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이 곧 인터넷”…드러나는 페이스북의 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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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꿈꾸면 현실이 된다. 페이스북의 꿈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어려웠을 뿐이다.

서서히 페이스북이 꿈꿔왔던 실체가 뚜렷해지고 있다. 그간의 행보를 조금씩 따라가면 그 꿈이 무엇인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바로 인터넷이다. 페이스북의 꿈이 인터넷이라고? 이미 인터넷 위에 페이스북이 존재하지 않은가. 페이스북의 꿈은 인터넷 위에 존재하는 페이스북이 아니라 인터넷을 대체하는 페이스북이다.

인터넷이 곧 페이스북인 세상은 조금은 섬뜩하다. 상상해보자. 스마트폰이든 일반 휴대폰이든 인터넷을 접속하는 순간 가장 먼저 페이스북에 접속하게 된다. 페이스북에서 오늘의 날씨를 체크하고, 아침 뉴스를 챙겨보고, 웹툰을 소비한다. 때론 영상을 실시간 스트리밍하고, 음악도 들으며, 친구들과 채팅도 한다. 회사 동료들과 페이스북에서 메시지를 주고받고 쇼핑도 즐긴다. 여기에 인터넷 접속 인프라마저도 페이스북이 제공한다. 페이스북을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도, 떠날 필요가 없는 세상. 바로 페이스북이 곧 인터넷이 되는 세상이다.

누군가는 페이스북이 인터넷의 운영체제를 갈망한다고 표현했다. 컴퓨터를 켜면 가장 먼저 작동하는 소프트웨어가 운영체제인 것처럼, 인터넷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접속하게 되는 관문이 페이스북이라는 의미에서 그런 비유를 썼다. 이젠 페이스북이 새로운 월드와이드웹이 되길 원한다는 말이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다. 잘못된 지적은 아니다. 하지만 마크 주커버그는 이미 그 이상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터넷닷오아르지, 아퀼라와 인터넷 장악 프로젝트

페이스북이 공개한 드론 아퀴라. 아퀴라를 통해 저개발국 인터넷 접속을 돕는다.(사진 출처 : 페이스북)

페이스북이 공개한 드론 아퀼라. 아퀼라를 통해 저개발국 인터넷 접속을 돕는다.(사진 : 페이스북)

인터넷을 대체하려는 페이스북의 야망은 최근 3~4년 간 발표된 일련의 신규 서비스를 퍼즐 맞추듯 끼워보면 조금씩 드러난다. 그 한복판에는 인터넷닷오아르지 프로젝트가 존재한다. 인터넷닷오아르지는 페이스북이 꿈꾸는 야망의 축소판이다,

주커버그는 2013년 8월 “연결은 곧 인권”이라는 말로 인터넷닷오아르지의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빈곤에 놓인 개발도상국 사용자들에게 무료 또는 저가에 인터넷 접근권을 부여하겠다는 취지였다. 페이스북의 공공 프로젝트에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냈다.

2015년 주커버그의 구상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드론을 통해 더 확장될 예정이다. 주인공은 ‘아퀼라'(Aquila)다. 주커버그는 지난 3월26일 ‘F8’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보잉 767 크기의 드론을 개발도상국 하늘에 띄워 무료 혹은 저가로 인터넷을 접속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아퀼라는 태양광 충전 방식으로 고도 1만8천~2만7천m에서 3개월 정도 비행할 수 있다. 저개발 지역에 레이저를 쏴 인터넷 서비스에 접속하도록 돕는다. 올 여름 그의 구상은 현실이 된다.

무료라고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페이스북의 속내는 다르다. 아퀼라와 결합한 인터넷닷오아르지는 페이스북의 꿈이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지 정확히 보여준다. 아직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고 있는 전세계 인구의 3분의 2를 페이스북 품으로 인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에겐 인터넷이 곧 페이스북이 될 수 있다.

