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집사, 아두이노로 고양이 장난감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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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다~ 우다다~ 우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새벽에 집사(고양이 반려인)의 잠을 깨우는 고양이의 야속한 ‘우다다’. 고양이가 사냥 본능의 에너지를 분출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우다다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해법은 낚싯대와 같은 장난감으로 충분히 지칠 때까지 놀아 주는 것. 하지만 퇴근하고 집에 오면 왜 이리 피곤한지. 집사는 고양이 사료랑 물 채워주고 고양이 화장실 치우고 그러고 나서 내 몸 씻고 라면 하나 끓여 먹고 잠들기 바쁘다.

디자인과 기술, 문화를 어우르는 창작 활동을 하는 스타트업 리틀보이사이언 유상준 대표의 초보 집사 시절도 마찬가지였다. 유 대표는 고양이 ‘딩딩이’와 지난 2013년에 ‘묘연’을 맺었다. 입양 당시 8개월이던 딩딩이는 ‘똥꼬발랄’한 ‘캣초딩’이었다. 손으로 낚싯대를 이리저리 흔들어주며 놀아주는 것도 하루 이틀. “딩딩이랑 놀아주다 보니 필요성을 느끼게 된 거죠.”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드는 걸 즐기는 유 대표는 아예 작정하고 고양이 장난감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두이노 서보모터를 이용해서 만들었는데 잘 놀더라고요.” 학부에서 영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2008~2009년께, 아두이노를 접했다. 그래서 포토샵만큼이나 아두이노를 쉽게 다룬다. “집에 아두이노가 되게 많아요. 손에 집히는 대로 혼자 계속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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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상준 리틀보이사이언 대표

계절이 몇 번 바뀌어 2015년. 초보 집사는 어엿한 3년차 집사가 됐고, 모셔야 하는 고양이도 2마리로 늘었다. 밤이면 큰 덩치로 ‘우다다’를 해 꼭 사고를 치는 둘째 ‘바바’를 새 식구로 들였다. 그리고 2013년 개발을 시작한 고양이 장난감도 수차례 베타테스트와 몇 번의 시제품 제작을 거치다 보니 ‘어느 고양이한테 내놓아도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고양이와 반려인을 위한 스마트 장난감, ‘캣치캣츠’

△ 캣치캣츠

△ 캣치캣츠

‘캣치캣츠’는 고양이와 반려견을 위한 스마트 장난감이다. 고양이 낚싯대 ‘카챠카챠’의 로봇 버전이다. 주먹 만한 플라스틱 본체와 낚싯대, 알루미늄 소재로 된 미끼로 구성돼 있다. 본체에는 터치 센서가 달려 있어, 고양이 움직임에 따라 낚싯대가 움직인다. 본체에 내장된 리모컨 센서로 TV 리모컨이나 스마트폰과 연결하면, 집사가 직접 낚싯대를 조종하며 놀아줄 수도 있다. 본체는 벽에서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으며, 마이크로USB 케이블로 충전한다. 한 번 충전하면 10시간 동안 쓸 수 있다.

캣치캣츠는 유상준 대표 1인 프로젝트다. ‘아두이노 프로토타이핑→회로 설계→PCB (프린티드 서킷 보드) 제작→코딩→디자인→기구 설계→3D프린팅 및 가공’까지 정말 혼자 다했다. “혼자 개발하고 혼자 PCB 뜨고, 디자인하고, 3D 모델링하고 3D 프린팅하고….(웃음)”

“캣치캣츠, 이렇게 만들었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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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으로 아두이노와 브레드보드로 만든 프로토타입, 단순한 기능만 넣어서 ATtiny 칩을 이용해 작게 제작한 첫 번째로 제작한 소형 PCB  , 두 번째로 만든 PCB, 최종 프로토타입에 적용한 PCB.(좌측 상단부터 시계 반대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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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PCB 설계를 할 수 있는 ‘이글’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처음엔 ‘프리칭’이란 아두이노와 호환되는 보드 작성 프로그램을 이용했는데 제한 사항과 버그가 많아서 이글로 하게 됐다. 이글은 아두이노 해외 포럼쪽에 관련 자료가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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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토데스크의 ‘퓨전360’을 사용해 3D 디자인과 설계를 했다. 학생은 3년간, 스타트업엔 2년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선택하게 됐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동돼 있어 모바일이나 웹에서 사용하기 편하다. 기존 오토데스크에 익숙한 사람들이 사용하기 좋고 3D 프린팅을 위한 파일 확장자인 STL 파일로 내보내는 기능도 있어서 시제품을 만들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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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왼쪽 위) 3D프린터로 외형을 만들기 전에 종이 보드를 접어서 만든 디자인이다. 빠르게 프로토타이핑할 수 있는 재료 중에 이같은 종이보드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오른쪽 위) 오픈크리에이터스 아몬드 3D프린터를 이용해 디자인한 것을 출력한 모습이다. 경기지방중소기업청의 시제품제작터란 곳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3D프린터를 이용해서 제작했다. 해상도를 높게 설정해서 그런지 2개 파트를 출력하는 데 5시간 정도 걸렸다.

