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 페이스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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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전세계 14억명이 페이스북을 쓴다. 매일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사람만도 8억9천만명에 달한다. 하루에 30억번 동영상을 보고, 사진 20억장을 올리며, 70억번 ‘좋아요’ 단추를 누른다.

많은 사람이 페이스북을 쓰기 때문에 페이스북이 보관해야 할 자료도 상당히 많다. 페이스북은 2012년 100페타바이트(PB)가 넘는 데이터를 저장 중이라고 밝혔다. 1PB는 1024테라바이트(TB)다. 3년 사이 동영상 소비가 늘었기에 지금은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품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는 페이스북을 공짜로 쓴다. 수MB짜리 사진부터 수백MB 크기 동영상도 페이스북에 마구 올린다. 페이스북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묵묵히 콘텐츠를 받아들인다. 그것도 수억명이 올리는 콘텐츠를 말이다. 페이스북은 왜 이런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는 걸까. 어떻게 우리는 페이스북을 공짜로 쓸 수 있을 걸까.

페이스북은 공짜가 아니다

페이스북이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공짜 서비스를 미끼로 모은 사용자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수익 구조가 비슷한 지상파 TV를 예로 들어보자. 공영방송이 챙기는 시청료를 빼면, 지상파 방송국은 시청자에게 따로 돈을 받지 않는다. 수억원을 들여 만든 프로그램을 공짜로 시청자에게 보여준다. 돈은 광고주에게 받는다. 공짜 프로그램을 보려고 모인 시청자를 광고주에게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다고 봐도 된다.

이를 양면시장(two-sided market) 구조라고 부른다. 시청자가 지상파 TV 프로그램을 보는 쪽은 수용자 시장이다. 이렇게 모인 시청자에게 접근할 권리를 광고주에게 파는 쪽은 광고 시장이다. 사용자에게 직접 요금을 물리기 힘든 콘텐츠 산업은 일반적으로 이중시장 구조를 띤다.

페이스북이 우리에게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광고주에게 돈을 받는 양면시장 구조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우리에게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광고주에게 돈을 받는 양면시장 구조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이라는 훌륭한 서비스는 공짜로 제공하되 공짜 서비스로 모은 사용자를 광고주에게 건네주고 중간에서 광고비를 받는다. 페이스북이 지난 2014년 벌어들인 돈은 124억6600만달러였다. 우리돈으로 13조8500억원 정도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모바일 광고로 벌었다.

페이스북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세계인이 매일 쓰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서버 운영비부터 최고급 개발자의 인건비, 페이스북에 돈을 보탠 투자자에게 돌려줄 배당금 등 돈 나갈 일이 많다. 지난해 번 돈 중에서 95억2600만달러(10조5800억원)이 비용으로 나갔다. 이런 천문학적인 비용을 내려면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페이스북, 돈 대신 사용자 정보 받는다

페이스북은 사용료 대신 사용자에게서 정보를 받는다. 이름과 나이, 성별 같은 인구통계학적 자료만 모으는 게 아니다. 좋아하는 책과 음악 같은 취향과 ‘좋아요’ 단추를 누르고 공유한 콘텐츠의 성격까지 차곡차곡 쌓아둔다.

페이스북은 사용자 개개인에게서 모은 이런 데이터를 재료로 사용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광고를 전할 수 있는 유통망을 꾸렸다. 덕분에 페이스북은 세계에서 가장 적확한 맞춤형 광고 매체로 자리매김했다. 다음은 페이스북코리아 손현호 이사가 지난해 12월 기자들을 불러모은 간담회 자리에서 한 얘기다.

