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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핀테크] 폰에 신용카드 대면 끝, ‘NFC간편결제’

2015.02.03

e쇼핑몰에서 물건값을 낼 때 교통카드 찍듯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 1월15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이 보안성 심의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안성 심의를 통과한 간편결제 서비스가 나온 덕분이다. 한국NFC가 내놓은 ‘NFC간편결제’다.

▲‘NFC 간편결제’ 흐름도

▲‘NFC간편결제’ 흐름도(출처 : 한국NFC 웹사이트)

NFC(근거리무선통신)는 10cm 안팎 가까운 거리에서 기기끼리 무선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탈 때 스마트폰을 꺼내 든다면, 이미 NFC 기술을 써봤다는 얘기다.

황승익 한국NFC 대표는 이렇게 널리 보급된 NFC 인프라를 전자결제에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반년 정도 개발에 매달린 끝에 NFC 기능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결제단말기(POS)처럼 활용하는 NFC간편결제 기술을 완성해 특허를 냈다.

“NFC간편결제, 싸고 편하고 안전해”

황승익 대표는 NFC간편결제가 쓰기 편하면서도 저렴하고 안전한 결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사용법은 이름처럼 간편하다. 모바일 쇼핑 응용프로그램(앱)에서 결제 단계에 들어가서 NFC간편결제를 선택한 뒤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를 가져다 대고 결제 비밀번호만 누르면 끝이다. 액티브X나 공인인증서 없이 단 2단계 만에 물건값을 치를 수 있다.

e쇼핑몰에서는 KG이니시스와 손잡았다. KG이니시스가 개발한 웹표준 결제 방식인 ‘K페이’ 뒷단에 NFC간편결제를 제공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이 읽어들인 신용카드 정보를 K페이에 바로 쏴주는 식이다. 이 덕분에 KG이니시스 결제 모듈을 쓰는 e쇼핑몰에서 물건값을 낼 때는 스마트폰에 신용카드를 가져다 대고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된다.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으니 어느 운영체제(OS)나 웹브라우저에서도 인터넷 쇼핑을 즐길 수 있다.

NFC간편결제 사용 영상 보러 가기(한국NFC 제공)

사용자 입장에선 간편하게 물건값을 낼 수 있어 편하다. 사업자에게도 NFC간편결제는 희소식이다. 모바일 쇼핑을 즐기는 사용자 가운데 20% 정도가 휴대폰 소액결제로 물건값을 낸다. 편하기 때문이다. 이때 쇼핑몰 사업자가 내야 하는 수수료는 5~7% 정도다. NFC간편결제는 3% 안팎인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에 0.3%를 더 받는다. 수수료율이 휴대폰 소액결제 절반이니 비용을 꽤 아낄 수 있다.

또 문자메시지(SMS)로 사용자 실명을 인증할 때 내야 하는 인증비용도 아낄 수 있다. NFC간편결제는 사용자가 스마트폰과 신용카드 2개 매체를 모두 손에 쥐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 본인 인증을 해주기 때문이다. 황승익 대표는 “아무개 쇼핑몰은 1년에 5억원 정도를 문자 실명 인증 비용으로 쓴다”라며 “결제할 때 NFC간편결제를 쓰면 그 비용도 아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안전한 ‘당기기’ 결제 방식

안전하다는 건 무슨 뜻일까. 결제 정보를 스마트폰에 저장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NFC간편결제에서 스마트폰은 단순한 단말기다. 신용카드 정보를 읽어 결제를 진행하는 전자결제대행사(PG)에 카드 정보를 바로 전달만 한다. 유출되면 큰일을 치를지 모를 금융정보를 주고받는 게 아니라 결제를 요청하고 승인 결과만 돌려받는 이른바 ‘푸시 페이먼트’다.

