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핀테크] “고객이 돈 벌게 해줘야 진짜 핀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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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에서 테크라는 게 모바일이나 IT를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실제로 고객에게 수익을 제공하는 기술, 그게 핀테크입니다.”

문홍집 뉴지스탁 대표(CEO)가 말했다. 핀테크는 IT를 결합해 보수적인 금융업을 혁신하는 일 또는 이런 일을 하는 회사를 일컫는 말이다. 국내에 핀테크 기업은 많지 않다. 그마저도 대다수는 간편결제 쪽에 쏠려 있다. 이들은 돈을 쓰기 편하게 해준다고 사용자를 모은다.

하지만 애초에 지갑에 돈이 없는데, 돈 쓰기 편해진다고 지갑을 더 자주 열게 될까. 문홍집 대표는 핀테크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 지갑에 돈을 넣어주겠다고 과감히 나섰다. 그는 2011년, 회계법인에서 일하던 아들 문경록 씨와 함께 주식 투자 자문서비스 뉴지스탁을 차렸다. 두 부자는 뉴지스탁 공동대표다.

왼쪽부터 문홍집∙문경록 뉴지스탁 공동창업자. 두 사람은 아버지와 아들 사이다

▲왼쪽부터 문홍집∙문경록 뉴지스탁 공동창업자. 두 사람은 아버지와 아들 사이다

핀테크 1세대, 핀테크 스타트업 차리다

문홍집 대표는 국내 핀테크 1세대다. 그는 경북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개발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이닉스의 전신인 LG반도체와 GE를 거쳐 금융권에 발을 디뎠다. 1997년 대신증권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만들 때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전문투자자가 유닉스나 리눅스 워크스테이션에서 주문을 넣던 시스템을 윈도우 운영체제(OS) 기반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일반인도 인터넷으로 주식을 사고 팔 길이 열렸다. 인터넷도 생소하던 시절 ‘윈도우95’ 발매와 함께 HTS를 선보인 대신증권은 이를 발판으로 시장점유율 30%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HTS는 국내 증권 시장이 크는 데도 기여했다. 국무총리 표창도 받고 <비즈니스위크>에서 아시아를 빛낸 인물 50명에도 꼽혔다. 문홍집 대표도 승승장구했다. 적어도 부사장 자리까지는.

금융업계는 예나 지금이나 보수적이다. 공대 출신 인물이 금융회사 사장 자리에 앉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문홍집 대표도 계열사 사장 명함을 번갈아 들고 다녀야 했다. 경제연구소와 투자신탁사 같은 계열사에서 경영자로 일하면서 그는 IT에 금융공학을 접목하자는 생각에 가 닿았다.

“한국은 단순히 HTS만 세계 최고가 아니에요. 그 안에 들어간 콘텐츠도 정말 잘 돼 있죠. 이미 1990년대 말부터 오픈 API 플랫폼 비즈니스를 시작했다고요. 사고 팔기만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언어도 만들었어요. 그걸 제공해서 차트에 사고 팔기 조건을 입력해 매매하는 걸 우리나라도 이미 15년 전에 했죠.”

하지만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기는 힘들었다. 그가 몸담은 회사는 이미 대기업이 돼 있었다. 그는 대신증권 부사장직을 마지막으로 금융계를 떠나 몇년 동안 고민해온 작업에 뛰어들었다. 뉴지스탁을 창업했다.

“사실 전문적인 사람만 하는 거고, 우린 50~70대 투자자가 안전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려 해요. 이 시장을 노린 게 뉴지스탁입니다.”

증시를 예보한다

뉴지스탁은 투자하기 좋은 종목을 꼽아 알려준다. 겉보기에는 투자 자문 콘텐츠를 내주는 서비스다. 뉴지스탁이 핀테크 스타트업인 이유는 콘텐츠 뒤에 숨어 있다.

뉴지스탁 뒷단에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종목 1900여개를 분석하고 점수를 매기는 빅데이터 기술이 돈다. 뉴지스탁은 이런 기반 기술을 ‘퀀트엔진’이라고 부른다. 계량적 분석(quantitative analysis) 엔진을 줄인 이름이다. 증권계에는 ‘무릎에서 사고 어깨에서 팔라’는 말이 있다. 큰 욕심 버리고 적당히 쌀 때 사서 적당히 비쌀 때 팔면 이익이 난다는 뜻이다. 뉴지스탁은 국내 증시 자료를 분석해 무릎에 사고 어깨에서 팔 방도를 찾았다. 문홍집 대표는 이 원리를 ‘고스톱’ 게임에 빗대 설명했다.

“고스톱을 4명이 치잖아요. 고스톱 칠 때 항상 돈을 따는 사람은 별로 없죠. 4명이 해서 1등 하기도 힘들어요. 4명 중 1등이면 상위 25%죠. 1900개 종목을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순위를 매겨요. 밑에서 상위권으로 올라오는 종목을 매매하면 이익을 극대화하는 알고리즘을 찾은 겁니다. 창업 전에 이미 패턴을 찾아냈고 시뮬레이션을 했죠. 덕분에 창업하자마자 증권사에 서비스를 하기 시작했죠.”

