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핀테크]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금융 혁신 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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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으로 보면 전통 가솔린 엔진이 있는데 중간에 하이브리드 엔진 차가 나왔잖아요. 일론 머스크는 이걸 뒤집었어요. IT회사에서 자동차를 만들었죠. 전기차 말이에요. 내연기관을 몽땅 제거하고 혁신의 틀에서 출발했어요. 하이브리드차는 자동차 업계에서 나왔고, 전기차는 IT에서 왔죠. 지금 보면 일론 머스크가 내놓은 전기차가 혁신적인 솔루션이라는 게 보이죠. 아직 작은 시장이지만 향후에 엄청나게 클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라는 점이 눈에 보여요. 핀테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 다중서명 서비스를 개발해 거래소 금고에 적용을 마친 4월1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 코인플러그 사무실에서 어준선 대표를 만났다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 다중서명 서비스를 개발해 거래소 금고에 적용을 마친 4월1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 코인플러그 사무실에서 어준선 대표를 만났다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는 요즘 나오는 핀테크 담론이 ‘하이브리드 금융’이라고 풀이했다. 기존 금융권에서 IT 기술을 보조적으로 도입하는 쪽에만 시선이 쏠린다는 얘기다. 개발자 출신인 어준선 대표는 IT 관점에서 금융을 혁신하는 쪽을 택했다. 그는 가상화폐 ‘비트코인‘ 속에서 길을 찾았다.

비트코인은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 개발자가 내놓은 가상화폐다. 발행 주체도, 관리하는 기관도 없다. 모든 사용자가 힘을 모아 만들고 관리한다. 거래내역을 모두 블록체인이라는 장부에 기록하고 이걸 P2P 방식으로 모든 사용자에게 공유한다. 중앙 서버에 거래내역을 꽁꽁 숨겨두고 철통같이 보호하는 기존 금융권과 정반대로 접근한 셈이다. 거래 장부를 공개하고 모든 사용자에게 흩뿌린 덕에 비트코인은 해킹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은 안정성을 갖췄다.

개발자 CEO, 비트코인에서 답을 찾다

어준선 대표는 국내 최초로 와이파이 기반 실내외 측위 기술을 개발한 셀리지온이라는 회사에서 공동창업자이자 CTO로 일하고 있었다. 2000년 CTO로 일하던 엑시오커뮤니케이션즈가 시스코에 인수되자 자리를 옮긴 터였다. 그 당시 인수를 주관하며 친분을 쌓은 미국 벤처투자가(VC)와 주기현 실버블루 대표(전 엑시오커뮤니케이션즈 대표)가 어 대표에게 ‘비트코인이라는 기술이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고 있으니 한번 알아보라’고 권했다. 2013년 7월이었다.

처음에는 시큰둥했다. 집에 와서 ‘비트코인’을 검색했다. 각종 뉴스가 쏟아졌다. 비트코인 원천 기술을 적어둔 사토시 나카모토의 백서를 읽었다. 어준선 대표는 비트코인 원천 기술인 블록체인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비트코인을 처음 알고 기술에 엄청 매료됐어요. 지금가지 이렇게 매력적인 기술을 본 적이 없엇거든요. 이걸 현실화하면 진짜 우리가 원하던 금융솔루션이 되겠다고 생각했죠. 직접 비트코인을 구입해서 써보고 하니 진짜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비트코인으로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죠.”

일주일만에 사업계획서를 써 주기현 대표에게 보여줬다. 주 대표는 사업계획서를 2~3쪽 보더니 바로 어준선 대표에게 40만달러를 투자했다. 어 대표는 내친김에 바로 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를 섭외했다. 지금 최고기술책임자(CTO)인 홍재우 이사와 앱 개발 총괄인 이형근 이사가 합류하겠다고 나섰다. 핵심 인원 3명을 그 자리에서 모았다.

