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이 2년 만에 새로운 프로세서 디자인을 발표했다. 새 프로세서의 이름은 ‘코어텍스 A72’다.

코어텍스 A72는 ARM v8 기반의 프로세서다. 뿌리부터 새로 뜯어고친 칩은 아니다. ARM은 v8 아키텍처를 내놓은 이후 제품을 A, R, M으로 나누어 각각 고성능, 실시간, 저전력 프로세서를 내놓는데 이번 코어텍스 A72 프로세서는 ARM v8의 A 아키텍처로 설계한 고성능 프로세서다. ARM은 이를 줄여 ‘ARM v8-A’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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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ARM v8-A 아키텍처는 2011년 처음 발표됐고, 프로세서 형태의 설계는 2012년 말에 공개됐다. ARM v8 설계가 처음 쓰인 프로세서는 코어텍스 A57, 53으로 스냅드래곤 810이나 엑시노스 5 등 최근 제품으로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코어텍스 A72는 이를 좀 더 개선한 프로세서 설계다.

새 프로세서는 코어텍스 A15 기반 프로세서에 비해 3.5배의 성능을 낸다. 전력 소비량도 줄어서 요즘 나오는 기기들의 75% 전력만으로도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다. 특히 4K 영상 처리에 최적화되어 있다. 영상 재생 뿐 아니라 4K 영상을 1초에 120프레임씩 저장할 수 있다.

저전력 프로세서는 함께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의 코어텍스 A57, A53과 같은 설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고성능 코어텍스 A72와 저전력 코어텍스 A53을 묶는 빅리틀 기술로 완제품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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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은 코어텍스 A72 프로세서만 단독으로 내놓지 않고 여러가지 기술을 묶은 ‘스위트’ 형태로 판매한다. 물론 ARM은 패키지 형태의 ‘ARM IP 스위트’를 밀고 있지만 여전히 기존처럼 각 기술을 하나씩 분리해서 파는 비즈니스도 이어간다.

‘ARM IP 스위트’에는 코어텍스 A72 프로세서는 물론이고 ARM은 T760의 뒤를 잇는 고성능 GPU인 ‘말리 T880’, 비디오 프로세서인 ‘말리 V550’, 디스플레이 프로세서인 ‘말리 DP550’ 등의 칩도 함께 포함된다. 또한 칩 생산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생산 공정 기술과 관련된 특허, ‘POP IP’도 묶인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관심이 있다면 ARM IP 스위트에서 이 POP IP 부분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어텍스 A72 프로세서는 16nm 공정으로 찍어낸다. 다른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ARM 프로세서 역시 20nm 아래로 들어오면서 3D 반도체 생산 방식인 핀펫 기술이 필요하다. 프로세서 제조사들이 공정 설계부터 최적화까지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발열과 수율 문제는 심각하면서도 풀기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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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은 TSMC와 협력해 공정에 대한 기술을 미리 어느 정도 다져놓고 이를 POP IP로 만들었다. 퀄컴 같은 프로세서 제조사가 이를 이용하면 16nm 핀펫 공정으로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을 비교적 쉽게 얻어낼 수 있다. 사실상 삼성 정도를 제외하고는 상당수의 칩들이 TSMC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ARM과 TSMC가 코어텍스 A72 생산에 대한 기술만 갖고 있다면 제조사로서는 새 공정에 대한 부담 없이 생산 효율과 수율을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인지 ARM은 2016년이면 코어텍스 A72를 쓴 스마트폰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내다봤다.

ARM은 코어텍스 A57을 준비하고 있는 프로세서 제조 파트너도 함께 발표했다. 그 중에서도 미디어텍과 록칩이 눈에 띈다. ARM은 이 회사들과 이미 코어텍스 A57에 대한 라이선스를 체결했다. 그 동안 이 두 회사는 중국의 저가 프로세서를 책임지고 있던 양대 산맥이다. 이 회사들은 값이 싸고 공정이 쉬운 ARM 7이나 코어텍스 A7같은 프로세서를 패키지 하나에 여러개씩 집어넣거나 작동 속도를 올리는 것으로 제품을 발전시켜왔다. 대신 코어텍스 A15나 A57에 대해서는 늦게 대응한 편이다.

그런데 이 록칩과 미디어텍이 최신 프로세서인 코어텍스 A72를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다. 이 점은 프로세서 시장에서도 중국의 힘이 커진다는 이야기다. 퀄컴, 엔비디아, 삼성 외에 무서운 경쟁자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이 칩들이 성능이 좋으면서도 값이 싸다면 중국의 짝퉁 시장부터 대형 제조사까지 순식간에 휩쓸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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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