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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쑤다] 전기차의 다음 승객은 ‘IT’

2015.03.09

자동차와 IT의 결합은 흥미로운 주제이자, 당장 닥친 현실입니다. 누구나 이왕이면 자동차가 더 똑똑해지길 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릴적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보던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성큼성큼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차량에 새로운 기술이 더해지는 것은 늘 논란을 낳습니다.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지요. 지금 단계에서 우리가 차량을 더 똑똑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소통’과 ‘연결’입니다.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라고도 부르는 것이지요. 자동차가 스마트폰과 연결되고, 인터넷에 연결됩니다. 자동차끼리도 소통하고, 더 나아가 도시 관제 시스템과 접속해 교통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기술들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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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상용화도 머지 않은 듯 합니다. 제가 근래에 만나본 자동차 중에서 현실성을 떠나 현재 기술이 지향하는 미래에 다가서고 있다고 느끼게 한 것은 테슬라의 ‘모델S’와 BMW의 ‘i3’였습니다. 당연히 모델S를 국내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i3는 BMW가 의욕적으로 밀고 있는 차량이기도 합니다. 일단 이 차는 전기 모터만으로 움직이는 100% 전기차입니다. 전기차를 꼭 IT와 연결지을 수는 없습니다. BMW는 이 차량을 기점으로 국내에 판매되는 차량 대부분에 3G 통신 기능을 넣고, BMW의 여러가지 앱을 스마트폰과 차량에서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i3의 기본적인 UX는 여느 차량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차량에 통신망이 붙으니 꽤 재미있는 요소들이 생겨납니다. 일단 원격 제어가 가능해집니다. 차량을 스마트폰에 등록하고 나면 스마트폰에서 모든 정보들이 훤히 들여다 보입니다. 전기차로서 가장 중요한 배터리 충전량이 보이고, 앱에서 차량의 문을 잠그거나 열 수도 있습니다. 라이트를 켜거나 경적을 울려 넓은 주차장에서 차량을 찾는 것도 됩니다. 엔진 시동을 걸지 않아도 공조기를 미리 켜둘 수 있는 것도 편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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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차량의 배터리를 충전해야 했는데 이때도 스마트폰에서 배터리 충전량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고, 충전을 마칠 때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도 앱에 띄워줍니다. 또한 남아 있는 배터리 전력량을 토대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지도에 표시해주기도 합니다. 차량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에서도 목적지까지 거리와 배터리 충전량을 연결지어서 목적지까지 편도, 혹은 왕복으로 주행할 수 없을 때는 미리 경고하고, 가는 경로에 있는 충전소를 안내해주기도 합니다.

원격 제어는 여러가지 우려를 안고 있긴 확실히 편리하긴 합니다. 현재로서는 제어할 수 있는 부분들이 안전과 관계가 적은 데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다만 스마트폰에서 차량 제어 버튼을 누르면 보안을 위해 서버를 거쳐서 차량에 명령이 전송되는데 그 속도는 꽤 느린 편입니다. 3G를 쓰기 때문이라기보다 서버의 위치와 보안 등에 따른 응답 속도 문제로 보입니다.

커넥티드카를 설명하기 위해 i3를 선택했던 이유는 BMW가 비교적 스마트폰 앱을 많이 마련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BMW는 커넥티드 드라이브라는 이름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자체적으로도 컴퓨 팅 기능이 있지만 스마트폰, 그리고 그 앱을 함께 활용하는 앱들이 꽤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급가속, 급정지를 점수로 매기는 에코 드라이브를 체크하는 앱부터, 특정 도로를 달리는 시간을 자동으로 기록하는 랩타이머 앱도 있습니다. 일상 생활 습관과 게임을 연결짓는 이른바 게이미피케이션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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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일반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도 자동차와 연결됩니다. 차 안에서 필요한 앱들은 주로 귀를 즐겁게 해주는 앱이지요. 인터넷 스트리밍 라디오, 오디오북이 대표적인 앱입니다.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국내 스트리밍 업체들도 BMW용 앱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이미 스마트폰은 우리가 음악, 영상, 팟캐스트, 라디오 등 콘텐츠가 한 곳에 모이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기능도 있습니다. 이건 사실 커넥티드 드라이브 초기부터 들어갔던 기능입니다. 과거 스마트TV의 용도로 온 가족이 모여 앉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를 하던 광고가 웃음거리가 됐던 적이 있습니다. 단순히 가장 인기 있는 앱을 새로운 플랫폼으로 옮기는 시도는 꽤 많습니다. SNS 메시지를 읽어주는 것은 재미있긴 하지만 이제 운전중에 SNS는 적합하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차량을 기반으로 한 SNS도 꾸준히 고민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은 여정을 기록으로 남겨주는 SNS를 고민했고, ‘오토매틱’은 차량에 꽂는 액세서리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주변의 차량들과 가까이 있을 때 알려주는 기능을 넣었습니다. 자동차와 SNS를 묶는 것도 고민 끝에 서서히 답이 만들어져가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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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하나의 서비스 플랫폼이 될 겁니다. 그 주도권을 자동차 회사가 가져가게 될 지, 서비스 업체가 가져가게 될지, 아니면 운영체제를 갖고 있는 기업이 가져가게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알력다툼보다는 각 분야의 협력이 잘 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IT 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새 기술을 내놓고 있습니다. 기술은 여러 협회를 통해서 공유됩니다. 자동차 회사들도 각 서비스 플랫폼의 API를 공개하고 차량 정보를 공유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당장 올해는 차량과 스마트폰, 그리고 인터넷의 연결에서부터 시작될 전망입니다. 그리고 연결이 대중화되고, 안전이 답보된다면 다음 단계는 차량과 차량, 도시와 차량이 연결되는 시나리오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5G 네트워크,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공공데이터 등 입에 오르내리는 모든 기술들의 목적지도 자동차로 모입니다. 머지 않아 ‘앱이 많은 자동차’가 ‘옵션 많은 자동차’처럼 선택의 기준이 되지 않을까요?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