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개발자가 만든 ‘치즈 3D프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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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튜브를 잡은 로봇 팔이 아슬아슬하게 크래커 위를 가로지릅니다. 오호라. 튜브 안에 든 치즈를 크래커 위에 짜려는 것이군요. 헌데,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번번이 실패합니다. 치즈가 크래커 쪽이 아니라 로봇팔 위로 솟구치기도 하고요. 튜브 주둥이를 잡은 장치가 저 혼자 떨어져 나가기도 합니다. 실패, 실패, 그리고 또 실패. 이쯤 되면 로봇 팔이 좀 민망할 텐데 말입니다. 로봇에 아직 감정이 없다는 점은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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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로봇 팔의 이름은 ‘이지 치즈 3D프린터’입니다. 고체형 플라스틱 소재 필라멘트를 열로 녹여 입체형 물체를 만드는 것이 3D프린터의 방식 중 하나죠. 이지 치즈 3D프린터는 플라스틱 필라멘트 소재 대신 치즈를, 입체형 물체 대신 치즈로 만든 물체를 뽑아줍니다.

아직 완성도는 한참 모자라는 것 같습니다. 동영상을 계속 보세요. 이지 치즈 3D프린터가 사각형으로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긴 하는데, 눈 뜨고는 못 봐줄 만한 상황이 계속 연출됩니다. 애써 그린 사각형 틀을 스스로 뭉개기도 하고요. 치즈 튜브 구멍을 기기가 놓치기 일쑤입니다. 치즈 튜브를 잡은 장치가 고정이 잘 안 되는지, 치즈가 로봇 팔 위로 뿜어져 나오는 일도 예삿일입니다.

아직 3D프린터라고 부르기엔 좀 부족한 단계임이 분명합니다. 3D프린터라기 보다는 ‘자동 치즈 짤순이’ 정도로 부르는 것이 어떨지요. 동영상 제목도 그래서 ‘첫 번째 테스트’입니다. 이제 막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을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실수투성이 이지 치즈 3D프린터를 고안한 인물이 누군지 궁금해졌습니다. 홈페이지를 보니 이와 비슷한 프로젝트가 잔뜩 올라와 있습니다. 사람이 카메라 앞에서 점프하면 자동으로 셔터를 눌러주는 카메라도 있고요. 머리에 카메라를 달고, 거리를 지나며 만나는 사람마다 ‘하이파이브’로 손을 마주치는 장면을 찍기도 했습니다.

이 사람의 이름은 앤드류 맥스웰 패리쉬.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하이브리드랩을 운영 중인 인물입니다. 하이브리드 랩은 아두이노와 브레드보드, 웹캠, 태블릿 PC를 갖고 놀며 온갖 쓸데없어 보이는 일은 전부 하는 연구소입니다. 예술과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재미있어 보이는 일은 모두 합니다.

이지 치즈 3D프린터가 예술 대학의 한 기술 연구소(?)에서 탄생했다는 점도 이해가 됩니다. 기존 기술을 기발한 아이디어로 엮은 앤드류 맥스웰 패리쉬의 도전에 박수를 보냅니다. 엉뚱한 생각과 여유에 혁신의 열쇠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쓸모없는 바보 같은 기계일 뿐이지만, 이지 치즈 3D프린터가 곧 멋진 요리를 만들어줄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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