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사태로 본 기술과 사회의 대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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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아무개 의류회사 브랜드 로고엔 자전거의 초기 모델이 그려져 있다. 귀족으로 보이는 신사가 유난히 큰 앞바퀴에 긴 다리를 뻗어 페달을 내젓는 형상이다. ‘제대로 굴러갈까’ 싶을 정도로 불편하고 어색해 보인다. 당시 남성들은 56인치 커다란 앞바퀴를 지닌 자전거의 역동성을 선호했다. 초기 자전거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처음으로 자전거라는 이름으로 불린 페니파싱.(penny farthing).  1886년  두 명의 남성이 페니파싱을 타고 있다.(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퍼블릭도메인)

처음으로 자전거라는 이름으로 불린 페니파싱.(penny farthing). 1886년 두 명의 남성이 페니파싱을 타고 있다.(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퍼블릭도메인)

자전거 앞바퀴가 지금처럼 유사한 크기로 균형을 맞춘 건 여성과 노인들 덕이다. 당시 자전거의 큰 앞바퀴는 긴 치마를 입고 다니던 여성들에겐 불편함을 초래했다. 자연스럽게 앞바퀴의 크기가 줄어든 여성들을 위한 자전거 모델이 등장했고 지금 자전거의 꼴로 자리를 잡게 됐다.

[social_quote duplicate=”yes” align=”default”]기술에는 그 기술이 탄생한 토양의 사회문화적 정신이나 이데올로기가 반영돼 있다. 우버의 ‘기술적 코드’는 한국 사회엔 이질적일 수 있다. 실리콘밸리와 한국 사회가 성장해온 배경이 다르기에 요구되는 기술적 맥락도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social_quote]

자전거의 역사에 볼 수 있듯 기술은 사회적으로 서서히 구성되는 경향을 갖는다. 특정한 기술이 개발되면 다양한 관계집단들이 저마다의 목소리와 요구를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기술은 조금씩 변형되기도 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기도 한다. 학계에서는 이를 기술적 유연성 혹은 해석적 유연성이라 부른다. 기술은 개발자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집단의 개입으로 수없이 변형되고 새롭게 탄생한다는 의미에서다. 이러한 관점을 ‘기술의 사회적 구성론’(SCOT)이라고 일컫는다.

우버가 사회와 겪은 4가지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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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광고.

자전거 기술의 변천 과정을 사회구성론적 관점에셔 연구한 핀치와 바이커 교수의 논문은 우버 사태를 분석하는 데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 우버가 국내에 진출한 이후 발생한 수많은 논란을 사회구성론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구성론의 시각을 일부 빌려보면 그간 우버가 한국 사회에서 겪은 과정은 유입-갈등-협상-종결의 4단계 국면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유입 국면] 우버가 한국 사회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13년 8월이다. 우버는 서울에서 론칭 행사를 갖고 출범을 알렸다. 우버는 초기 우버블랙라는 상품을 내세워 조심스럽게 한국 사회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우버는 공유경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며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을 무렵이었다.

렌터카 서비스에 가까웠던 ‘우버블랙’은 운송사업법 위반의 소란 속에서도 비교적 조용하게 한국 사회에 진입해 들어오는 듯했다. 국내에선 우버의 지명도가 높지 않았던 데다 사회적 논란거리가 될 만큼 영업 행위가 활발하지 않은 탓도 있었다.

[갈등 국면]  우버와 한국 사회의 갈등 국면은 우버가 한국 서비스를 내놓은 지 약 1년 만인 2014년 7월부터 본격화했다. 택시종사자가 적극적으로 우버의 영업 행위 제재를 서울시에 요구했고 서울시는 이에 호응해 우버에 대한 강경대응 입장 발표했다. 8월에는 국토부가 서울시와 동일한 입장을 천명하면서 갈등은 더욱 증폭됐다. 이에 맞춰 관련 이해집단인 서울시택시조합은 직접 거리 시위에 나서며 우버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우버 쪽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서울시를 향해 “서울이 아직 과거에 정체돼 있으며, 글로벌 ‘공유경제’ 흐름에 뒤처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훈계까지 했다. 우버는 국토부, 검찰 등의 입장이 언론을 통해 발표될 때마다 즉각 반대 성명으로 대응하며 갈등을 유발했다.

시민들의 의견도 극과 극으로 갈렸다. 서울 택시의 승차 거부에 오랫동안 불만을 가져왔던 시민들은 우버의 행보에 찬사를 보냈고 낡은 규제의 수정을 요구했다. 해묵은 과제였던 택시 승차거부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반면 택시 일자리의 감소를 염려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올 2월부터 갈등에서 협상·타협 국면으로

우버는 2014년 10월 국내에서 우버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 출처 : 우버 블로그)

우버는 2014년 10월 국내에서 우버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 : 우버 블로그)

[협상 국면] 극단으로 치닫던 갈등은 2015년 2월 들어 서서히 협상 국면으로 전환됐다. 강경 일변도이던 우버도 조금씩 부드럽게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우버는 국내 로펌과의 협의를 거쳐 ‘우버 기사등록제’를 제안했다. 한국의 기존 규제와 일정 부분 타협하면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러한 태도 변화에는 몇 가지 변수가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카카오가 2014년 12월17일 서울시택시조합과 업무협약을 맺고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준비한다는 발표가 전해졌다. 2015년 1월13일에는 카카오택시 기사용 안드로이드앱까지 출시됐다. 자생적 택시 공유 서비스가 시동을 걸며 우버의 입지를 좁혀갔다.

