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빅딜' HP와 컴팩의 합병은 성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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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 피오리나 전 HP 최고경영자(CEO)가 HP를 떠난 배경은 이사회의 해고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맞는 말이다. 칼리는 해고당했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기의 빅딜’로 평가받는 HP와 컴팩의 합병을 마무리한뒤 ‘빅블루’ IBM과 최후의 일전을 준비하다 예상밖의 해고로 잡작스레 그의 스토리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큼 드라마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이에 칼리의 자서전  <칼리 피오리나, 힘든 선택들: Tough Choices> (칼리 피오리나 저.공경희 역.해냄.1만5천원)은 칼리와 HP가 결별하던 순간, 드러나지 않은 내막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독서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나 역시 그랬다. 책을 읽고나면 칼리의 생생한 코멘트들만 모아모아 모아서 가상인터뷰 형태로 꾸며볼까하는 생각도 했다.

눈치빠른 분들은 짐작했을 것이다. <힘든선택들>에서 내가 그리 생생한 장면들을 보지 못했기에 지금 이런 스타일로 서평을 쓰고 있다는 것을.

솔직히 아쉬움이 남는다. 게임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털어놓는 칼리의 자기고백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높았던 탓일게다.

칼리는 자신의 책을 통해 HP 이사회로부터 해고당한 것에 대해 “그것은 부당했다”면서 자기방어적인 논리를 펼치고 있다.

당시 HP 이사회는 컴팩 합병건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이유로 칼리를 해고하는데, 칼리는 이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사회의 논리는 근거가 없으며 HP와 컴팩 합병 이후 나타난 결과물은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해말에는 HP 실적이 좋아지면서 비참하게 물러난 칼리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양사 합병관련 기사를 많이 썼던 입장에서 나는 HP와 컴팩의 합병이 그리 많은 시너지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고 보는 쪽이다. HP가 컴팩보다는 소프트웨어 업체나 결국 IBM으로 넘어간 Pwc를 인수하는게 낫지 않았을까하는 입장이다. (칼리가 떠난 뒤 HP는 SW업체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컴팩을 인수한 HP보다는 Pwc 컨설팅 사업 부문을 인수하고 레드오션이 된 PC사업부를 레노보에 매각한 IBM의 선택이 나중에는 보다 가치를 발휘할 것이란데 한표 던지고 싶다.

칼리의 운명을 가른 HP와 컴팩간 합병 얘기가 너무 길어졌나? 다시 책얘기로 돌아가자.

<힘든 선택들>은 관료주의가 몸에 밴 AT&T에서 사회 첫발을 내딘 칼리 피오리나가 AT&T에서 분사된 루슨트테크놀로지를 거쳐 실리콘밸리 벤처 신화의 상징 HP 지휘봉을 잡았다가 물러나기까지 겪었던 경험들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기업과 조직 그리고 기업윤리에 대한 칼리의 가치관도 풍부하게 담고 있다.

그가 사회 생활을 시작할 당시 미국도 어쩔수 없이 여성에 대한 편견이 심했던 모양이다. 마초적인 성향을 지닌 등장인물들이 여자라는 이유로 칼리를 비웃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으니… 그러나 칼리는 의지가 강한 성향인 같다. 이른바 ‘정면돌파형’. 결심히 서면 그대로 밀어부치고 부적절한 언어 폭력앞에서는 참지 말아야 한다는 소신도 곳곳에서 드러낸다. 자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이들을 설득, 팀워크를 만들어내는데도 남다른 재주를 보인다.

외국에 나가서는 그 나라의 관습을 존중할줄 아는 매너(?)도 있다. 그 예로 AT&T 시절 한국을 방문한 일화가 소개돼 있는데 지금은 LG로 이름이 바뀐 럭키금성 사람들과 기생이 나오는 술집에 나서 한국식으로 양주를 돌렸다는 내용이다. 칼리는 옆에서 파트너 역할을 했던 어느 여성분에 대해 “참 친절해서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밝히는데, 읽는 사람 입장에서 조금은 부담스럽다.^^

직접 인터뷰를 해본적은 없지만 지금까지 칼리 피오리나가 연설하는 장면을 두번 본적이 있다. 한번은 한국에서 한번은 외국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다.


그의 연설을 들으면서 느낀 점은 크게 두가지인데, 하나는 세련됐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말을 참 쉽고 명쾌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칼리는 정말이지 복잡한 문제를 단 몇줄의 문장으로 요약하는데 있어 대단한 능력을 지녔다. 타고난 능력일까? 이에 대해 칼리는 <힘든선택들>에서 “무대에 서면 한 사람과 대화를 해나간다는 생각에만 집중한다”고 밝히고 있다. 얼핏보면 쉽운데 생각해보면 매우 어려운 말이 아닐 수 없다.

<힘든 선택들>은 한 시대를 풍미한 경영자 칼리 피오리나의 자서전이다. 그에 대한 평가가 아직도 엇갈리고 있는 만큼 책을 읽고난 후의 느낌도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 싶다. 특히 HP와 컴팩의 합병을 지켜봤던 이들이라면 더더욱 그럴것 같다.

앞서 밝혔듯 나는 책을 읽고 중요한 대목에서 칼리의 자기고백이 다소 부족했다는 것에 갈증을 좀 느꼈다. 그러나 개인적인 판단일 뿐이다.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궁금하다. 독자분들의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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