부침 심한 비트코인 업계, 뚝심으로 정진한다

창업 얘기가 나오고 한 달 반 만인 10월2일 코인플러그를 세웠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국내 비트코인 생태계는 일천했다. 먼저 사용자가 비트코인을 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했다. 어준선 대표는 비트코인 거래소부터 차렸다.

첫 발을 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크게 주목받을 일이 생겼다. 2013년 11월18일 미국 상원의회가 비트코인에 관한 청문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벤 버냉키 당시 연방준비은행(FRB) 의장과 정부 관계자는 비트코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연방 행정당국이 비트코인을 합법적 지불수단으로 기꺼이 인정하려는 뜻을 내비쳤다”라는 풀이를 내놓았다.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비트코인을 인정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자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았다. 청문회 전에 500달러 정도였던 1비트코인은 하루도 지나기 전에 900달러까지 내달렸다. 한때 1200달러까지 찍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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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솟구치자 생태계 기반도 없던 국내에도 관심이 들끓었다. 코인플러그도 창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빨리 끓어오른 물은 금방 식었다. 2013년 12월 고점을 찍은 비트코인 시세는 계속 내려앉았다. 2015년 4월17일 현재 1비트코인가치는 225달러 정도다.

비트코인의 본질적 가치에 주목한 어준선 대표는 시세 부침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국내에 비트코인을 소개하는 일부터 한 단계씩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2014년 3월 효성노틸러스와 손잡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비트코인ATM을 내놓았다. 또 비트코인을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선불카드를 만들어 편의점에 유통했다. 비트코인ATM을 함께 개발하며 맺은 인연으로 효성과 효성 자회사인 전자결제대행회사(PG)사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와 손잡고 편의점에 들어간 효성CD기에 비트코인을 사고팔 수 있는 기능을 덧붙였다. 지금은 전국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탑 매장 1만4천여곳에서 비트코인을 살 수 있다. GS25와는 제휴를 추진 중이다. 어준선 대표는 “세계적으로 봐도 한국이 비트코인 살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잘 갖춰져 있다”라고 자신했다.

2013년 11월 주기현 대표 실버블루에서 40만달러를 받은 뒤, 2014년 3월에는 유명 투자자 팀 드레이퍼 등 투자가에게 40만달러를 더 투자받았다. 같은 해 10월에는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국내 투자사 등에서 시리즈A 투자금 25억원을 유치했다. 경쟁사인 한국비트코인거래소(코빗)이 2달 먼저 3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지만, 이때 돈을 댄 곳은 해외투자사였다. 비트코인 스타트업이 국내 투자사에서 투자받았다는 점에서 코인플러그 시리즈A 투자는 업계에 적지 않은 의미를 남겼다.

지지부진한 비트코인 시장, 앞으로 3년이 고비

지난 3년 동안 코인플러그는 한국에서 대표적인 비트코인 회사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3년이 지난 뒤에도 비트코인은 국내에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했다. 비트코인을 받는 가맹점은 100여곳으로 늘었지만 실제로 쓰는 사용자는 많지 않다.

한국보다 비트코인에 우호적인 해외도 비트코인이 가장 널리 쓰이는 분야는 시세차익을 노린 단기 투자다. 구글벤처스와 Y컴비네이터 등 걸출한 VC에서 투자 받은 비트코인 거래소 버터코인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올 4월 문을 닫았다. 비트코인 생태계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는 상황에 코인플러그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물었다. 어준선 대표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고 답했다.

“스타트업이 위기를 겪는 ‘죽음의 계곡’이 3년에서 5년 사이라고 해요. 우리도 이제 3년차 회사가 됐죠. 앞으로 3년 동안 회사를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킬지가 과제입니다. 가능성을 계속 증명해보이고 거기서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내놓아 수익을 만들어내야죠. 얼마나 해낼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르리라 봅니다. 그래도 2년 전에 맨땅에서 이만큼 왔는데요 뭐. 앞으로는 전보다는 낫지 않겠어요?”

