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2.0 : 기계가 고용을 삼킨다, 그 전망과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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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라는 경제종합 사이트에 예일대 경영대 로버트 쉴러(Robert D. Shiller) 교수는 “기계가 고용을 삼킨다”(The Machine That Ate Jobs)라는 제목의 글을 쓴 바 있다. 내용은 ‘사이버네틱스’라는 말을 처음 창시했고, 천재적인 수학자이자 컴퓨터 분야의 개척자 중에 한 명이었던 MIT의 노버트 와이너(Nobert Wiener)의 경고, ‘컴퓨터가 고용문제에 큰 위협을 가할 것’이라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고민한 것이다.

쉴러의 논지에 따르면 그 경고는 오늘날 기정사실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IT의 발전과 성장은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4개월마다 2배로 성장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초월했다. 고정적 비율로 폭발적 성장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하키채 모양의 곡선이 된다. 우리가 그동안 기계가 고용을 삼키는 결과를 보지 못한 것은 그 하키채 모양 곡선의 평행한 부분에 IT산업의 잠재력과 영향력이 머물러서 그렇다.

이제 곧 IT산업의 잠재력과 영향력이 초기의 작은 변화(기술 혁신)에서 전반적 변화(필자는 그것을 웹2.0 이후 IT의 소셜화에 주목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웹 2.0을 위한, 죽은 드러커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에서 상술한 바 있다.)로 진화한다면, 그 때 우리는 노버트 와이너의 경고가 엄중한 현실이 되는 것을 목격할 가능성도 있다.

하키채커브 예시

(위 그래프를 예시로 사용하자면 2001년까지 멈춰 있던 IT는 버블과 상관 없이 실질적 활용도, 사회적 영향력 측면에서는 정체되어 있었다고 봐도 좋다. 그러나 웹 2.0 이후부터는 지속적으로 폭발해 사회적 성장, 즉 ‘소셜 진화’를 하고 있다고 보인다. 위 그래프의 인용 출처 링크를 따라가면 하키채 커브 곡선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고용위협은 저기술 노동자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기계에 의한 대체가능성의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은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과 같은 전통적 전문직들도 마찬가지다. 2006년 같은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쉴러의 “21세기를 위한 커리어 카운셀링”(Career Counseling for the Twenty-first Century)에 보면 쉴러는 의사들 마저도 컴퓨터에 의한 진단시스템에 의해서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쉴러는 또 경제학자 프랭크 레비(Frank Levy)와 리차드 머네인(Richard Murnane)의 연구성과인 ‘새로운 노동의 분화 : 어떻게 컴퓨터가 새로운 노동시장을 창출하는가’를 언급하면서, 1960년대의 산업구조와 체계에 따른 정규직은 상당 부분 컴퓨터에 의해 대체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에 동의하고 있다.

필자 역시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들과 정황들을 예일대 법대 이안 에이어(Ian Ayre) 교수의 ‘슈퍼크런처'(Supercrunchers)를 토대로 ‘엘리트 2.0 : 슈퍼크런처 v. 이매지너’라는 글에서 상술한 바 있다. 글의 골자는, 대량 데이터베이스가 저가로 구축되는 새로운 산업현실이 이를 활용한 새로운 분석, 예측, 진단 기술의 향상을 이끌고 이를 통해 전시대 엘리트들을 대체할 가능성을 전망한 것이다.

IT산업의 잠재력, 가능성이 사회 전체적으로 확대된다면 그러한 산업구조의 변동과 그에 따른 고용불안정성의 증대는 적어도 일정 기간 동안은 (1) 새로운 산업의 수요와 그 수요에 기댄 새로운 직종의 창출이 있기 전까지는, (2)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할 교육, 훈련 시스템이 정비되기 전까지는 상당한 사회적 위험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고용불안정성의 증대’라는 부작용 이외에도, 기술의 진보를 통한 생산성 향상의 이득을 포함하고 있다.

단지 쉴러가 ‘기계가 고용을 삼킨다’라는 글에서 지적한 바처럼, 문제는 그 생산성 향상의 이득은 ‘평균적’인데 인간은 ‘평균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생산성 향상을 통해서 얻어지는 혜택이 모두에게 고르게 가지않는 반면, 그 위험부담은 공동으로 가지게 되므로, 이러한 전망에 대한 대안은 그 위험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는 부분과 연결이 된다.

쉴러의 분석에 따르면 초기 IT산업의 수익분배는 대부분 컴퓨터가 대체 못하는 고급지식 소유자, 초기 진입자, 그리고 확고한 비즈니스 연줄을 가진 쪽으로 이루어졌다. 그 같은 구조는 이전 산업구조 조정과정에서도 비슷하게 발견된다.

다만, 쉴러는 이전의 사진산업, TV산업 등을 근거로 들면서 그 산업들이 소수의 슈퍼스타와 그 경쟁구도에 들지 못하는 나머지 사람들을 퇴출시키는 구조로 진화했다고 했는데, 이는 동의하기 어렵다. 필자는 그들 전통산업을 대체한, 이용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등장하는 새로운 산업구조는 보다 다원적인 창조성이 핵심을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쉴러 역시 ‘평균적’으로는 IT산업이 사람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이전 산업구조 조정 과정과 다르다는 점을 언급하긴 했지만, 필자는 그 차이점을 좀 더 명백히 하고자 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그러한 위험부담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금융 2.0 : 금융의 민주화를 통한 위기극복’  비전이 가능할 것이다. 

금융은 미래를 통계적으로 예측한 객관적 전망을 토대로, 도덕적 해이를 피할 수 있는 사회적 위험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술이자 제도로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IT의 발전과 사회 전반적인 영향력 확대로 인한 고용불안정성의 증대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는, 동시에 기술적 변화를 금융에 접목시켜 사회적 변화로 진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용시장의 불안을 금융시장의 확대를 통한 방법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그린화, 세계화, 그리고 디지털화는 21세기 국제사회의 풍경을 바꿀, 그리고 바꿀 수 밖에 없는 현실이요, 점점 더 거세질 미래다. 그리고 그 세 가지는 서로 따는 노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융합을 통한 진화’, ‘진화를 통한 융합’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기회는 새로운 위험성 또한 창출하고 있다. IT가 전반적으로 사회에 도입되고 혁신적인 생산성, 창조성을 가지게 된다면, 어제의 경쟁력이 오늘엔 폐기될 것이고, 전날의 고용이 오늘의 실업이 될 수도 있다. 적어도 그렇게 극단적으로 가지는 않더라도 직업의 평판, 안정성, 그리고 연봉수준, 복지혜택 등 모든 면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쉴러가 지적한 ‘생산성 향상을 통한 혜택이 모두에게 고르지 않은 반면, 그 위험부담은 모두에게 고르게 가는 일’을 막기위해, 사회적인 위험관리 시스템이 도입되어서 사람들의 심리적 부담감, 저항감을 막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변화의 기회는 더 살리고, 위험은 더 줄여주는 윈-윈 게임을 구축하는 길이다.

그러한 면에서 IT의 성장과 소셜화, 그리고 금융의 진화와 확대는 따로 갈 일이 아니라 같이 갈 길, 그리고 함께 생각하며 멀리 같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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