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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망중립성 ‘동상이몽’

2015.02.27

망중립성은 인터넷과 통신 업계의 중요한 이슈다. 인터넷 위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쪽과, 망을 제공하는 입장에서 투자한 만큼 인터넷 속도의 조정을 사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양쪽의 논리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미국과 한국에서 망중립성과 관련된 판단이 내려졌다. 그리고 그 결론은 정반대 방향으로 흘렀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2월26일 통신사업자들이 망 위에서 서비스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망중립성 원칙을 통과시켰다. 이 표결의 중심에는 통신사가 특정 서비스에 대해 속도와 요금으로 차별을 두는 이른바 ‘급행 수수료’가 있었다. 통신사들이 비싼 요금제, 혹은 별도의 옵션 요금으로 특정 인터넷 서비스의 통신 속도를 높이는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통신사들이 급행 인터넷을 입에 올리자 미국 사회는 찬반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신생기업의 성장, 소비자 보호를 위해 공개된 인터넷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고,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사업자들도 이를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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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에 미 연방통신위원회는 표결로 망중립성을 판단했다. 결과는 찬성 3표, 반대 2표로 인터넷망이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결론을 끌어냈다. 톰 휠러 FCC위원장은 “인터넷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수단”이라고 주장하며 찬성의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표결의 쟁점은 통신사들에 대한 강력한 규제에 있다. 미국 통신법은 통신관련 사업자를 4가지로 나누어 각각 타이틀 1~4로 구분한다. 그 동안 인터넷 공급업체들은 정보 서비스 사업자로서 타이틀1로 분류되어 왔다. 이를 타이틀2로 묶어 가장 강력한 제제가 따르는 전화 통신사업자와 함께 묶었다. 타이틀2는 사실상의 공공재 성격을 띠고 있다. 인터넷도 보편적인 자원으로 통신사가 직접 서비스의 내용을 규제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터넷 기업들은 특정 서비스의 속도 차이로 추가 요금을 걷어들이거나 서비스 경쟁을 차단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로막힐 가능성이 한결 높아졌다. 당연히 컴캐스트를 비롯한 통신사는 연방통신위원회의 표결 결과에 반발했고, 넷플릭스같은 OTT 사업자는 반길 수밖에 없다.

한편 국내에서는 비슷한 사안에 대해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6일 저가 요금제에서 mVoIP 기반의 인터넷 전화에 대해 통신사들이 일정 부분 속도 차이를 두고 있는 현 제도에 대해 합당하다고 인정하는 판결을 냈다.

이 재판의 시작은 2012년 카카오톡의 음성채팅 서비스 ‘보이스톡’이 등장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통신사들은 음성채팅 서비스에 대해 음성통화 서비스와 간섭을 일으킬 수 있다며 카카오톡에 대해 속도 제한을 걸었다. 인터넷 속도로 서비스를 못 쓰게 막은 것이다.

이에 대해 OTT 사업자들, 그리고 오픈넷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이 사건은 법원까지 가게 됐다. 그 사이 통신사들은 일부 요금제에 대해 제한적으로 무선인터넷에서 mVoIP를 허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계약한 데이터 제공량에 대해 활용처를 통신사가 좌지우지하는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법원은 1심 판결을 통해 통신사들이 대규모의 자본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사업을 잠식하는 서비스에 대해 견제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요금제에 따라 mVoIP 서비스에 차등을 두는 약관은 미래창조과학부나 방송통신위원회 등 전담 기관에서 타당성을 판단해 인가했고, 가입자도 저가 요금제에서 mVoIP가 제한된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황에서 계약에 동의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2012년 카카오톡 논란이 일었던 당시에 이동통신사들도 비슷한 주장을 했던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망중립성과 공정거래법 관점이 아니라 통신사가 약관을 지켰느냐는 관점에 더 쏠려 있다는 인상을 준다. 오픈넷의 박경신 이사는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은 약관의 계약 관계만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약관 해석과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없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데, 미래부의 인가를 받았다고 해서 소비자와 공정한 거래를 한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위 두 가지 사건은 모두 최종 확정된 결론은 아니다. 재심, 혹은 여론을 통해서 답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의 결정이 국내 법 판결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끼치지도 않는다. 하지만 망중립성에 대한 논의가 몇 년 째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망중립성을 바라보는 업계와 소비자의 상반된 시선은 조금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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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