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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핀테크] 99%를 위한 인공지능 투자자문

2015.03.23

“핀테크가 아예 새로운 영역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기존 영역에 기술이 결합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더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게 핀테크라고 봐요. 금융의 본질이 바뀐 건 아니잖아요. 결제나 송금 서비스가 더 많은 사람을 편하게 하듯, 자산관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자산가들이 받던 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이 저렴한 비용에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거죠.”

김재윤 위버플 CEO

▲김재윤 위버플 CEO

김재윤 위버플 대표는 1%라고 표현되는 소수 자본가만 이용하던 자산관리 서비스를 핀테크 기술로 누구나 이용하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위버플은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만드는 중이다. 지금은 사회관계망을 이용해 투자 자문을 제공하는 스넥을 운영한다.

개발자+회계사=핀테크 스타트업 대표

김재윤 대표는 개발자이자 공인회계사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서버 플랫폼 개발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성공을 장담했던 게임이 날개를 못 펴고 주저앉는 걸 목격하고 기술만 들여다봐선 세상을 넓게 볼 수 없음을 깨달았다.

3년 만에 첫 직장 NHN을 그만두고 회계사 시험을 준비했다. 1년 만에 시험에 합격한 김재윤 대표는 회계법인에서 3년 동안 회계사로 일했다. 금융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들여다 본 그는 금융과 IT를 두루 아우를 수 있는 분야를 찾았다. 다음 행보는 벤처투자사(VC)였다. 그는 파트너스벤처캐피탈로 자리를 IT와 모바일 쪽 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VC에서 일하며 그는 핀테크 분야에 잠재력이 있음을 느꼈다.

“투자자 생활을 해보니 기술이 정말 세상을 바꾸는 게 피부로 와 닿더라고요. 소프트웨어 산업이 낙후된 산업을 바꿀 수 있는데 아직 안 바뀐 분야가 어디인지 찾아봤어요. 금융 쪽은 제가 몸 담은 분야인데도 기술이 별로 안 들어왔더라고요. 핀테크라는 용어가 회자되기도 전이던 2010년 겨울이었어요.”

집단지성 실험은 실패, 인공지능에서 답 찾는다

김재윤 대표는 2013년 여름 위버플을 차렸다. 처음 시작한 서비스는 개인투자자 사이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투자 자문을 제공하는 스넥이었다. 많은 투자자가 머리를 맞대면 더 훌륭한 투자 판단을 내릴 수 있겠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집단지성을 투자 부문에 끌어온 셈이다. 사용자 10만명이 모였지만 서비스는 기대만큼 잘 돌아가지 않았다. 개미라고 불리는 개인투자자 사이에는 애초에 나눌 만한 좋은 정보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저는 투자자 출신이라 주변에 좋은 네트워크가 많았어요. 투자 잘 하는 사람이 옆에 있고, 그 사람한테 물어보면 좋은 대답을 주거든요. 그런데 개미 주변에는 개미뿐이더라고요. 누군가 따라할 만한 리더가 있는 게 아니라 고만고만한 사람만 모이니 많이 모이더라도 서로 묻지도 않고 궁금해하지도 않아요. 소셜네트워크 자체가 잘 작동하지 않더라고요.”

사람 사이에서 답을 찾지 못한 김재윤 대표는 사람 대신 컴퓨터의 힘을 빌려보기로 했다. 인공지능이 시장 상황을 분석해 사용자에게 투자자문을 내주게 하자는 데 생각이 닿았다. 해외에서는 이미 ‘로보어드바이저'(robo advisor)라는 이름으로 인공지능이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김재윤 대표는 한국 시장에 맞는 인공지능 엔진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인공지능이 투자자문 문턱 낮춘다

김재윤 대표는 투자자문 서비스가 크게 4가지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이를 ‘4R’라고 부른다. 첫 번째는 고객의 현재 상태를 물어보는(Request) 단계다. 두 번째로는 고객 상황에  걸맞은 투자처를 추천(Recommend)한다. 세 번째로 고객이 투자한 자산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려주는 리뷰(Review)단계다. 마지막으로는 투자한 자산을 상황에 맞춰 자산을 다시 배분Rebalancing)한다.

시장 변화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내 투자 상황을 잘 아는 전문가가 시시때때로 대응해줘야 한다. 품이 많이 드니 수수료가 비싸다. 그래서 억대 자산을 투자한 자산가가 아니라면 개인 투자자문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애초에 투자자문회사가 수백에서 수천만원을 굴리는 개인에게 손 내밀기 어려운 이유기도 하다.

여기에 사람 대신 컴퓨터가 들어온다면 어떨까. 품이 적게 드니 수수료를 대폭 낮출 수 있다. 자산 규모에 상관 없이 누구든지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김재윤 대표가 그린 그림이다.

