컷과 같은 웹툰만의 독특한 미학을 만들어냈습니다. 모바일로도 2시간짜리 영화를 보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모바일에서 동영상을 보는 것에 대한 기존 TV나 데스크톱과는 다른 식의 미학과 러닝타임이 생겨날 거라고 봅니다.”

박관수 대표는 웹드라마도 웹툰이 갔던 길과 비슷하게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웹툰 초창기에는 ‘짤방’이 유행했던 것처럼 초반에 시장이 만들어질 때는 재미있는 콘텐츠나 인상적인 콘텐츠가 인기가 좋다”며 “그렇게 어느 정도 시장이 만들어지면 그때는 스토리텔링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지금은 웃기고 짤막한 영상의 재생수가 높지만 앞으로 스토리텔링 콘텐츠에 대한 욕구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이제 막 커지는 분야인 만큼 웹드라마만의 문법이랄 게 있는 건 아니지만, 현재 웹드라마의 특징을 얘기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게 ‘러닝타임’이다. 웹드라마와 기존 TV드라마의 눈으로 보이는 가장 큰 차이는 한 회당 재생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표는 ‘미생 프리퀄’ 제작 사례를 들며 모바일에서 소비하는 콘텐츠는 무조건 짧아야 한다는 공식도 꼭 들어맞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린제작사는 ‘미생 프리퀄’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광고대행사인 TVWA와 협의해나가며 제작했다. “광고회사와 협의를 하다 보니 15초, 30초짜리 콘텐츠를 만드는 곳이니 만큼 길면 안 본다는 공포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5분 분량을 원했죠. 그런데 ‘미생 프리퀄’ 첫 편이 11분짜리가 나왔어요.” 모바일로 11분을 어떻게 붙잡아 놓을 것이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길다’고 말하는 시청자는 없었다. 오히려 6분으로 제작한 마지막 편의 반응이 제일 안 좋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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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에서 분량을 줄인다고 해서 짧게 느껴지는 건 아니거든요. 극영화 개봉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러닝타임 2시간 20분짜리를 1시간 50분으로 줄여도 거의 대부분의 경우 더 지루해집니다. 사람들을 어떻게 몰입하게 하느냐가 관건인 거죠.”

박관수 대표는 “’미생 프리퀄’ 제작을 통해 그래도 한 회 콘텐츠에 기승전결이 있으려면 최대한 10분은 돼야 한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냥 10분은 아니다. 그는 그 10분에 대해 특별히 고민하지 않고 60분짜리를 10분 단위로 자르는 방식이 아니라 그 10분에 걸맞은 미학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10분 안쪽 길이의 웹드라마 포맷에 어울리는 스토리텔링을 개발하는 게 올해 그의 목표다.

수익은 해외 판매와 2차 창작물

“저작권을 갖고 있는 건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 지원해서 만들었던 영화 ‘시선 1318’의 ‘달리는 차은’밖에 없어요.” 20년 동안 영화를 제작했던 박관수 대표가 저작권을 갖고 있는 영화는 딱 한 편뿐이다. 영화 저작권은 대개 제작진이 아닌 투자사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예전에는 해당 영화로 더 이상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시기를 개봉 후 7년으로 보고 7년이 지나면 저작권을 돌려줬는데 이제는 안 준다”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못 하던걸 웹드라마에서 하고 있습니다.”

CJ E&M과 같은 투자사가 저작권을 돌려주지 않는 건 개봉 후 7년이 지나도 매출이 발생할 거라는 판단 때문이다. 박 대표는 “시차를 두고 중국에서 다시 개봉을 할 수도 있는데 이걸 제작사에 돌려주면 그렇게 할 수 없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언제 어떻게 중국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콘텐츠가 될지도 모르니 다 쥐고 있자는 심산이다. 실제로 CJ E&M의 ‘수상한 그녀’는 중국에서 새로 제작돼 1월24일 기준으로 매출 3억위안을 넘기며 흥행 중이다.

기린제작사가 만든 웹드라마는 ‘미생 프리퀄’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린제작사가 저작권을 갖고 있다. 아직은 플랫폼 사업자보다 콘텐츠 제작자들이 더 주체적으로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덕분에 수익 구조가 해외 판권 판매나 다양한 형태로 2차 창작물을 만드는 식이다. ‘출출한 여자’의 경우엔 일본 야후와 NTT Plala와 SPO에 팔아 수익을 냈고 DVD와 디지털 음원도 출시했다. 또한 ‘출출한 여자’의 포맷도 팔아 볼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출출한 여자 번외편 ‘홍콩의 맛’ 네이버 TV캐스트로 보기

지난해 <블룸버그>는 “중국 온라인 동영상 시장은 올해 178억위안에 이르며 2017년엔 366억위안으로 늘어난다”라고 전망했다. 박 대표 역시 “중국은 포털 사이트 매출보다 동영상 사이트 매출이 1.5배 크고 이제 LTE 서비스가 시작돼 동영상 콘텐츠 시장이 커지고 있다”라고 중국 동영상 콘텐츠 시장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이 한국 웹드라마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일어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박 대표 의견이다.

hyeming@bloter.net

기술을 아는 기자, 언론을 아는 기술자가 되고 싶습니다. e메일 : hyemin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