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의 맥북이 나왔다. 현재 맥북에어의 폼팩터 디자인은 2010년에 나온 것이다. 같은 디자인으로 올해로 6년째 접어들고 있다. 되짚어보면 애플은 확실히 지난해부터 새 맥북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해 7월 애플은 맥북에어의 값을 내렸다. 오랫동안 맥북에어에 손대지 않았고, 인텔이 14nm 공정의 코어 프로세서의 출시 일정을 미룬 것도 가격 인하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150만원대에서 시작하는 새 맥북의 가격을 위해 이미 지난해부터 맥북에어 라인업을 손댄 것 아닐까.

apple_macbook_1_800

1. 맥북에어를 대체하는 제품인가?

새 맥북은 얇고 가볍다는 의미에서 맥북에어와 많은 부분이 겹쳐진다. 더 얇고 더 가벼운 노트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은 이 제품에 ‘맥북에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그리고 인텔이 올 1월 발표한 5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쓴 맥북에어와 맥북프로도 함께 발표했다.

당분간 맥북에어는 계속해서 판매될 것이다. 새 맥북은 맥북에어를 대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 제품은 다른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결론적으로 보면 새 맥북은 기존 맥북에어의 역할을 극단적으로 끌어내는 제품이고, 맥북에어는 휴대성을 약간 손해보더라고 그보다 값이 싸고, 성능도 조금 나은 제품으로 자리잡게 됐다. 현재 프로세서 기술과 관련이 있다.

컴퓨터의 성능은 크기와 관련이 있다. 반도체가 발전하면서 그 간극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높은 성능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크기가 필요하다. 맥북프로와 맥북에어를 두고 봤을 때도 기판의 크기는 별로 차이가 없다. 다만 맥북프로가 맥북에어보다 두껍고 무거운 것은 배터리 때문이다. 각 칩들이 쓰는 전력 소비량이 많아 이용 시간을 늘리려면 큰 배터리를 써야 한다.

apple_macbook_2_800

맥북과 맥북에어도 비슷한 관계에 있다. 맥북은 극단적으로 두께를 줄이는 것이 우선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냉각팬을 떼어내고, 배터리의 물리적인 양을 줄여야 했다. 결국 초저전력 프로세서를 써야 했다. 코어M은 그 조건에 딱 맞는 칩이다. 전력 소비량이 5W다. 몇 년 전까지 데스크톱PC의 CPU가 100W 이상의 전력을 썼고, 지금도 일반 노트북용 프로세서는 27W 정도의 전력을 쓴다.

인텔이 코어M 프로세서를 만든 이유도 ‘냉각팬이 없는 PC나 태블릿’을 만들기 위해서다. 팬 두께라도 줄여야 했던 새 맥북에 코어M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칩이다. 돌아보면 과거 맥북에어가 처음 나왔을 때도 인텔의 저전력 프로세서가 있었다. 심지어 당시에는 인텔이 맥북을 위해 칩의 모양까지 바꿔주었던 바 있다.

2. 코어M은 제2의 아톰?

대신 성능에서는 일반 코어 프로세서에 비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분명 코어M은 코어i5 같은 인텔의 주력 프로세서에 비해 성능이 낮다. 그렇다고 해서 아톰처럼 성능이 떨어지는 프로세서는 아니다. 온라인에서 ‘싸구려 프로세서’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인텔의 저전력 프로세서는 비싼 편에 들어간다. 코어M 칩은 1천개 단위로 구입할 때 기준으로 개당 281달러다. 이 칩을 쓴 윈도우 노트북들의 평이 엇갈리면서 평가절하된 부분도 있다. 맥북에어를 보면 애플이 새 맥북에 기대하는 부분이 조금 보인다. 최근 몇 년간 맥북에어의 성능은 거의 제자리 걸음을 했다. 인텔과 애플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세대교체한 프로세서의 특성을 고성능 대신 저전력으로 바꿔 왔다. 그 결과 맥북에어는 5년 동안 배터리 이용 시간이 3배 가량 늘어났다.

코어M은 1.1~1.2GHz도 작동하지만 윈도우 기준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2013년 맥북에어 프로세서인 코어i5-4250u와 거의 비슷한 성능을 낸다. 대신 맥북에어는 5세대 코어 프로세서로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 맥북과 맥북프로 사이의 역할을 메운다.

apple_macbook_3_800

3. USB-C 포트 왜 썼나?

애플은 그 동안 고속 통신 포트에 힘을 쏟아 왔다. PC에서는 잘 쓰지 않던 IEEE1394도 맥에 가장 활발하게 들어갔다. 썬더볼트도 애플이 꾸준히 밀고 있는 통신 단자다. 썬더볼트는 1초에 20기가비트를 전송하면서 디스플레이, 사운드, 전력까지 모두 보낼 수 있다. 인텔과 애플은 장기적으로 썬더볼트 속도를 100기가비트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했는데 정작 신형 맥북에는 썬더볼트가 빠졌다. 애플은 썬더볼트를 USB로 대체하려는 것일까?

애플은 분명 썬더볼트를 5기가비트 수준의 USB 3.1로 대신했다. 직접적으로 비교하면 USB 3.1과 썬더볼트의 기능은 거의 같고 전송 속도만 느리다. 포트를 쓰는 경험과 습관이 썬더볼트와 같아지는 효과도 있다. 폼팩터에 여유가 있는 기기에는 두 가지 포트가 다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PC에는 이 두 가지 단자만 남게 될 것이다. 뭘 쓰든 어떤 기기에도 연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apple_macbook_4_800

단자를 줄인 것은 불편한 부분이다. 외형적으로 단자만 두고 보면 맥북은 아이패드와 똑같다. USB 연결 포트 하나, 이어폰 단자 하나가 전부다. 이 USB 포트 하나로 전원을 공급받고, 외부 USB 기기를 연결하고, 디스플레이를 출력해야 한다. 확장 젠더 액세서리를 따로 구입해야 하는 것은 부담스럽고 번거로운 일이다. 애플은 무선랜과 블루투스를 통해 대부분의 연결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긴 했다. 이미 애플은 아이튠즈도 무선 동기화로 방향을 바꾸는 시도를 했던 바 있다.

하지만 외부 포트 젠더는 필수품이 될 전망이다. 외장 하드디스크를 비롯해 맥북의 USB-C에 꽂는 기기들은 각자가 또 다른 USB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USB 허브 역할도 품게 된다.

대신 재미있는 그림들이 좀 있다. 맥북을 USB로 충전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에서 흔히 쓰는 5V 외장형 보조 배터리를 이용할 수 있다. 벌써부터 맥북용 확장 배터리 액세서리들이 발표되고 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