보통 주가 예측은 차트와 재무재표를 근거로 한다. 차트 분석은 100년이 넘었다. 문제는 주가 차트가 후행성이라는 점이다. 사건이 생기고 주가가 움직여야 그게 차트에 반영된다. 과거를 흔적에서 미래를 점치는 셈이다. 어제 비가 왔다고 오늘도 비가 온다고 말할 수 있을까.

“차트에도 기술지표라는 게 100가지가 넘어요. 왜 이렇게 많을까요. 안 맞거든요. 예전엔 맞았는데 지금은 안 맞으니 또 만들고, 기술지표를 100가지 넘게 만들어두니 투자자는 오히려 어떤 종목에 어떤 지표를 써야 할지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원숭이에게 종목을 고르게 하는 장난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문홍집 대표는 주가 움직임에 20여가지 요소를 접목해 점수를 매기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주가가 낮은 곳에서 치고 올라올 만한 종목을 위주로 70점이 넘으면 매수하라고 조언하고, 반대로 30점 아래면 매도하라고 알려준다. 마냥 분석 알고리즘만 믿는 건 아니다. 금융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뉴지스탁 전문 인력이 시장 상황에 따라 점수를 조정하기도 한다. 전문가의 질적 평가와 알고리즘의 양적 평가를 겸해 더 믿을 만한 콘텐츠를 만든다고 문 대표는 설명했다.

가상계좌에 매매수수료를 적용하고 실전처럼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는 꽤 성공적이었다. 2013년은 95%, 2014년엔 150% 수익률을 기록했다. 키움증권, 현대증권, SK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대신증권 등 증권사 5곳과 한국경제TV, 이데일리, 이투데이 등 언론사 3곳이 뉴지스탁에서 증시 예측 콘텐츠를 제공받는다. 증권플러스 카카오에서도 뉴지스탁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다.

핀테크 기술로 주식 시장을 투명하게

주식은 돈이 된다. 돈이 되니 이미 다양한 서비스가 많다. 종목 추천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이미 차고 넘치는 투자 조언 서비스 가운데 뉴지스탁이 차별화되는 지점 역시 핀테크 기술이다. 문경록 공동대표가 말했다.

“우리나라는 주식 투자가 투기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개미투자자가 돈을 많이 잃는 이유는 위험하게 작전주에 손 대거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갖고 투자해서 그런 겁니다. 이들이 정보가 없는 이유는 뭘까요. 공신력 있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로 기관이나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보고서를 써요. 개미투자자보다 기관투자자 쪽이 돈이 되니까요.”

뉴지스탁은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종목은 1900여개. 이 가운데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분석하는 종목은 500개 남짓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뒤집어 보면 전체 종목 가운데 74%는 전문가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분석하는 종목은 삼성전자처럼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다. 기관투자자는 운용해야 할 돈이 많기 때문에 덩치 큰 종목을 위주로 추천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손댈만한 작은 종목은 더더욱 공신력 있는 전문가에게 분석된 적이 없을 가능성이 커진다. 문경록 공동대표는 “개인투자자가 느끼기엔 대다수 종목이 분석 안 돼 있어 주식이 투기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며 “뉴지스탁은 핀테크 기술을 활용해 계량적인 분석 정보를 제공해 개인투자자에게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정보가 시장을 건전하게

소수 대형 종목에만 편중된 분석 서비스를 모든 종목으로 확대한 덕분에 주가 예측 시스템이 주가에 영향을 주는 문제도 대부분 해결했다. 국민연금 같이 큰 투자자가 주식을 사거나 팔면 주식 시장 자체가 따라 움직인다. 대형 펀드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운용자금이 많다보니 작은 종목은 사기 힘들다. 이들이 작은 종목에 손대면 주가가 급등락하기 때문이다. 결국 큰 돈은 큰 종목에 쏠리는 현상이 반복된다. 사용자가 많은 추천 서비스도 같은 문제에 시달린다. 뉴지스탁은 상장된 모든 종목을 분석하고 소개하기 때문에 기존 추천 서비스보다 쏠림 현상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문경록 공동대표는 말했다.

뉴지스탁은 일반 투자자뿐 아니라 전문가를 위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다른 투자 자문 서비스는 분석 결과만 제공하지 분석 과정은 공개하지 않는다. 고객은 일방적으로 애널리스트가 ‘괜찮다’고 꼽은 정보를 받아봐야만 한다. 문경록 공동대표는 이런 기존 서비스를 ‘블랙박스’ 방식이라고 불렀다.

뉴지스탁은 상장된 모든 종목을 분석할 수 있는 도구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간편하게 종목 추천 콘텐츠를 받아봐도 되지만, 추천 근거를 들여다보고 스스로 종목을 분석할 수도 있다. 고객에게 직접 분석 도구를 내주는 이런 서비스를 ‘툴박스’라고 부른다. 문경록 공동대표는 “블랙박스와 툴박스 2가지를 모두 제공하는 점이 다른 종목 분석 서비스와 뉴지스탁이 다른 점”이라고 풀이했다.

