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날씨 데이터를 유료로 제공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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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데이터는 무료일까, 유료일까. 대부분은 공공데이터는 무료라고 생각한다. 공공재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3월 초 기상청은 법을 개정하면서 “앞으로 월 10만원 정액료를 내고 기상청 데이터를 쓸 수 있다”라고 발표했다.

혹시 일기예보를 볼 때 돈을 내야 할까? 아니면 개발자가 날씨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돈을 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기상청은 날씨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각 지역별 기온, 최고저기온, 상대습도, 풍향, 풍속, 하늘상태, 강수확률, 강수량, 10일간 날씨 등은 무료다. 날씨예보에서 보는 대부분 데이터는 일반인도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다. 오픈API를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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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날씨 데이타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자료 : 기상청 홈페이지)

유료 데이터에 드는 비용은 대부분 인프라 때문

이번에 공개한 자료는 기상사업자들이 사용했던 유료 데이터다. 보통 월 2만~15만원을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다. 이 데이터들은 그동안 일반인에게 공개돼지 않았다. 기상사업자로 별도로 등록한 기업만 수수료를 내고 받을 수 있던 데이터다. 기상사업자는 기상예보, 기상장비, 기상감정, 기상컨설턴트 업체를 말한다.

장비 업체를 제외하고 기상사업자가 되려면 회사에 기상 관련 자격증이나 전문지식을 가진 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신문에서 보던 날씨정보, 포털에서 검색하던 날씨정보에는 ‘자료제공’라는 이름으로 특정 기업 이름이 명시된다. 이런 출처에 등장하는 기업이 대표적인 기상사업자다. 기상사업자는 기상청의 가장 기본 데이터(로우데이터)를 받아서 각 고객에게 맞춤화된 데이터를 판매하거나 자체 분석 시스템을 적용해 다른 날씨 정보를 제공한다.

기상사업체가 받는 데이터는 예보 주기가 좀 더 세분화되거나 종류가 다양하다. 온도나 습도같은 정도 외에 월별 평균풍속 통계, 월별 누적일사자료, 낙뢰 영상, 일평균 해수면온도, 태풍영상 이미지 자료 등이 포함돼 있다. 만약 현재 날씨를 앱에 표현하는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오픈API를 사용하면 된다. 좀 더 전문적인 기상 관련 사업을 하고 싶다면 기상사업자 전용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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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사업체가 받는 유료 데이터(자료 : 한국기상산업진흥원)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법으로 기상사업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전문 기상데이터를 접근할 수 있다”라며 “공공데이터 활용성을 높이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법은 8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요컨대, 그동안 기상사업자만 대상으로 제공되던 데이터를 일반인에게도 확대해 기상사업 참여 문호를 넓힌 게 이번 발표의 핵심이다.

공공데이터 자체는 무료가 원칙

그런데 수수료는 꼭 받아야 할까. 공공기관이 수수료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최문실 공공데이터 위원회 사무국장은 “법적으로 공공데이터는 무료로 제공하는 게 원칙”이라며 “일부 데이터는 전달할 때 비용이 드는데, 이 비용을 받을 수 있게 법에 명시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8조엔 유료 데이터 조건이 명시돼 있다.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8조(비용의 산정기준 등)

① 공공기관의 장 및 활용지원센터는 법 제35조에 따라 이용자에게 공공데이터의 제공에 드는 비용을 부담 시키려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
1. 공공데이터의 제공에 드는 전자기록매체 비용 등 일반 경비
2. 공공데이터의 제공을 위하여 필요한 정보시스템 및 네트워크 증설·유지보수 비용
3. 제3자 권리 정보가 포함된 공공데이터의 제공에 대한 정당한 권리이용 비용
② 공공기관의 장 및 활용지원센터는 공공데이터의 제공에 드는 비용이 제1항 각 호의 비용 외에 추가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이용목적, 데이터의 양, 제공기간 및 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공데이터를 제공받는 자와 협의를 통하여 비용을 결정할 수 있다.

