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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혁 “엔씨와의 제휴, 넥슨과 무관한 일”

2015.02.17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가 글로벌 게임 시장 진출을 위해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은 2월17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서로 손을 잡았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의 지적재산권(IP)을, 넷마블게임즈는 모바일게임 플랫폼 역량으로 서로를 돕겠다는 취지다.

이날 두 업체의 제휴 소식에서 가장 관심을 끈 대목은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게임 업체 넥슨의 존재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현재 경영권을 사이에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의 이번 제휴가 넥슨의 경영권 참여를 방어하기 위한 포석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많이 나왔다. 결국,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이 발끈했다. 방준혁 의장은 기자간담회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번 제휴는 넥슨과 관련 없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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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

엔씨∙넷마블 제휴, 넥슨 견제용?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의 제휴를 바라보는 여러 시각 중 가장 흥미로운 풀이는 넥슨을 사이에 둔 해석이다. 먼저 넷마블게임즈 처지에서 이번 제휴를 바라보자. 넷마블게임즈는 이번 제휴를 통해 엔씨소프트가 그동안 손에 쥐고 있던 자사주 8.93%를 매입했다. 엔씨소프트의 지분 구조는 넥슨의 15.08%와 김택진 대표의 9.98%로 이루어져 있다. 넷마블게임즈는 이번 제휴로 엔씨소프트의 3대 주주 자리에 오른 셈이다.

이번엔 엔씨소프트 관점에서 보자.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가 3자 배정 방식으로 새로 발행한 주식 2만9214주를 샀다.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의 주식 9.8%를 갖게 됐다. 넷마블게임즈가 엔씨소프트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쓴 돈은 3900억원이고, 엔씨소프트가 넷마블게임즈의 주식을 사는 데 쓴 돈은 3800억원 정도다. 주식은 오갔지만, 두 업체 사이를 건넌 돈의 액수는 그리 크지 않다.

두 업체의 이번 투자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현재 엔씨소프트는 넥슨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비율은 15.08%에 이른다. 최대주주다. 김택진 의장이 9.98% 주식을 갖고 있지만, 자사주 8.93%는 의결권이 없다. 넷마블게임즈가 엔씨소프트에 우호지분 역할을 할 것이라는 가정을 세운다면, 엔씨소프트는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넷마블게임즈에 넘겨 최대주주인 넥슨을 견제할 수 있게 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김택진 대표의 경영권 강화에 이번 제휴의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넷마블게임즈도 엔씨소프트와 상황은 비슷하다. 넷마블게임즈에 들어가 있는 중국 게임 업체 텐센트의 지분은 28% 정도다. 넷마블게임즈가 신주를 발행해 엔씨소프트에 지분을 할당하면, 텐센트의 지분 비율이 희석되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엔씨소프트처럼 넷마블게임즈도 우호지분을 끌어들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넷마블 처지에서는 단돈 100억원 정도로 엔씨소프트의 주식을 갖게 됐다”라며 “텐센트의 지분 비율은 줄이고, 우호 지분의 비중은 높인 효과를 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서 “엔씨소프트의 자사주는 의결권에서 쓸모가 없었는데, 우호 지분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넷마블 “넥슨 의식? 말도 안 돼”

“오늘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가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질문이 너무 그런 쪽(넥슨 관련)으로만 나오는 것 같아요. 제가 이대로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추가로 좀 말씀드리겠습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의 이번 제휴는 최근 넥슨 이슈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기자회견이 거의 끝나는 시점에서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현장에서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최근 벌이고 있는 경영권 분쟁 문제가 이번 두 업체의 제휴를 이끌어낸 것 아니냐는 질문이 쇄도한 탓이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가 왜 이런 협업을 하게 됐는지 좋은 시각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란다”라며 두 업체의 글로벌 진출에만 집중해 달라고 거듭 요구하기도 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의 말을 이어받았다.

“넥슨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고요. 올해 들어 갑자기 한 고민은 아닙니다. 글로벌 진출은 몇 년 전부터 생각한 문제고, 엔씨소프트 처지에서는 무엇보다 모바일 시장 진입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두 대표의 주장대로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문제는 접어두자. 두 업체의 협력 그 자체도 의미가 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가 가진 장단점이 명확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높은 품질을 가진 소수의 게임만 개발한다는 점이 엔씨소프트의 특징이다. 반대로 넷마블게임즈는 1년에도 수십개의 게임을 쏟아낸다. 엔씨소프트는 모바일게임 역량이 약하고, 넷마블게임즈는 모바일게임 부분에서 압도적인 국내 1위 업체다. 엔씨소프트가 가진 ‘아이온’, ‘리니지’, ‘블레이드앤소울’ 등 게임의 지적재산권이 넷마블게임즈의 부족한 게임 지적재산권에 도움이 될 수 있고, 넷마블게임즈의 모바일게임 퍼블리싱 능력은 엔씨소프트를 도와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번 두 업체의 제휴에서 넥슨을 제외하면,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이라는 명백한 목표를 그릴 수 있다.

김택진 대표는 “국내 게임 시장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고민에 비하면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 일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라며 “지금은 국내 게임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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