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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비번 공유 앱, 집단지성인가 도둑질인가

2015.01.30

인터넷은 이미 수도나 전기 같은 기간 서비스가 됐다. 무선인터넷은 어떨까. 무선인터넷은 누군가 공유기를 달아 와이파이 신호를 쏴주지 않으면 쓸 수 없다. 서울시나 미래창조과학부 같은 공공기관은 서울 시청 앞 광장이나 홍대 거리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공공 와이파이를 설치해뒀다. 거기서는 무선 인터넷을 공공재로 쓰라는 뜻이다.

그런데 카페나 스터디룸 같은 곳에서 알려주는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행위는 어떨까. 친구에게 알음알음 알려주는 게 아니라 온라인 지도에 그 와이파이 위치를 찍고 비밀번호를 적어둔다면? 그래서 누구나 근처에 가면 무료로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한다면, 이건 집단지성일까 와이파이 도둑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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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소싱 방식으로 무선 인터넷 접속 정보를 공유하는 앱 ‘와이파이맵’

이런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이 있다. ‘와이파이맵‘이다. 와이파이맵은 여행자를 위한 앱이다. 외국에서 무선인터넷을 맘껏 쓰기 힘든 여행객이 주변에서 무선인터넷 접속지점(AP)를 찾아 쓰라는 게 개발자의 의도다.

구현 방법은 간단하다. 지도에 와이파이가 있는 곳을 핀으로 표시한다. 그 핀을 누르면 댓글을 달 수 있다. 댓글로 와이파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비밀번호가 바뀌어도 다른 사용자가 댓글을 달면 계속 그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 집단지성으로 와이파이 공유 지도를 그리는 셈이다. 개발사 와이파이맵유한회사(WiFi Map LLC)는 전세계에서 210만개가 넘는 와이파이가 등록됐다고 밝혔다.

와이파이맵은 애플 앱스토어구글플레이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쓸 수 있다. 5달러짜리 프로 버전을 사면 지도를 미리 내려받아 오프라인에서도 주변 와이파이를 찾을 수 있다.

사용자는 환영! 공급자 입장에선?

와이파이맵을 처음 보고 ‘정말 훌륭한 앱’이라고 생각했다. 한 달에 750MB짜리 데이터 요금제를 쓰는지라 늘 와이파이에 목말라 있던 터였다. 주변에서 공짜로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는 곳을 알려주면 정말 좋겠다 싶었다. 당장 앱을 깔아보니 사무실 근처 카페나 사무실 와이파이가 수두룩하게 등록돼 있었다.

그런데 의아했다. 비밀번호를 이렇게 공공연히 공유해도 될까. 카페에서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건 카페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일텐데. 지나가는 행인이 멋대로 와이파이를 써도 괜찮을까. 게다가 ‘비밀번호’ 아닌가. 보안 문제 때문에 암호를 걸어뒀는데 이걸 공유해버리면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법하다.

인터넷 개방 운동에 힘쓰는 사단법인 오픈넷에 물어봤다.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인터넷에 공유해도 되나요?” 오픈넷 법무담당 박지환 변호사는 “현행법상 불법은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 법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와이파이 비밀번호≠비밀 정보

우선 알아두자. 와이파이 비밀번호는 보통 말하는 ‘비밀 정보’가 아니다. 대법원 비밀보호규칙은 비밀을 다음 같이 정의한다.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유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국가 기밀로써 이 규칙에 의하여 비밀로 분류된 것을 말한다.” 와이파이 비밀번호와 거리가 멀다.

행정자치부고시가 좀더 가깝다. “정보주체 또는 개인정보취급자 등이 개인정보처리시스템, 업무용 컴퓨터 또는 정보통신망에 접속할 때 식별자와 함께 입력하여 정당한 접속 권한을 가진 자라는 것을 식별할 수 있도록 시스템에 전달해야 하는 고유의 문자열로서 타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정보를 말한다.”

와이파이 비밀번호는 한정적이지만 “타인에게 공개”한 정보다. 해킹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비밀번호를 알아냈다면 그 정보는 불법 정보다. 정보통신망법은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를 인터넷에 공유하는 일도 불법으로 여기도 처벌토록 한다. 하지만 카페를 방문해 카페 직원이 알려준, 또는 게시해 둔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사용해 무선인터넷에 접속하는 일은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 주인(정보 주체)이 공개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박지환 변호사는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게 실정법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정보통신망 이용을 촉진한다는 정보통신망법 의도에 맞게 좋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국 공공 와이파이 지도 보기(전체화면)

와이파이 비밀번호≠공공재

그렇다고 비밀번호가 공유된 와이파이를 마음 놓고 사용해도 되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다. “글쎄요.”

공공 와이파이가 아닌 카페나 학원 등이 설치한 무선인터넷은 사유재(개인 소유물)다. 카페 와이파이는 카페 주인 자산이라는 뜻이다. 카페 주인은 왜 카페에 와이파이를 설치했을까. 카페 손님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일 테다. 카페 주인이 대놓고 말하지 않았을 뿐, 커피를 사고 파는 거래 속에서 편의를 위해 무선인터넷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걸 공공기관이 국민 모두가 쓰도록 공유한 공공 와이파이처럼 활용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좀더 좁혀 보자. 우리집에 놀러온 친구에게 무선인터넷 비밀번호를 알려줬더니 와이파이맵에 등록해버려서 윗집, 아래집, 옆집에 사는 사람이 집에 인터넷을 안 들이고 내 인터넷을 쓴다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성싶다.

기분 상하는 차원을 넘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국내 인터넷 사업자가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물리지 않기 때문에 추가 요금을 내지는 않겠지만, 누군가 내 무선 인터넷에 접속해 대용량 파일을 내려받으면 속도가 뚝 떨어져 불편해진다. 또 나 외에 다른 사람이 인터넷 공유기에 접속해 내 인터넷 트래픽을 들여다 볼지도 모른다.

또 와이파이맵에 등록된 비밀번호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한 악성 해커가 범죄를 저지르면,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공개한 사람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네가 공개한 정보로 해킹을 당했다’며 민·형사 책임을 물을 수도 있어요.” 박지환 변호사는 경고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전화번호나 주민등록번호라면, 또는 다른 서비스 비밀번호와 같다면, 이걸 인터넷에 공유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그러니까 써도 된다는 거요, 안 된다는 거요?

결론은 다시 제자리걸음이다. 국내 법상 와이파이맵 같은 무선인터넷 접속지점 공유 서비스는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가 될 소지도 많다.

누군가와 와이파이를 나눠 쓰는 일은 그렇게 안전한 일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NBC 리차드 엔젤 기자는 유명 카페에서 주변 사람의 정보를 손쉽게 해킹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밖에서 무선인터넷을 써야 한다면 컴퓨터 운영체제(OS)와 보안 프로그램을 최신판으로 판올림하자. 금융거래 등 중요한 일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와이파이에서 하지 않는 게 좋다. 급하게 밖에서 인터넷뱅킹을 하거나 민감한 정보를 주고받으려면 휴대폰 테더링을 쓰는 쪽이 더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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