비용이 드는 대표적인 데이터는 실시간 데이터다. 기상청 관계자는 “유료 데이터에 한해 오픈API가 아닌 FTP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보내주고 있다”라며 “유료데이터에서 제공하는 데이터가 다양해 하루에 기가바이트나 테라바이트 규모로 생산하는 데이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큰 용량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해선 추가적인 서버와 통신 인프라가 필요하다”라며 “엄밀히 말하면 데이터는 무료이고 그걸 전달할 때 필요한 인프라 비용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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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유료 데이터로는 실시간 교통정보가 있다. 현재 오픈API로 누구나 실시간 교통 정보나 실시간 CCTV에 접근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국토교통부 시스템에 부하가 걸릴 정도로 아니라면 기업, 개인 모두에게 무료로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한다”라며 “고화질 CCTV 영상 같은 특정 데이터가 필요한 기업이라면 그들 스스로 서버나 네트워크를 구입해서 우리 시스템에 붙일 수 있게 조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기관으론 한국거래소도 있다. 한국거래소는 실시간 주식 정보를 제외한 통계 자료는 무료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실시간 주식 정보를 공개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올해부터 한국거래소가 민간 기업으로 바뀌면서 공공데이터 논란에서 한발 비껴섰다.

남궁성 한국도로공사 교통연구실 연구실장은 유료 데이터가 공공데이터의 쓰임새를 높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남궁성 연구실장은 “대다수의 국민이 아닌 몇몇 특정 기업에서 쓰는 예외적인 공공 데이터는 만드는 데 비용이 든다”라며 “해당 비용을 국가에서 낸다면 국민이 특정 기업을 위해 돈을 지원해주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국민 대다수가 활용할만한 데이터는 무료로 공개하고, 예외적인 데이터는 요청시 공개하는 대신 운영비용을 기업에 받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설명했다.

유료 데이터로 기업 활용도 높여

오픈 데이터 리서치 네트워크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공공데이터 정책을 잘 수행하는 나라로는 영국과 미국이 꼽힌다. 이들 역시 실시간 정보 같은 데이터는 기업에 수수료를 받고 제공한다. 이는 영리 목적이 아니다. 공공데이터를 활성화하려는 취지다. 물론 추가적인 운영이 필요없는 데이터는 전부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영국 기상청은 기상청 데이터를 공공데이터로 규정하면서 ‘공정이용 정책’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공공데이터를 무료로 사용하는 경우 1분에 100데이터, 하루에 5천데이터까지 쓸 수 있다. 그 이상을 쓰려면 1년에 1500파운드를 내라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돈 200만원 정도다. 이 경우 1분에 1천데이터까지 요청을 할 수 있다. 이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사용하려면 협의를 통해 비용을 더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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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영국기상청 홈페이지 데이터 포인트 이용약관

미국도 기상청이 기업과 긴밀히 협조한다.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이 펴낸 ‘2012 데이터베이스 백서’엔 “미국 기상청은 공공·민간 서비스 성격에 따라 세분화된 맞춤형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라며 “공공정보 활용을 통해 민간영역이 성장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형성하고, 민관의 역할 분담 명확화를 위한 ‘미국 기상청과 민간기상산업간의 공공·민간 파트너십’이라는 기준서를 발간해 법적 범위 내에서 공공·민간영역의 경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라고 설명돼 있다.

최재원 다음소프트는 이사는 “일부 기업은 그래도 공공데이터는 인프라 수수료 없이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라며 “여전히 공공데이터 비용에 많은 논의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 이를 공론화하며 찬성과 반대 의견을 좁히는 작업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남궁성 한국도로공사 연구실장도 “공공데이터 시장은 아직 과도기이기 때문에 비용 문제 등에 대한 갈등이 생길 수 있다”라며 “공공데이터 관리나 예산의 필요성 같은 논의가 활발해지면 문제를 점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