(왼쪽 아래)  3D프린터 출력물을 사포로 다듬고 프라모델용 퍼티와 컴파운드로 마무리해서 에나멜로 색을 칠한 모습.

(오른쪽 아래) 최종 그래픽 디자인을 입히고 조립을 해서 만든 프로토타입.

혼자 만드는 게 가능하냐는 물음에 유상준 대표는 “지금은 혼자 제품 개발하기 쉬운 시대”라고 설명했다. 사실 유 대표도 제품디자인을 전공한 건 아니기에 기구를 설계하고 3D 모델링 하는 건 어려웠다. “튜토리얼 보면서 했어요. 알고 보면 개발이나 디자인이 접근하기 쉽게 돼 있어요.” 3D 프린팅용 소프트웨어는 스타트업은 무료로 쓸 수 있는 ‘퓨전360’을 이용했다.

오롯이 혼자는 아니었다. 24시간 든든한 베타테스터가 돼 주는 반려묘 딩딩이와 바바가 있었다. 낚싯대가 움직이는 속도나 세기 등을 바꿔 딩딩이와 바바에게 테스트하며 반응을 살폈다. 밤에는 어떻게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지 확인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해두기도 했다.

△ 딩딩이

△ 캣치캣츠랑 놀고 있는 딩딩이

그런데 낚싯대 움직임 패턴이 일정한 탓에 고양이들이 익숙해지면 금방 흥미를 잃었다. 그래서 터치 센서를 달고, 미끼는 전도성 물체로 만들었다. 고양이가 미끼를 발로 건드리면 터치 센서가 작동해 낚싯대가 움직이도록 했다. 과자나 라면 봉지 등 식품 포장에 쓰이는 알루미늄 코팅 필름을 사용해 미끼를 만들어 교체도 쉽도록 했다.

이렇게 최종 시제품까진 아두이노와 3D프린터, 베타테스터 고양이를 활용해왔지만, 제품화를 위해선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금형 제작이 필요했다. 저렴하게 견적을 내도 750만원은 들었다. 품앗이 펀딩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텀블벅에 ‘캣치캣츠’ 프로젝트를 올렸다.

기대보다 반응은 뜨거웠다. 프로젝트를 올린 지 일주일 만에 목표액 500만원의 두 배가 넘는 1180여만원을 모았다. 최소한의 금형 제작 비용은 마련된 셈이다. 신기술이나 아이디어 상품이 주목을 받는 ‘킥스타터’나 ‘인디고고’와 같은 해외 서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국내에서 하드웨어 제품이 이렇게 인기를 끈 건 고무적인 일이기도 하다.

캣치캣츠, 언젠가는 오픈소스로

유 대표는 자신이 좋아하고 매일 사용하는 물건을 개선시키는 데 관심이 많다. 하지만 그의 관심사가 꼭 사람들이 원하는 아이템과 일치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캣치캣츠는 그게 맞아떨어졌다. 유상준 대표는 앞으로 그런 아이템을 찾아 나갈 생각이다. “내가 좋아하는 걸로 사회적인 도움이 되면 더 좋지요.”

△ 악기를 연주하고 싶어 만든 카드보드 기타. 장난감처럼 쉬운 인터페이스로 초보자도 쉽게  칠 수 있으며 실제 기타소리가 난다.   

“내가 매일 사용하는 물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먼저 개선시키는 것부터예요. 저는 매일 자전거를 타는데, 한 번 사고가 나서 입원한 적이 있어요. 그럼 자전거를 타면서 불편한 것들을 개선시키려고 노력하는 식이죠.”

유상준 대표는 “디자인과 기술을 활용한 창작 활동을 하는 메이커”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는 오픈소스 제조업 운동인 ‘메이커 운동’을 좋아하고 지지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한 것도 이때문이다. “대학 때 삼성소프트웨어 멤버십에 있으면서 기업 취직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메이커 활동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사실 캣치캣츠는 메이커 제품이 아니라 비즈니스라고 볼 수 있죠. 판매를 생각하니까요.” 대신 금형 제작을 마치고 생활과 작업을 이어나갈 수익을 어느 정도 낸 뒤에는 누구나 만들 수 있도록 캣치캣츠를 오픈소스로 공개할 작정이다. 대신 일반인도 쉽게 보고 만들 수 있도록 더 간단한 버전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