빅데이터+기계학습=로보어드바이저

“내가 보유한 주식이나 펀드에 영향을 주는 외생 변수가 많아요. 유가나 환율, 북한 핵실험 같은 이벤트나 정권 교체 등 선행지표나 이벤트가 많이 있죠. 이걸 보고 있다가 챙겨줘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항공사에 투자한 사람이 있다고 치죠. 항공사는 유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입니다. ‘통계적으로 유가가 급락하면 이런저런 일이 벌어지니 잘 대응하라’라고 조언을 줄 수 있겠죠. 또 현재 상황을 전반적으로 보고 앞으로 내 자산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정리해 보여준는 게 인공지능 엔진이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사람이 하려면 못 해요.”

김재윤 대표는 인공지능 엔진을 만들기 위해 광범위한 데이터를 모았다고 밝혔다. 공개돼 있는 주식 종목 가격 정보와 기업 현황은 물론이고, 수천만건에 이르는 뉴스도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해뒀다. 인공지능 엔진은 계속 쌓이는 데이터 사이에 상관 관계를 파악한다. 이렇게 쌓인 정보는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투자자의 자산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는 근거가 된다.

인공지능 자산관리사 개요 (위버플 제공)

▲인공지능 자산관리사 개요(위버플 제공)

“한마디로 빅데이터와 기계학습을 기반으로 해서 투자조언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많은 수익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많은 수익을 거두기보다 사용자 각자가 설정한 재무 목표를 안전하게 달성하도록 돕는 쪽에 가깝다.

“위버플에 맡기면 남들만큼은 벌게 해주겠다고 말씀드립니다. 싸고 편리하게 남보다 더 벌지는 못해도 싸고 편리하게 내 목적에 맞게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거죠.”

위버플은 주로 상장기술펀드(ETF)에 투자할 계획이다.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산업 종목별로 투자하는 펀드다. 주식에 바로 투자하는 것보다 변동성이 작아 안전하다. 수수료도 0.5% 정도로, 보통 2%대인 다른 펀드보다 저렴하다.

“인공지능이 투자 시장 제패할 것”

김재윤 대표는 침체된 금융시장에 대안으로 떠오른 핀테크가 두 번째로 투자 시장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자가 직접 증권거래소에 방문해 중개인에게 주문을 부탁해야 했던 1980년대 객장 거래 시대가 첫 번째 시대다. 당시에는 많은 지점과 전문 투자자문가를 고용하는 게 증권사의 경쟁력이었다. 1997년 정부가 온라인으로도 증시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자 두 번째 개인 거래 시대가 왔다. 이때부터 지금까지는 수수료를 낮추고 편리한 투자 프로그램(HTS, MTS)을 제공하는 게 관건이었다. 원래 1%씩 받던 거래수수료를 0.015%로 낮췄다. 지점을 없애고 온라인 기반으로 옮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시기에 1등으로 올라선 업체가 온라인 증권사인 키움증권이다.

위버플 제공

▲위버플 제공

김재윤 대표는 IT가 본격적으로 금융시장에 적용되면서 세 번째인 핀테크 시대가 열린다고 내다봤다. 지금은 투자 비용이 저렴한 대신 투자 결정은 투자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시기다. 정부가 인터넷 은행을 위해 비대면 거래를 가능하게 만든 덕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개인에게 효과적인 조언을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해야 하는 과제가 생길 거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이런 과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길뿐이다. “사람이 하던 일을 컴퓨터로 대체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이걸 잘 하면 세 번째 시대에 승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가오는 시대에 승자가 되기 위해 인공지능 엔진을 만들고 기술을 갖춰나가는 거죠.”

위버플은 국내 증권사 2곳과 계약을 맺고 B2B로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김재윤 대표는 올해 안에 증권사 10곳과 계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첫 번째 증권사와 제휴 서비스는 올 4월 선보일 예정이다.

B2C 서비스는 2016년 상반기에 선보인다. 김재윤 대표는 사용자 10만을 확보한 스넥에 인공지능 자문 서비스를 접목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때까지는 인공지능을 계속 가르쳐 더 적확한 투자자문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갈고닦을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증권사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지금은 다른 증권사와 손잡고 서비스를 시작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증권업에 직접 뛰어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목표는 국내 최초 핀테크 기반 증권사입니다. 소매 분야에 특화한 증권사가 되는 거죠. 킬러 콘텐츠는 인공지능이 될 겁니다. 객장 거래 시대, 개인 거래 시대에 이어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에 위버플이 업계를 선도하는 증권사가 되면 좋겠습니다.”

한국 핀테크 스타트업 ‘K핀테크’ 릴레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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