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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쑤다] ‘애플워치’ 살까, 말까?

2015.03.16

‘애플워치’가 발표됐습니다. 사실 키노트를 지켜보셨다면 애플워치보다 그에 앞서 소개된 새 ‘맥북’의 충격이 더 컸을 겁니다. 애플워치를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합니다.

발표가 애플답지 않게 싱거웠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싱거울 수밖에 없던 건 애플워치 자체가 새롭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애플워치는 지난해 9월 ‘아이폰6’와 함께 처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때와 비교해서 변화가 없다는 평도 있는데 그때 발표한 애플워치와 지금 애플워치는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발표가 애플워치의 하드웨어를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그 ‘역할’이 중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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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계의 역할을 만들어가는 것은 애플 그 스스로가 아니라 개발 생태계에 달려 있습니다. 애플이 반년이나 먼저 제품을 소개하는 건 저도 처음 봅니다. 신비주의를 포기하더라도 그 사이에 생태계를 다져서 단번에 플랫폼 자리를 만들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나오지도 않은 제품을 두고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는 어렵습니다. 벌써부터 수천만대는 팔 것이라는 예측부터, 애플 역사상 가장 크게 망할 제품이라는 반응이 겹칩니다. 이는 곧 살까 말까를 둔 판단들과 연결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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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까?”

애플워치를 살까 하는 생각은 디자인에서 시작합니다. 애플이 애플워치를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는 애플이 시계 관련 기업들의 임원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는 소문으로 구체화됐습니다. 그리고 애플은 이 애플워치를 IT 기기보다는 시계 그 자체에서 접근했습니다.

실제 만져본 애플워치는 시계 마니아들에게도 좋은 평을 얻었습니다. 진짜 시계같다는 것이지요. 시계는 손목에 차는 액세서리입니다. 손목에 닿는 느낌이 좋아야 합니다. 특히 시계 뒤에 센서를 담고 있는 애플워치는 조금 끼게 차도 불편하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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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예뻐야 합니다. 애플워치는 현재 나와 있는 스마트워치 중에서는 가장 시계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마다 시계를 보는 기준이 다르긴 하겠지요. 하지만 재질과 가공방법 등은 애플워치를 여느 스마트워치에 비해 더 단단하고 묵직한 느낌으로 완성시켰습니다. 밴드를 다양하게 만든 것도 결국 시계를 통해 스스로를 꾸미고 개성을 표현할 수 있게 하겠다는 팀 쿡 CEO의 발표와 연결됩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대는 아직 반반입니다. 하지만 애플이 일찌감치 시계를 공개하고, 관련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개발 도구 ‘워치킷’을 발표했기 때문에 벌써 수 천 개 앱이 애플워치와 연결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법 앱들이 많이 나올 겁니다.

“말까?”

애플워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견은 소프트웨어에서 시작합니다. ‘이미 삼성전자와 구글 등이 나서서 만들어 온 스마트 시계와 다를 바 없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보를 모아 보면 애플워치는 반짝이는 새로운 활용도를 꺼내놓지 못한 것 같습니다.

e메일·문자메시지 확인, 전화받기, 심박 측정, 알림 확인, 음성명령 등 이미 ‘안드로이드웨어’가 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안드로이드웨어를 밋밋하다고 느끼는 이유들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은 셈이지요.

또 하나의 불만은 배터리로도 연결됩니다. 애플은 애플워치의 배터리 이용 시간을 18시간으로 잡았습니다. 2일이 될까, 3일이 될까, 1주일이 될까 하는 예측들을 다 엎었습니다. 애플은 18시간이라고 너무나도 당당하게 이야기했지요. 스마트워치를 쓰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18시간으로 잡은 상황은 아주 빈번하게 시계를 쓰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배터리는 하루 이상을 쓸 것이라고 합니다. 어쨌든 ‘매일 충전해야 한다’는 건 바뀌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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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가지는 공교롭게도 ‘습관’으로 연결됩니다. 애플워치를 소개하는 임원들은 확신에 차 있습니다. 지난 9월 키노트를 비롯해 애플워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애플 관계자들의 코멘트는 대부분 ‘이제 애플워치 없이는 못 살 것 같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팀 쿡 CEO는 “애플의 경쟁력이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있는 아이디어를 가치있게 만드는 데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매일 시계를 충전하면서 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아이폰처럼 애플워치도 필수품이 되는 것일까요.

뚜껑 열어봐야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하지만 꽤 잘 팔릴 것 같긴 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아이폰이 이미 많이 팔려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폰을 쓰는 인구가 7억명이라고 합니다. 이들 중에 1%가 구입하면 700만대입니다. 지난해 세상에 팔린 스마트워치가 70만대라는데, 그 10배의 수치가 그리 버거워보이진 않습니다. 2%면 1400만대입니다. 아마 시계 중에서 한 가지 라인업으로 이렇게 많은 제품을 팔아치울 수 있는 회사는 없을 겁니다. 그 폭발은 애플워치 뿐 아니라 안드로이드웨어를 비롯한 모든 웨어러블 기기로 번져나갈 겁니다.

그리고 그 시장에 깔린 기기들은 곧 플랫폼이 됩니다. 애플워치는 그 동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공개됐는데,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가 쏙 빠졌습니다. 애플은 ‘헬스’를 서서히 iOS에 합치고 있습니다. 애플워치는 건강 관련 플랫폼에서 빠질 수 없는 기기가 될 겁니다. 그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듣고 싶었는데 이번 키노트에서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 발표가 상대적으로 김빠졌다는 인상을 주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늘 그랬듯 애플은 서서히 갈 겁니다. 벌써 2세대 제품을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은데, 그것도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 같습니다.

소문에서 시작해, 유리병 속에 갇혀 반년을 보낸 애플워치가 이제 한 달 뒤면 소비자들의 손목에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간 주춤하던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될지, 한계를 진하게 맛보게 될지는 그때 다시 판단해보도록 하지요.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