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택시로 우버 대체…승차거부 해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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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5일 점심 시간 무렵. 서울 신사역 리모택시가 입주한 빌딩 주차장에서 체어맨 CW 700 모범택시가 비좁은 길목을 조심스레 후진하며 빠져나오고 있었다. 조수석 창 너머 찰나로 포착한 중년 택시 기사의 표정엔 뭔가에 만족한 듯 흐뭇함이 묻어 있었다. 리모택시 직원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의 공손한 인사를 받은 택시 기사는 운전대를 꺾어 좁디좁은 골목을 헤엄치듯 빠져나갔다. 리모택시와의 첫 만남은 양성우 대표가 아니라 ‘리모로얄’ 모범택시 기사와 시작됐다.

리모택시가 입주한 서울 신상동의 한 빌딩.

리모택시가 입주한 서울 신상동의 한 빌딩.

리모택시 사무실은 문앞 공간까지 책상이 놓여 있을 정도로 좁고 복잡해 보였다. 공간 곳곳에 돌출된 책상들은 조만간 복도까지 점령할 기세였다. 입구를 거쳐 2~3평 남짓 회의실로 들어서서야 이방인을 대하는 직원들의 근접한 눈빛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양성우 리모택시 CEO는 차콜 그레이 수트에 화이트 셔츠, 노타이 복장으로 회의실에 들어섰다. 스타트업 CEO라면 으레 청바지에 싱글 재킷이건만 그는 달랐다. 말끔하게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과 깍듯한 수인사는 흡사 대기업 임원을 연상케 했다. 현장 비즈니스로 다져진 노련함, 협상 파트너를 염두에 둔 신뢰감은 그의 외모와 매너에서도 읽어낼 수 있었다.

리모택시는 2014년 7월 양성우 전 이지택시 대표가 ‘콜택시 시장의 비효율을 개선하겠다’며 창업한 모바일 콜택시 스타트업이다. 우버가 ‘차량 공유’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면 리모택시는 ‘스마트한 콜택시’를 지향한다. 같은 듯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택시 시장의 질서 재편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동일하다.

양 대표는 독일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인 로켓인터넷을 거쳐 브라질 콜택시 앱 서비스인 이지택시의 한국 지사 대표를 지냈다. 콜택시 앱 분야에 나름 일찍 진입한 축에 속한다. 그런 만큼 온갖 사회적 모순이 엉켜 있는 택시 생태계를 빠삭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심지어 택시 기사의 심리까지도 꿰뚫고 있는 듯했다.

숨을 고르자마자 그에게 첫 질문을 던졌다.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리모택시를 창업했나?” 뻔했지만 궁금했다.

“비효율성 개선이다. 콜 관제 장비라는 게 있다. 콜택시를 부르기 위해 전화를 하면 담당하는 직원이 받는다. 이 직원이 일일이 콜을 택시 기사들에게 내려주는 시스템이 유지돼 왔다. 베테랑이라도 1분에 처리할 수 있는 콜 건수가 8~9건 밖에 안된다. 정상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력 채용해야 한다. 택시 기사들에겐 더 많은 운영비용을 요구하게 되는 구조다. 개선의 여지가 없었다. 택시 기사는 콜을 안건 안 받건 장비 임대료, 운영비를 부담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그는 준비한 답변지도 없이 끊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스마트폰이 위치도 잡고 사람이 하던 것을 컴퓨터가 대신하는 시대가 왔다. ‘예전처럼 비효율적 시스템을 운영해야 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택시 기사들은 손님을 태우기 위해 많이 돌아다닌다. 왜 수익이 향상될 수 없을까. 승객은 돈을 내고 쓰는 입장인데 언제 어디서나 탑승할 수 없을까. 이런 차원에서 리모택시를 설립하게 됐다.“

우버가 캘리포니아의 택시 부족 문제에서 비롯됐다면 리모택시는 국내 콜택시의 비효율성이 만들어낸 콜택시 앱 서비스다. 콜택시의 비효율성을 해결할 수 있는 답안을 그는 모바일에서 찾아냈다고 했다. 그래서 사명을 ‘리무진+모바일’의 합성어, ‘리모택시’라고 지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택시 기사들의 처우를 언급했다. 콜 관제 시스템의 운영 방식, 일 10시간 노동과 150~200만원에 머무르는 급여 수준, 승객과 기사의 갈등 지점, 승차거부와 수익의 상관관계 등, 바닥을 체험해보지 않고서는 쉽사리 내뱉기 힘든 내용들이 그의 입을 거쳐서 터져나왔다.