뉴스·비디오 ‘가두리’ 전략 본격화

지난 3월26일 개최된 페이스북 F8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키노트를 하고 있는 마크 주커버그. (사진 출처 : 페이스북)

지난 3월26일 개최된 페이스북 ‘F8’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키노트를 하고 있는 마크 주커버그. (사진 : 페이스북)

페이스북으로 인터넷을 대체하겠다는 구상은 콘텐츠 분야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월23일 페이스북이 뉴스를 직접 호스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국내 네이버처럼 주요 언론사의 뉴스를 링크 형태가 아닌 페이스북 문서 형태로 제공하겠다는 그림이다. 이를 국내에선 인링크 형태의 뉴스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페이스북이 네이버처럼 뉴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뉴스 수용자들에게 뉴스를 읽는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고 로딩 시간을 줄여주겠다는 명분이었다. 이 뉴스가 보도되자 미디어 비평가들은 술렁거렸다. <니먼랩>은 지난 3월23일 ‘페이스북이 새로운 월드와이드웹이 되길 원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단기와 장기 관점에서 언론사에 어떤 이득이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며칠 뒤 F8 개발자 콘퍼런스에선 <뉴욕타임스>와 <버즈피드>가 페이스북의 제안을 수용했다는 발표도 이어졌다.

<뉴욕타임스>는 페이스북이 인링크 방식을 도입하지 않는 언론사는 불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로딩 시간이 상대적으로 늦어짐으로써 사용자들이 링크 클릭을 기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언론사 웹사이트 트래픽은 감소하게 될 것이고 결국 수익이 악화돼 페이스북과 손잡을 수 없는 환경으로 내몰리게 된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지적이다.

이는 페이스북이 유튜브와 경쟁하면서 내놓은 동영상 강화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페이스북은 유튜브 링크를 포스팅할 경우 뉴스피드 알고리즘에서 노출도를 떨어뜨리는 결정을 감행했다. 페이스북에 영상을 직접 업로드해야만 더 많은 사용자들에게 확산된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알고리즘 조정이었다. 그 결과 페이스북은 유튜브를 누르고 세계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의 지위에 올라섰다.

뉴스와 동영상의 인링크 전략은 결과적으로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페이스북 안에서 작성하거나 유통시킬 것을 강제하는 ‘콘텐츠 블랙홀’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바로 그 자신이 웹, 나아가 인터넷이 되고자 하는 야망을 비교적 또렷하게 드러낸 서비스 상품인 것이다.

과거글 검색으로 구글 대체 꿈꾼다

과거 글 검색이 가능해진 페이스북(사진 출처 : 페이스북)

과거 글 검색이 가능해진 페이스북(사진 : 페이스북)

검색은 이런 페이스북 전략의 화룡점정이라 할 만하다. 그간 페이스북은 사용자를 찾고 연결시켜주는 데 주력해 왔다. 이른바 ‘그래프 검색’이다. 문서 검색은 구글과 같은 외부 서비스에 의존하는 시스템이었다. 이러한 정책은 지난해 12월부터 급선회했다. 페이스북은 2014년 12월8일 페이스북 검색 업데이트를 발표하면서 과거 문서 검색 기능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지금은 일부 지역에서 모바일로만 서비스되고 있다.

과거 문서 검색이 전세계 언어로 확장된다면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나 <버즈피드> 등 유력 언론사의 뉴스, 유튜브를 대체할 만큼의 풍부한 동영상, 친구가 올린 일상의 문서들까지 검색 대상에 포함되면서 페이스북 문서 검색은 위력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모바일에선 친구가 쓴 과거 글이나 올린 영상, 이미지를 찾기 위해 굳이 다른 검색엔진을 이용할 필요가 없게 됐다.

페이스북 문서 검색은 페이스북의 콘텐츠 블랙홀 전략과 맞물리면서 페이스북의 인터넷화에 핵심 축으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블로그, 영상, 뉴스, 이미지까지 페이스북이 인링크 형태로 빨아들인다면, 외부 검색엔진마저도 페이스북 콘텐츠를 검색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허리를 굽혀야 할 상황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폐쇄형 기업 솔루션도 페이스북으로 오라

페이스북은 기업용 솔루션에도 손을 대고 있다. 영입 비밀이 오가는 은밀한 공간마저도 페이스북의 관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1월14일 기업용 비공개 소셜플랫폼 ‘페이스북앳워크’를 선보였다. 이 시장엔 야머나 슬랙 같은 쟁쟁한 경쟁사들이 버티고 있다. 이들을 대체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됐다는 신호기도 했다.

지난 F8 개발자 콘퍼런스에선 페이스북 메신저를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허브 전략도 내놓았다. 기업이 앱 등을 통해 고객과 주고받는 각종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페이스북 메신저로 바꿔놓겠다는 심산이다.