“국내 증권사는 쉬운 비즈니스에만 몰두”

돈을 아끼게 도와준다는 말은 하기 쉽다. 하지만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은 위험하다. 자칫 잘못하면 사기꾼 소리를 들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문홍집 대표는 굳이 어려운 길을 택했다. 이유를 묻자 문 대표가 말했다.

“우리는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어려운 부분에서 일하는 회사예요. 정확히 오를 종목을 꼽아주고, 예상 수익률도 보여주죠. 이런 진검승부를 하는 회사는 국내에 거의 없어요.”

“증권사도 그렇고 모든 금융회사가 쉬운 비즈니스만 너무 오래 하는 것 같아요. 뭔가 싸게 공짜로 내주는 것만 하잖아요. 그래 놓고 결국 나중에 가서 먹을 게 없어서 적자 보는 상황까지 내몰려요. 주식 투자자가 투자하는 이유는 돈 벌려는 거지, 수수료 적게 내려는 게 아닙니다. 정작 해야 할 일은 돈을 벌게 해주는 건데, 증권사가 뭘 하겠다는 건 없고 ‘싸게 공짜로’만 계속해요. 이건 너무 쉬운 결정이죠.”

문홍집 대표는 고객이 돈을 벌게 해주고 금융회사도 돈을 벌어야 산업이 발전하는데, 한정된 수수료 시장에만 목맨 탓에 국내 금융산업이 정체돼 있다고 비판했다.

“누구나 쉬운 걸 하려고 해요. 맞추고 예측하고 오류를 줄이는 작업은 아무도 안 하려고 해요. 힘드니까요. 책임도 따르고요. 우리는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어려운 부분에서 일하는 회사예요. 몇년 동안 검증도 받았죠. 하루에 몇십 종목씩 던져놓고 그 중에 걸리면 좋고 아니면 말고 하는 게 아니라 정확히 오를 종목을 꼽아주고, 그대로 투자하면 예상 수익률도 보여주죠. 이런 진검승부를 하는 회사는 국내에 거의 없어요.”

돈을 벌 줄 모르니, 돈을 쓸 줄도 모른다. 금융업계가 투자에 소극적인 이유 역시 적극적으로 수익을 내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경록 공동대표는 증권사가 수수료를 낮추는 비용절감으로만 경쟁하다보니 콘텐츠에 돈을 안 쓰게 됐다고 얘기했다.

“저희가 초기에 영업 다닐 때 ‘이런 서비스를 만들어서 수익률이 이정도 나오니 값을 얼마 받으려고 한다’고 얘기하면 ‘그런 건 난 모르겠고, 지금까지 콘텐츠에 한달에 100만원 이상 준 적 없으니 100만원만 받고 아니면 안 산다’라고 하더라고요. 결국 거래는 틀어졌죠.”

올해는 중국 시장 노린다

뉴지스탁은 창업 3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 자생할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한국 증시는 전세계 주식 시장에서 3%일 뿐이다. 더 크려면 결국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뉴지스탁은 올해 해외에 진출할 계획이다.

뉴지스탁이 처음 발디딜 해외 시장은 중국이다.먼저 홍콩 증시를 통해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후강통’ 서비스를 시작한 뒤, 분석 알고리즘의 효과성이 검증되면 본토 증시에 직접 뛰어들 생각이다. 문경록 공동대표는 “전세계 증시에서 중국은 13%, 미국은 40%를 차지한다”라며 “중국 시장에서 가능성을 보여주면 자연스레 미국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기 아닌 투자 문화 만드는 데 기여하고 파

문경록 공동대표는 종합 자산 관리 자문 서비스로 뉴지스탁을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회사가 크면서 시장 상황이 바뀔 테니 사업 방향도 달라지겠죠. 지금은 종목 추천 서비스만 하고 있지만 조만간 기관 투자자용 서비스도 열 예정이에요. 그 다음은 자산 분배 관점에서 주식만이 아니라 모든 금융자산을 다 평가할 수 있도록 분석 영역을 넓힐 겁니다. 미국도 웰스프론트가 채권, 부동산 다 하거든요. 진짜로 연동이 된다면 주식이 안 오르는 상황에는 채권 등 다른 자산으로 돈을 옮기라는 식으로 자문하는 서비스가 될 수 있겠죠.”

돈 버는 방법을 알면 혼자 돈 벌겠다는 욕심을 낼 법도 한데, 뉴지스탁은 오히려 돈 버는 비법을 세상에 공개한다. 이는 뉴지스탁이 금융회사가 아니라 핀테크 스타트업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경록 공동대표가 말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핀테크 IT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잖아요. 알고리즘 갖고 폐쇄적으로 돈 굴려서 직접 돈 버는 투자자문회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IT 스타트업으로서 큰 비전을 갖고 있어요. […] 정보가 부족해서 투기라고 치부되는 국내 투자 문화를 핀테크 기술을 활용해 바꾸고 싶어요. 그래서 개인 투자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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