제공 : 이동산 페이게이트 CTO

▲제공 : 이동산 페이게이트 CTO

월드와이드웹콘소시움(W3C)은 웹표준 환경에서 전자결제 기능을 구현하는 방안으로 푸시페이먼트를 제시했다. 기존 전자결제 방식은 ‘풀페이먼트’였다. 사용자가 입력한 금융정보를 여기저기 보내 결제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가까운 예를 들어보자. 대리점에 휴대폰을 개통하러 가면 가입신청서에 주민등록번호를 쓰고, 주민등록증도 복사해 간다. 대리점은 이 정보를 통신사에 보내 가입을 승인받는다. 내 주민등록 정보가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때로는 대리점이 가입신청서를 함부로 내버려 주민번호가 유출되기도 하고, 아예 마음 먹고 내 정보를 내다 팔기도 한다. 해커가 정보를 털어가기도 좋다. 여기저기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정보를 모든 서비스 주체가 공유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이런 사고가 안 생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애초에 중요한 정보를 주고받지 않으면 된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밥 사먹을 때를 생각해보자. 입구에서 밥값을 내고 영수증을 받으면 그 다음부터는 카드를 꺼내들 필요가 없다. 영수증만 내면 내가 산 음식을 준다. 영수증에서 내가 무슨 물건을 샀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게소 음식점에서 내게 음식을 내주면서 카드번호와 주민등록 번호를 확인하자고 덤빌 이유가 없다. 이처럼 전자결제 과정에서도 금융정보 대신 결제에 필요한 정보를 담은 전자 영수증을 주고받자는 게 푸시페이먼트다. 황승익 대표는 “폰을 잃어버려도 애초에 저장된 결제정보가 없으니 해킹당할 우려가 적다”라고 말했다.

규제 벽 허물고 나온 간편결제

황승익 대표는 NFC간편결제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 오랫동안 산통에 시달렸다. 원천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내놓은 뒤 한국NFC라는 회사를 꾸린 게 2014년 3월. 올해 2월 말부터 점차 서비스를 시작해 3월 중에 사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란다. NFC간편결제가 사용자를 만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린 셈이다. 이 가운데 8개월은 규제기관 문만 두드리던 답답한 시절이었다.

전자결제 시장을 전혀 모르고 기술만 갖고 핀테크 사업에 뛰어든 황승익 대표는 규제 기관과 부대끼며 ‘규제 빠꼼이’로 거듭났다. 아무 것도 모르고 ‘맨땅에 헤딩’한 탓에 쌓은 노하우를 이제는 다른 핀테크 회사에 나눠주고 있다.

황승익 한국NFC 대표

▲황승익 한국NFC 대표

황승익 대표는 정부에 민원을 접수해 규제를 고치는 데도 앞장섰다. 전자결제 사업자가 꼭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을 쓰도록 못박은 규제가 무효라는 해석을 받아냈다. 이 덕분에 온라인으로 카드결제할 때 카드회사마다 각기 다른 서비스를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길이 열렸다.

또 지난 1월30일 금감원에서 NFC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아도 된다는 결정을 받아냄으로써 자가결제형 서비스가 나올 수 있는 문도 열었다. 자가결제란 신용카드 사용자가 직접 카드를 결제하는 방식이다. 금융감독원은 그동안 자가결제 방식을 막아왔다. 사용자가 직접 신용카드를 결제할 수 있게 하면 카드를 결제하고 대금을 돌려받는 ‘카드깡’이 만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NFC가 금감원에서 자가결제 방식을 처음으로 허가받을 수 있던 이유는 NFC간편결제가 카드깡에서 안전하다는 점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신용카드를 긁는 행위는 직접 하지만 결제한 물건값은 e쇼핑몰이 받아가기 때문에 구매한 물건을 다시 처분하지 않는 한 신용카드 대금을 현금으로 바꿀 수 없다고 황 대표는 설명했다.

2015년, 간편결제 원년 될 것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천송이 코드’ 발언을 한 뒤로 국내에 핀테크 열풍이 분다. 그동안 많은 핀테크 회사가 손톱 밑 가시로 꼽았던 금감원 보안성 심의 제도도 올 6월이면 사라진다. 황승익 대표는 한국NFC가 보여준 가능성을 따라 많은 핀테크 회사가 나올 수 있으리라고 내다봤다.

“저희가 앞장 서서 몰매 맞고 규제를 풀어헤친 꼴이 됐죠. 후발업체에게도 좋은 기회가 되리라 봅니다. 경쟁자가 많이 생기는 게 걱정스럽지는 않아요. 핀테크 시장 자체가 커지는 쪽이 더 좋으니까요. 많은 핀테크 업체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다른 핀테크 회사도 주말에 만나서 도움도 주고 하는 거죠.”

황 대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결제 기능을 구현하기 어려운 중소 e쇼핑몰을 위해 NFC간편결제를 이용할 수 있는 별도 모바일 앱을 만들 계획이다. 사용자가 NFC간편결제를 이용하며 편리함을 체감할 수 있도록 마케팅에도 힘쓸 생각이다. 빠르면 2월말, 늦어도 3월부터는 옥션 등 모바일 쇼핑 앱과 e쇼핑몰에서 NFC간편결제를 만날 수 있다고 황 대표는 말했다.

황승익 한국NFC 대표(가운데)와 직원들

▲한국NFC 직원. 왼쪽부터 이승선 마케팅팀장, 심재현 개발부장, 황승익 대표, 유명한 개발팀장, 고승진 운영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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