이러한 과정에서도 우버는 불법 논란의 축이었던 ‘우버엑스’를 무료로 전환하며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계속했다. 불법 논란을 피해가기 위한 협상 전략이었지만 ‘꼼수’라고 비판받기도 했다. 우버의 마케팅 전략이 도를 넘었다는 여론이 불거지던 때이기도 하다.

[논쟁 종결 국면] 올해 3월6일을 기점으로 우버 사태는 종결 국면으로 빠르게 접어들었다. 우버는 이날 논란의 ‘우버엑스’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압박이 좀체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투항한 것이다. 그리고 이틀 뒤 우버는 방통위에 위치기반 서비스 사업자 신고를 완료했다. 한국 사회의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이렇게 우버 논란은 갈등 국면에 들어선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마무리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우버 차단이 한국 사회 반혁신성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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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우버 항의 시위 현장 (출처 : 플리커 CC BY -SA 2.0)

많은 이들이 우버 사태를 비평하며 ‘한국 사회의 반혁신성’을 꼬집는다. 기술 기반의 혁신이 한국에선 불가능하다고 못 박는 이도 있다. 우버의 도입을 한국 사회의 혁신 정도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인 양 평가한다. 변형이 이뤄지지 않은, 실리콘밸리 그대로의 모습으로 한국 사회에 안착하는 것이 곧 혁신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인식에서 한국 사회의 제도와 문화는 논의 대상에 배제되거나 무시된다.

잠시 자전거의 역사로 되돌아가 보자. 긴 치마를 입은 여성들에게 56인치 자전거 앞바퀴는 문화적으로 적정한 기술이 아니었다. 이해관계자로 여성이 개입하면서 자전거는 변형됐고 기술은 진보할 수 있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기술 설계에 영향을 미친 덕이다. 그만큼 기술 수용자의 선택의 폭은 넓어졌고 이 과정에서 기술은 유연하게 혁신의 경로를 만들어냈다. 그 사회문화에 그리고 제도에 기술이 적응하면서 만들어낸 풍경이다. 만약 앞바퀴의 크기를 줄여야 한다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반혁신’으로 치부돼 무시됐다면 지금 형태의 자전거는 등장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우버는 한국 사회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자생적 서비스가 아니다. 캘리포니아라는 이질적 제도와 문화적 토양 위에서 탄생한 실리콘밸리 기술 서비스다.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냐는 기술 수용자의 선택의 문제일 뿐, 혁신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긴 어렵다.

우버가 한국 사회에 기여한 것들

어찌됐든 우버는 한국 사회에 여러모로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 택시 승차거부와 같은 고질적 사회 문제를 다시 한번 정책적 검토의 도마 위에 올려놨다. 응축된 대중의 분노를 끄집어내는 계기도 낳았다. 우버 사태로 승차거부가 다시 불거지자 서울시는 적극적으로 제재하는 방안을 지난해 내놓았다.

시민들의 기술적 선택지도 넓혔다. 제도와 문화,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택시 공유 서비스의 등장을 자극했다. 모호한 실체로 남아있던 다음카카오의 택시 공유 서비스가 구체화됐고, 콜택시 앱 리모택시가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술 경쟁이 촉발되면서 더 나은 혁신을 낳을 수 있는 분위기도 마련됐다. 우버도 적응적 혁신(Adaptive Innovation)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실리콘밸리의 파괴적 혁신이 전세계의 시대정신을 대변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기술에는 그 기술이 탄생한 토양의 사회문화적 정신이나 이데올로기가 반영돼 있다. 이를 기술철학자인 앤드류 핀버그는 기술적 코드(Technical Code)라고 했다. 우버의 기술적 코드는 한국 사회엔 이질적일 수 있다. 실리콘밸리와 한국 사회가 성장해온 배경이 다르기에 요구되는 기술적 맥락도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혁신은 기술이 사회적으로 수용될 때 일어난다

미국 공화당이 개설한 우버 지지 청원 사이트.(사진 출처 :  미국 공화당 홈페이지)

미국 공화당이 개설한 우버 지지 청원 사이트.(사진 출처 : 미국 공화당 홈페이지)

우버의 서비스 전략은 미국 내에서 정치적 편가름을 낳을 만큼 실리콘밸리의 탈규제 자유시장적 코드를 대변한다. MSNBC의 지난해 12월 보도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은 우버를 지지하는 청원을 추진하며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소속 지역은 우버를 규제하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올란도나 휴스턴 같은 친공화당 지역은 우버에 대한 규제를 더 선호하기도 한다. 그만큼 우버는 미국에서조차 ‘정치화한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 사회와 타협한 우버는 다양한 이해집단과 협상한 결과물이다. 그 이해집단에는 한국 정부, 우버 사용자, 택시업계, 지방자치단체, 서울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돼있다. 이 같은 기술과 사회의 협상과 타협 과정은 기술이 진보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실리콘밸리 본 모습 그대로의 우버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한국 사회를 반혁신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그래서 섣부르다. 실리콘밸리 기술의 무조건적 수용을 혁신으로 평가하는 추종적 인식에서 조금은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클레이 셔키는 “(문화)혁명은 한 사회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가 새로운 습관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일어난다”고 말했다. 조금 바꿔쓰면 혁신은 새로운 기술이 이식될 때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수용될 때 비로소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우버는 한국에서 사회적 수용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집단의 보편적 동의를 얻는 데도 실패했다. 우버가 뒤늦게나마 우버엑스 서비스를 중단하고 우버블랙을 현행법에 따라 운영하기로 한 결정은 그래서 반갑다. 왜 기술이 사회와 대화해야 하는지 이제서야 깨달은 듯해서다.

참고 자료 

  • 위비 바이커 외.(1999). 과학기술은 어떻게 사회적으로 구성되는가.(송성수 역). 99~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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