양 대표는 “왜 콜이 들어왔는데 택시 기사들은 가지 않을까 그것이 의문이었다”면서 “면밀하게 따져보면 (콜 요청에 따라) 가는 것이 돈이 안 된다. 승객은 그걸 이해 못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택시와 승객 사이에 불신이 커져갔고 지금과 같은 비효율적인 택시 산업이 존속되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리모 서비스의 핵심 가치는 높은 배차율

양 대표는 ‘배차율’로 실타래를 풀어가고 있다. 택시 산업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콜택시 배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해결책이 모색돼야 한다는 것이다. 승객과 택시 기사 간의 불신을 치유하기 위한 아이디어기도 했다. 그는 스마트폰에 답이 있다고 봤다. 먼저 콜 관제 시설에 대한 운영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존 콜 기기를 스마트폰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그리고 데이터 분석 기술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배차 성사율을 모니터링했다.

정확한 배차율 모니터링을 위해 충북대와 산학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인수한 단골택시 창업자가 충북대 겸임교수 출신이기도 해서다. 리모택시는 현재 기술로 콜이 호출된 뒤 성사 및 취소까지의 시간을 측정하고 있고, 콜이 취소됐을 때 위치 등을 확인하고 있다. 조만간 승객을 내려준 뒤 어느 지역으로 이동하면 배차 성사율이 높아지는 등도 추천해줄 계획이다.

양 대표는 “(택시 기사들에겐) 콜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등의 방식으로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라며 “콜을 수행할수록 수익이 향상되고 승객은 쉽게 택시에 탑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모로얄, 서울서 우버블랙 대체할 것”

양성우 리모택시 창업자 겸 CEO.(사진 출처 : 리모택시 제공)

양성우 리모택시 창업자 겸 CEO.(사진 출처 : 리모택시 제공)

리모택시는 우버가 주춤한 올초부터 서울 지역 진출을 본격화고 있다. 서울은 리모택시가 공략해 왔던 지역 택시 시장과는 성격과 규모가 다르다. 사실 지역에선 우버의 존재조차도 모르는 게 일반적이다. 이와 달리 서울은 지역과 차별화한 상품을 내놓지 않으면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우버와 같은 경쟁 사업자도 상당수다. 최근 들어 리모택시가 모범택시 기사들과 스킨십을 강화는 이유다.

양 대표는 “92년 모범택시가 도입됐을 때 지금의 우버 서비스를 지향하면서 만들어졌다”라며 “시간이 흐르면서 연세도 드시고 변질도 됐다”고 했다. 하지만 모범택시 기사들은 지금도 최고급 차량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 한다.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는 모범택시 기사를 영입한다면 우버 이상의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 양 대표의 판단이다.

이런 구상에 따라 내놓은 서비스가 리모로얄이다. 리모로얄은 서울의 특수한 택시 환경을 반영해 개발한 상품이다. 서울의 고급 택시 고객이 핵심 타깃이다. 서울은 지역과 달리 콜택시 수요가 적다.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이 지역에 비해 월등할 정도로 편리하다. 그만큼 대체수단이 많아 콜 수요가 높지 않다. 리모로얄은 이러한 환경에 맞춰 고급 택시 승객을 노리고 있다. 우버블랙의 고객층이다.

양성우 대표는 “리모로얄이 우버블랙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버가 분명 좋은 서비스임에는 틀림없다는 말도 곁들였다. 그는 “우리가 모신 택시 기사들은 의전 서비스를 경험하신 분들”이라며 “우버 서비스보다 더 노련하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리모택시는 택시 기사 교육 프로그램 월 1회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교육을 받은 기사일수록 수익률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처음엔 불평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바뀌어나가는 모습이 눈에 띌 정도라고 말한다. 그는 “택시 기사들은 하루 10여 시간을 보내면서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라며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과 동료를 만나면서 유대감과 소속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요즘은 교육 프로그램이 택시 기사들의 소모임 형태로 발전해나가는 경우도 있단다. 리모택시는 이들을 위해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거나 지원하고 있다. 리모라는 브랜드가 택시 기사들의 자부심과 유대감으로 자리 잡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경쟁사는 카카오택시”

리모로얄 구동 화면.

