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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큰3’ 다운받은 김장훈, 불법일까?

2015.02.24

설 연휴가 시작되자마자 트위터에서 작은 소동이 일었다. 가수 김장훈 씨가 지난 2월18일 올린 사진 한 장이 시작이었다. 김장훈 씨는 연휴를 맞아 영화를 보고 있다며 사진을 찍어 올렸다. 영화 제목은 최신 개봉작 ‘테이큰3’. 하필이면 화면엔 아랍어로 된 자막까지 드러나 있었다. 김장훈 씨도 트위터에 “근 한달 만에 쉬는 날이라 ‘테이큰3’ 다운받았는데 자막이 아랍어다. 슬프고 진지한 장면도 통 집중이 안된다”라고 썼다. 혹시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내려받은 영화 아닐까. 많은 트위터리안의 눈에는 영락없는 ‘불법 다운로드’로 비쳤다.

사건이 커지자 김장훈 씨는 해명에 나선다. 김장훈 씨는 P2P 사이트에서 돈을 지불하고 매니저를 통해 구한 영화이며, 그 P2P 사이트가 매우 큰 규모로 운영되고 있었다는 점, 내려받기 위해 돈을 지불했다는 점을 들어 불법 다운로드임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누리꾼은 이 대목에서 한 번 더 분노한다. 자신의 잘못을 가리기위해 매니저를 방패로 끌어들인 것 아니냐며 김장훈 씨의 해명에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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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훈 씨, 불법 아니니 안심하세요”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김장훈 씨가 영화를 어디에서 내려받았는지가 아니다. 아랍어 자막이 있었다는 점도 중요하지 않다. 영화를 내려받는 행위가 불법인지 아닌지가 핵심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장훈 씨의 행동은 불법이 아니다.

저작권법에 명시된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라는 조항 때문이다. 사적이용이란 개인이나 가족 등 개인에 준하는 제한된 단위에서 저작물을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김장훈 씨의 ‘테이큰3’ 사례를 보자. 김장훈 씨는 연휴 동안 보기 위해 다운로드 받았다고 밝혔다. 명백한 사적이용이다. 영화뿐만이 아니다. 음원을 비롯한 디지털콘텐츠와 상업용 소프트웨어도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조항에 부합한다면, 이는 불법이 아니다.

저작권법 제30조(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에 의한 복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더 이해하기 쉽다. 어떤 시집이 한 권 있는데 이 시집 안에 등장하는 시 한 편을 다른 노트에 옮겨적었다고 생각해보자. 이를 불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떤 이들은 자신이 구입한 저작물을 복제하는 행위에만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단서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하는데, 이는 틀린 주장이다.

만약 친구 A가 시집을 인쇄소에서 복사해 친구 B에게 전했다고 생각해보자. B는 복사된 시집에 등장하는 시 한 편을 노트에 옮겨적었다. 이 행동도 불법이 아니다. 이 상황에서 불법이 있다면, 시집을 복사해 B에게 전한 A의 복제 행위가 불법이다.

남희섭 오픈넷 변리사는 “사람들이 보통 영화나 노래를 다운로드하는 행동을 불법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불법이 아니다”라며 “스마트폰에 저장해서 혼자 보거나 듣기 위해 다운로드하면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장훈 씨의 행위가 불법이 되려면 어떤 조건이 만족해야 할까. 김장훈 씨가 친구를 초청하거나 집 근처에 사는 친한 이웃을 초대해 ‘테이큰3’ 상영회(공연)를 열거나, 누군가에게 전달할 목적(공중송신)으로 ‘테이큰3’을 공유할 경우에만 불법이다. 문제가 된 김장훈 씨의 트위터 사진은 이 둘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다운로드=불법’ 죄책감 주입하는 저작권자들

이번 사건으로 두 가지 문제에 생각이 가 닿는다. 인터넷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내려받는 행동이 불법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기획된 일종의 죄책감이라는 점, 그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매일 자행되는 ‘소셜살인’에 관한 것이다.

저작권법에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조항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다운받는 행위가 불법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일까.

남희섭 변리사는 “사람들이 용어를 ‘불법 다운로드’라고 습관적으로 부르니까 내가 인터넷으로 영화를 다운로드 받는 것이 마치 불법인 것처럼 됐다”라며 “죄의식을 갖게 해 이익을 더 가져가려는 저작권자들의 의도”라고 풀이했다.

남희섭 변리사는 유명한 영화배우가 다수 참여한 ‘굿 다운로더’ 캠페인을 대표적인 기획의 사례로 꼽았다. 굿 다운로더 캠페인 뿐만인 아니다. TV에 종종 방영되는 불법 콘텐츠 근절 공익광고에서도 인터넷 다운로더는 항상 어두운 방과 음침한 분위기 속에서 연출된다. 죄의식을 갖게 하려는 의도적인 표현이다.

남희섭 변리사는 “저작권법이 개인의 거실에까지 들어오게 할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라며 “현행법으로는 개인의 안방에서만 이뤄지는 행위에는 저작권법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미필적 ‘SNS 살인’을 그만두시라

김장훈 씨의 이번 사건에서 특정 개인이 더이상 사회 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사회적 살인이라면, SNS에서 이뤄지는 타인에 대한 다수의 공격은 ‘SNS 살인’이 아닐까. SNS 시대 개인의 이슈는 더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다. 사실관계가 아니라 대중의 분노를 따라 흐른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이다.

김장훈 씨가 불법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의혹, 그 의혹이 호명하는 분노는 군중과 만나 눈덩이처럼 커진다. 지목된 대상을 파괴하는 수단이 될 뿐 문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누구나 키보드 하나로 SNS에서 판사와 검사, 경찰을 자처한다. 자유청년연합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체는 급기야 김장훈 씨를 고발하고 나섰다. 저작권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창작자 본인이 영화를 내려받아 불법을 저질렀다는 게 고발의 이유다. 키보드 재판관과 키보드 검사는 있는데, 키보드 변호사가 없다는 점을 아쉬워해야 할까 의문이다.

이제 김장훈 씨에게 치켜든 비난의 손가락을 거두시라. 자유청년연합의 고발장도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조항 앞에 부질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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