폐쇄적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페이스북앳워크가, 고객과의 대화는 기업용 페이스북 메신저가 담당하는 구조다. 이를 염두에 둔 듯, 마크 주커버그는 e커머스 등을 겨냥한 비즈니스용 플랫폼을 먼저 공개했다.

개발도상국 사용자 절반 이상, “페이스북은 곧 인터넷”

(사진 출처 : 쿼츠)

(사진 출처 : 쿼츠)

페이스북의 꿈은 인터넷닷오아르지가 스며든 저개발국에서 이미 실현 단계에 들어섰다. 이를 증명해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쿼츠>가 지오폴 등을 통해 설문조사를 거쳐 지난 2월15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페이스북이 곧 인터넷’이라고 생각하는 사용자 비중이 나이지리아에선 65%에 이르렀다. 인도네시아는 61%, 인도는 58%, 브라질은 55%로 나타났다. 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페이스북과 인터넷을 혼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 지역은 페이스북의 인터넷닷오아르지가 제공되고 있는 개발도상국가들이다. 페이스북 쪽도 이러한 흐름에 관심을 갖고 있다. 셰릴 센드버그 페이스북 COO는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일부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페이스북과 인터넷을 혼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로컬 전략을 총괄하는 아이리스 오리스도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개발도상국에서 인터넷에 대한 인식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적기도 했다.

개발도상국의 인터넷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의 인터넷닷오아르지의 수혜를 경험하고 있다. 저렴한 인터넷 접속 비용으로 페이스북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아직은 사용자 1인당 수익률에선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지만 잠재적 기대 수익을 고려한다면 페이스북이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페이스북 입장에선 페이스북을 인터넷으로 착각하는 사용자들이 늘어날수록 기대 수익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모두를 위한 인터넷? 페이스북 위한 인터넷!

앤드류 킨의 최근 저서 '인터넷은 답이 아니다'.

앤드류 킨의 최근 저서 ‘인터넷은 답이 아니다’.

비판가들은 페이스북의 행보에 불편한 시선을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인터넷닷오아르지를 향한 눈빛은 그리 곱지 않다. 이들 비판가들은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한 페이스북이 더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주장한다. 14억명의 한계선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중국을 뚫거나 아니면 개발도상국의 인터넷 접속자를 늘리는 것이 답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가입자 증가 속도는 수년 전에 비해 느려졌다. 인터넷 인구가 늘어나지 않는 이상 가입자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기 버거운 상황이다. 검열과 규제의 터널을 뚫고 대체제가 자리잡은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남은 선택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인구를 인터넷의 품으로 끌어오되 그 첫 관문을 페이스북으로 묶어두는 것이다.

인터넷의 창시자 팀 버너스 리는 인터넷닷오아르지를 추진하고 있는 페이스북을 향해 “페이스북닷컴으로만 가게 하는 휴대폰을 만들 엄두도 내지 말라”고 경고했다. 평등하고 개방적인 웹 정신을 강조해온 팀 버너스 리 입장에선 페이스북의 ‘가두리 전략’이 위험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팀 버너스 리에만 그치는 건 아니다. 빌앤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데이비드 사사키는 인터넷닷오아르지가 발표될 당시 이를 두고 “모두를 위한 인터넷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페이스북”이라고 비판했다. <애틀랜틱 와이어>의 레베카 그린필드 기자도 “인터넷닷오아르지는 변장한 페이스북의 마케팅 전략일 뿐”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독설가로 통하는 예브게니 모로조프도 2014년 <뉴욕타임스> 기고글에서 “인터넷닷오아르지는 커뮤니케이션 인프라의 소유권과 사용권에 대한 복잡하고 논쟁적인 정책 결정의 결과”라고 해석했다. “연결이 곧 인권”이라는 마크 주커버그의 수사학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구글은 검색을 중심으로 이 꿈을 꿨지만 구글플러스의 부진으로 아직 실현하지 못한 상태다. 페이스북은 소셜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꿈을 꾸고 있다. 전세계를 페이스북으로 연결하는 꿈, 2015년은 이 꿈을 노골화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한켠에선 “인터넷은 답이 아니다”(앤드류 킨)라며 독점화하는 인터넷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다른 한켠에선 “인터넷은 곧 페이스북”이라며 독점화 경향을 강화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팀 버너스 리가 말했던 개방적이고 평등한 웹, 균등하고 자유로운 공간으로서 인터넷이 설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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