리모로얄 구동 화면.

양 대표는 가장 강력한 경쟁사로 우버가 아닌 카카오택시를 꼽았다.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이 지닌 접근성 때문이다.

“카카오택시는 소비자 입장에서 접근이 용이하다. 콜택시 앱은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렵다. 유사 업체들이 붐을 타고 생겨나고 있는데 카카오택시가 나오면 상관이 없다. 난 (우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본다.”

우버는 생태계를 존중하지 않는 마케팅 전략으로 실패의 쓴맛을 보고 있다. 양 대표도 그러한 전략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버에 대한 국내 사용자들의 반응에는 미국에 대한 동경이 조금은 녹아들어 있는 것 같다”면서 “리모택시라는 고품질 서비스가 나왔고 그걸 체험하게 되면 미국 서비스가 다 좋다고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우버나 리프트나 겟택시나 제품들은 다들 비슷하다”라며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정교한 측면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기술적 차별성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확신했다. 택시 비즈니스의 특성상 오프라인 영향력이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리모택시가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전국 서비스 확대 목표”

양성우 대표는 올해 2가지 바람이 있다고 했다. 한 가지는 연말까지 리모택시를 전국 서비스로 확대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서울에서 승차거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일단 전국 서비스는 현재의 속도라면 문제없이 실현될 것이라고 했다. 승차거부도 리모로얄이 안정화하면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말했다. 그의 확신은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일까.

“기사님들 중에도 악성 기사님들이 있다 승객들의 무지에 의한 것도 많다. 경기도 택시가 서울에서 운행하는 건 불법이다. 수원차가 들어왔는데 서울 쪽 안 간다고 싸움 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리모로얄은 예약 서비스다. 100% 배차를 보장한다. 시스템 자체가 강남역 길거리에 나와서 부르는 게 아니라 대기 장소에서 호출하고 나가는 방식이다. 길거리에서 잡는 게 아니라 앱을 통해 부른다. 승차거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100% 배차를 보장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금은 2시간 전 예약제이지만 조만간 30분까지 당겨볼 계획이라고 했다. 실시간 예약은 100% 배차를 위해 현재로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 자칫 승객들이 콜을 부른 뒤 다른 택시를 타고 귀가할 수도 있어서다.

대리운전과 연결 서비스도 기획 중

양성우 리모택시 CEO.

양성우 리모택시 CEO.

리모택시와 우버는 풀고자 하는 문제가 다르다. 리모택시는 국내 콜택시 시장의 비효율을 혁신하기 위해, 우버는 실리콘밸리의 고질적인 택시 부족 문제를 바꿔놓기 위해 서비스를 설계했다. 태어난 토양이 다른 만큼 서비스의 철학도 기능도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운송 제도를 비판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꾀했던 우버는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런 사이 리모택시는 택시기사와 공존의 해법을 모색하며 리모로얄로 승부수를 띄웠다.

향후 출시될 서비스도 차이를 보일 듯하다. 리모택시는 버스나 대리운전과 연계하는 서비스를 고민 중이다. 리모택시에서 하차한 뒤 곧장 본인 차량에 탑승해 대리운전으로 귀가하거나 버스에서 내린 뒤 곧바로 리모택시로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들이다. 해외 서비스를 기계적으로 도입하려 한 우버와 달리 양 대표는 철저하게 국내 사용자의 기술적 수요에 따라 서비스를 기획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1시간 여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양성우 대표는 좀처럼 웃지 않았다. 표정은 진지했고 논리는 명쾌했으며 자신감은 넘쳐보였다. 때론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느낌을 받기까지 했다. 지역 택시사업에서 다져온 폭넓은 현장 경험이 낙관의 동력으로 보였다. 단골택시와의 합병으로 보충한 개발 인력도 그의 발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자신감으로 무장한 양 대표의 리더십이 리모택시를 성공으로 이끌지 자못 궁금해진다.

☞ [바로가기] 양성우 리모택시 CEO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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