“페이스북은 100% 로그인 기반 서비스입니다. 로그인한 사용자는 자발적으로 자기 정보를 공개합니다. 이 정보를 기반으로 (페이스북은) 다른 어떤 미디어도 따라오지 못하는 타게팅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 직장은 다니는지, 아이가 있는지, 학력이나 여러 사용자 정보를 통해 타게팅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행정구역별로 지역을 타게팅하는 것도 됩니다. 다양한 관심사와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타게팅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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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안에서 만들어진 정보에 페이스북 바깥 쿠키가 덧붙으면 한층 더 정밀한 표적 마케팅이 가능하다. 사용자는 페이스북에 늘 로그인돼 있다. 그 데이터를 바탕에 두고 웹사이트를 돌아다닐 때 나온 쿠키를 결합하면 그 사람이 인터넷에서 무엇을 하는지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다. 평소 박효신 팬클럽에 자주 접속하는 정실씨의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박효신 콘서트 광고가 뜨는 건 이런 원리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한발 더 나아가 쿠키를 페이스북 사용자 데이터(소셜그래프)로 대체하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사들인 라이브레일이라는 광고 플랫폼에 광고주가 자사 웹사이트에 접속한 누리꾼이 누구인지 페이스북 데이터를 통해서 확인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주 열린 페이스북 개발자 행사 ‘F8 2015’에서는 PC웹에 이어 모바일에도 라이브레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쿠키 데이터를 페이스북 안에 접목하는 단계를 넘어서, 페이스북 담장 바깥인 일반 웹 환경에서도 페이스북 사용자 데이터를 쿠키 대신 쓰라는 얘기다.

페이스북은 동영상으로도 타깃 광고를 집행할 수 있도록 했다.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린 광고주는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페이스북은 그 동영상을 몇 명이 봤는지, 그 사람들이 평균 몇 초 동안 광고를 봤는지 알려준다. 또 광고를 본 사람을 ‘뷰어’ 그룹으로 모아 보여준다. 동영상 광고를 본 사람만 대상으로 2차 마케팅도 가능하다고 손현호 이사는 설명했다.

한양에서 김서방 찾기도 페이스북에게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페이스북은 광고를 받아볼지 여부를 사용자가 직접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광고를 전적으로 거부할 방법은 없다. 일단 뉴스피드에 뜬 광고만 감출 수 있다. 심지어 광고를 거부하는 것도 페이스북에 소중한 데이터가 된다.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뉴스피드에서 광고를 거부한 이유를 수집해 다음 광고 집행에 활용한다.

페이스북 서비스 약관 가운데 발췌

▲페이스북 서비스 약관 가운데 발췌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내 것 아닌 내 정보

이쯤 되면 한번 따져 물어보고 싶어진다. 도대체 페이스북 사용자 정보는 누구 거냐고. 답은 허무하다. 페이스북 소유다.

페이스북이 사용자에게서 수집한 빅데이터는 페이스북의 자산이다. 사용자가 소유한 정보는 자기가 올린 콘텐츠까지만이다. 그마저도 전체 공개로 올렸다가 누군가 퍼간다면 내 뜻대로 지우기 어렵다.

페이스북이 사용자에게서 모든 빅데이터는 페이스북의 자산이다. 한 페이스북 사용자는 연애 가능성을 예측한다는 페이스북 연구 결과를 보고 근거가 된 데이터를 공개할 수 있냐고 물었다. 페이스북 데이터 과학팀은 “익명화된 (빅)데이터는 철저히 내부용이기 때문에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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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만 이런 건 아니다. 구글, 네이버, 다음 등 거의 모든 무료 인터넷 서비스는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수익 모델을 갖고 있다. 홈플러스처럼 노골적으로 고객정보를 내다 팔진 않더라도, 이중시장 구조를 가진 ‘공짜’ 인터넷 서비스 회사는 우리 정보를 도매금으로 때로는 잘게 쪼개서 광고주에게 내다 판다.

페이스북을 공짜로 쓰면서 우리가 내주는 것은 인터넷 활동에 관한 총체적 정보다. 그러니 공짜라고 마냥 좋아해선 안 된다. 공짜의 대가로 무엇을 내줘야 하는지 한번쯤 돌이켜봐야 한다. 결국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으니 말이다.

페이스북이 작년에 우리 정보를 내다팔아 번 돈은 1명당 1300원이었다. 북미 지역은 광고 단가가 더 비싸 9800원에 달했다. 공짜 페이스북의 대가는 그 언저리에 있음직하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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