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인] 홍영택 “프로그래밍으로 시민운동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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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는 다양한 이유로 프로그래밍을 접한다. 기업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세상에 없던 기술을 만들기 위해, 예술 작품 만들기 위해, 그리고 취미 활동을 위해…. 홍영택 개발자는 조금 색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옳은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 프로그래밍을 이용한단다. 현재 그가 근무하는 곳은 비영리단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다.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개발자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불어불문학과 전공자, 웹 개발자가 되다

홍영택 개발자는 불어불문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PC통신이 한창 유행이었다. 그 덕분에 홍영택 개발자는 자연스레 컴퓨터와 친해졌다. 웹사이트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전문 프로그래머를 꿈꾸던 것은 아니었다. 프로그래밍은 취미였을 뿐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엔 영화 배급, 연극 마케팅, 전시 기획 등을 했다.

“전시 디자인 회사에선 웹사이트를 많이 만들어요. 웹사이트가 어떻게 쓰였나 소스코드를 봤는데요. ‘이 정도라면 나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못된 코드가 종종 보였거든요. 그러다가 한두 번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개발자로 활동했죠. 기초를 닦기 위해 방통대에서 컴퓨터 관련 수업을 듣기도 했고요.”

홍영택 개발자는 홈페이지를 구축할 때 주로 콘텐츠 관리 시스템(Contents Management System, CMS)을 이용했다. CMS는 웹사이트를 구축하거나 편집하는 소프트웨어로 이미지, 글, 동영상 등의 관리를 쉽게 해주는 게 특징이다. 홍영택 개발자는 여러 CMS를 접하다가 ‘드루팔‘을 알게 됐다. 드루팔은 오픈소스 CMS다. 드루팔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이런 슬로건이 걸려 있다. ‘Come for the software, stay for the community.(소프트웨어 때문에 왔지만, 커뮤니티 때문에 남는다.)’ 홍영택 개발자는 이 문구에 크게 공감하고, 드루팔 개발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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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드루팔 홈페이지

“드루팔 커뮤니티에 있는 개발자들은 활력이 넘쳐요. 드루팔 핵심 코드를 작성하는 기여자들이 후배 기여자를 양성하기 위해 멘토링을 따로 진행하고요. 드루팔 관련 컨퍼런스가 해외나 국내에서도 자주 열리죠. 드루팔 커뮤니티 웹사이트에 가면 한 가지 주제에 대해 3년 넘게 토론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똑같은 기능의 모듈이 너무 많으니 합치자’, ‘아니다 그러면 사용자들이 너무 불편하다’, ‘드루팔의 철학을 생각해보자’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제 입장에선 너무 놀라웠어요. 그래서 더 드루팔에 흥미를 더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내가 만든 웹사이트가 사회에 도움이 된다면..

프리랜서로 일하다보니 홍영택 개발자는 주로 주변 지인 소개로 일을 찾았다. 그러다 우연히 시민단체를 위한 웹사이트를 구축했다. 디자이너들이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홍영택 개발자가 해당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그 전에는 먹고 살기 위해 코드를 작성했죠. 처음으로 제가 쓴 코드가 조금이나마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정말 색다르더라고요. 큰돈을 받고 홈페이지를 만들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개념의 희열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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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택 CC코리아 개발자

홍영택 개발자는 프리랜서 개발자 생활을 2년 정도 지속했다. 그는 “붙임성이 있는 성격이 아니다”라며 “아는 사람을 통해 일을 계속 찾는 데도 한계가 있더라”라고 말했다.

“혼자 일하다 보니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하는 게 조금 힘들더군요. 프리랜서도 고객이 원하는 걸 구현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니,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마침 그때 한국에 드루팔 전문회사가 있다는 걸 알았고요. 좋은 기회가 생겨서 드루팔 전문 기업에서 개발팀장으로 일했습니다.”

비영리단체에서 근무하는 프로그래머

홍영택 개발자는 CC코리아에서 주로 개발자와 관련된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CC코리아와의 인연은 ‘코드나무’에서 시작했다. 코드나무는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기획자 등 다양한 시민이 참여해 사회문제를 고민하는 커뮤니티다. 공공정보 개방을 위해 공공기관 컨설팅을 하거나, 연구 보고서를 집필하고, IT를 활용해 공익 서비스를 직접 구현하는 식이다.

“코드나무 해커톤에 참여했어요. 문제의식을 깨닫고, 협업하는 과정들이 재미있었어요. ‘이런 걸 예전에도 느꼈던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니 과거에 반 원전 운동 홈페이지를 만든 경험이 떠오르더라고요. 이때 일이 파묻혀서 살았던 저에겐 다시 자극을 주었어요. CC코리아도 그때 처음 알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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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코드나무 홈페이지

비영리단체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수평적인 조직문화에서 자신이 원하는 코드를 매일 쓰고, 소스코드 대부분이 사회에 좋은 일에 기여될 것 같다. 물론 일부는 그럴 수 있다. 홍영택 개발자는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면 시간이 많아서 내가 원하는 코드를 편히 작성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 그렇지는 않다”라고 설명했다.

“CC코리아와 면접 볼 때 국장님이 ‘이곳도 치열한 전쟁터’라는 말을 하시더라고요. 비영리단체가 유지되려면요. 단체가 추구하는 가치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스스로 보여줘야 하거든요. 저 혼자 여유롭게 코드를 쓴다 해서 그런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게 아니죠. 때로는 행사를 주최하고, 사람을 만나고 다른 곳에 시간을 투자해야 하죠. 보통 기업의 관리직을 맡으면 개발 시간 외 다른 업무를 처리하는 데 더 시간을 보내잖아요. 그런 구조와 비슷해요. 이곳의 장점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벽 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균형 있게 기술을 공부하고파”

드루팔을 접한 이후로 홍영택 개발자는 오픈소스 기술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다양한 기술을 균형 있게 보려 노력하고 있다”라며 “서버단, 프론트엔드단 가리지 않고 기술을 직접 적용해보면서 배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엔 인프라 관리를 자동화해주는 기술을 공부하고 있다. 퍼펫(Puppet), 셰프(Chef), 앤서블(Ansible)같은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면 서버 설치 등을 할 때 명령어로 입력했던 많은 과정을 코드형태로 관리할 수 있다.

홍영택 개발자는 현재 코드나무 사업을 주로 관리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저녁마다 커뮤니티 행사를 주최하고 누구나 사회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술을 제안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평균 10~20명 인원이 모임에 참석하고, 많을 땐 40명까지 모인다고 한다. 비정기적으로 해커톤 행사도 열고 있다. 정부와 협력해 공공데이터 관련 사업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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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나무에서 주최하는 해커톤. 최근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행사가 열렸다(사진 : 코드나무 홈페이지)

홍영택 개발자는 앞으로 목표에 대해 “더 편리한 협업도구를 만들어 커뮤니티 참여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라며 “깃허브는 디자이너나 기획자에게 조금 어렵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프로젝트 관리 도구를 개발하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CC코리아나 코드나무같은 곳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이예요. 그러한 관심은 노력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거든요. 실력은 두 번째 문제예요. 앞으로 더 많은 분이 코드나무에 와서 함께 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