비트코인 속에 금융 혁신 동력 있다

어준선 대표는 금융산업에 IT를 접목하자는 핀테크 논의처럼 비트코인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에 덧댄다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편리하게 쓸 생태계가 완성되지 않아서 그렇지, 블록체인이라는 금융에 필요한 솔루션은 완비돼 있어요. 이 솔루션을 활용할 서비스를 우리도 빨리 만들어야겠죠. 어떻게 보면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비트코인은 지난 6년 동안 글로벌 결제 플랫폼으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검증받았다. 중간 유통망이 가져가는 수수료 때문에 그동안 불가능했던 소액 결제와 송금도 비트코인을 쓰면 가능하다.

이미 세계 각국 정부가 비트코인이 지닌 가능성을 인정하고 이를 활용하려고 발벗고 나섰다. 영국은 핀테크 육성 정책의 일환으로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고 비트코인 산업을 지원하고 나섰다. 실리콘밸리가 자리잡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도 비트코인에 법정화폐와 같은 지위를 부여했다. 뉴욕도 비트코인 규제안을 내놓고 금융산업 테두리 안으로 비트코인을 끌어안았다. 비트코인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소액 송금 등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이는 핀테크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한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 비트코인을 어떻게 여길지 입장도 정리하지 못한 채 손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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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준선 대표는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초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 국내 업계가 비트코인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시장에 갇힌 금융업계가 비트코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면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봤다.

“한 지역에만 머무는 건 핀테크가 아닙니다. 한국 시장 안에서는 금융시장을 새롭게 창출할 게 없어요. 결국 제살 깎아먹는 경쟁만 하게 되죠. 글로벌한 기술로 전세계에 서비스를 해야 하는데 기존 금융권에서는 적절한 수단을 못 찾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중요한 몫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전세계 인구 70%는 은행 계좌가 없다고 해요. 이런 사람들이 금융 혜택을 볼 수 있는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겁니다. 소액 송금 시장만 해도 엄청납니다. 기존에 은행이 못 했던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겁니다. 크게 투자 하지 않아도 돼요. 이미 갖춰져 있고 검증 받은 비트코인 플랫폼을 이용하면 됩니다. 이런 게 새로운 핀테크의 모습이 아닐까요.”

금융과 비트코인, 시너지 보여줄 것

입으로만 떠들지는 않는다. 어준선 대표는 비트코인 플랫폼의 가능성을 몸소 증명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보안 문제에 특히 민감한 금융회사의 우려를 달래기 위해 코인플러그는 다중서명(멀티 시그내처) 기능을 자체 개발해 거래소 금고(콜드월렛)에 적용했다. 공개키와 개인키 2개만 있으면 비트코인을 꺼내갈 수 있는 기존 지갑과 달리 열쇠 3개를 함께 써야 비트코인을 인출할 수 있도록 했다. 암호키 3개는 물리적으로 분산된 곳에 따로 보관한다. 덕분에 해커가 거래소에 숨어들더라도 고객이 맡긴 돈에는 손 대기 힘들어졌다. 고객이 금고에 맡긴 비트코인을 꺼내달라고 요청하면 코인플러그 직원이 분산된 암호화키 3개를 모아 48시간 이내에 비트코인을 보내준다. 각 암호키는 서로 다른 직원이 보관해 내부 인원이 자금을 빼돌리는 일도 예방한다. 금융기관 못지 않게 강력한 보안 체계를 갖춘 셈이라고 어준선 대표는 자신했다. 다중서명 기능을 자체적으로 개발한 비트코인 회사는 세계적으로도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코인플러그는 조만간 제1금융권과 제휴를 맺고 비트코인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처음에는 포인트 전환 같은 작은 서비스부터 시작한다. 금융회사가 블록체인 기술을 충분히 활용해보고 검증을 마친 뒤에는 더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어준선 대표는 전망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써보고 검증하고 신뢰하기까지 기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필요하다고 봐요. 올 하반기 정도에는 복합결제나 문서인증, 다중서명 기능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한국 핀테크 스타트업 ‘K핀테크’ 릴레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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