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트위터 마을’의 민주주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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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명이 사는 스페인 남부 작은 마을 도시 훈(Jun)시. 이곳에서는 독특한 실험이 벌어진다. 훈시 시장 호세 안토니오 로드리게즈 살라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로 시정을 운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곳에 매사추세츠공대(MIT) 소셜미디어 연구진이 이곳을 연구한 결과를 지난 4월15일(현지시각) 블로그에 공개했다.

로드리게즈 살라스 시장은 2011년부터 시정에 트위터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 3500명 모두에게 트위터에 가입하고 마을회관에서 실제 거주민 계정임을 확인받으라고 요구했다. 시청 직원들이 실제 주민과 소통하는지를 확인하려는 밑작업이다.

주민이 시장에게 트위터로 “가로등이 고장났다”라고 신고하면, 잠시 뒤 시장이 그 주민과 전기공을 함께 태그로 걸고 답했다. “신고해줘서 무척 고맙습니다. 내일 @전기공이 고장난 가로등을 교체할 겁니다.” 트윗에는 #JunGetMoving이라는 해시태그를 걸어 트위터를 통한 시정 업무를 한데 엮었다. 전기공은 다음날 수리한 가로등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시장과 신고한 주민을 함께 태그했다.

한 주민이 훈시 시장에게 가로등이 고장났다고 신고하자 곧바로 전기공을 태그 걸며 내일까지 고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전기공은 다음날 고친 가로등 사진을 트위터로 올렸다 (출처 : MIT 소셜머신 연구소 블로그)

한 주민이 훈시 시장에게 가로등이 고장났다고 신고하자 곧바로 전기공을 태그 걸며 내일까지 고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전기공은 다음날 고친 가로등 사진을 트위터로 올렸다 (출처 : MIT 소셜머신 연구소 블로그)

한때 이벤트성으로 벌이는 일이 아니다. 로드리게즈 살라스 시장은 일상적인 업무에 트위터를 적극 활용한다. MIT 연구진은 트위터를 시정에 활용하며 “상호 가시성(mutual visibility)”이 증대됐다고 풀이했다. 이는 크게 2가지 효과를 불러왔다.

주민들이 시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속속들이 파악하니, 시 정부가 게으름피우지 못하게 됐다. 가로등이 망가졌다고 트윗했는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고치지 않는다면, 모든 주민이 이 사실을 알고 분통을 터뜨릴 테다. 만약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시 정부가 전기공을 해고해도 반대하는 주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투명성이 채찍으로 작용한 셈이다.

반대로 당근이 되기도 한다. 하루만에 가로등을 고친 전기공은 성실히 일했다는 사실을 모든 마을주민에게 알림으로써 성실함을 인정받을 수 있다. 주민들이 전기공 트윗 메시지를 리트윗하거나 그에게 “고맙다”고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실제로 도로 청소 차량을 운전하는 한 주민은 유쾌한 트윗메시지 덕분에 훈시의 스타로 떠올랐다.

로드리게즈 살라스 시장은 트위터로 주민과 의견을 주고받는 쪽이 현장을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 통화를 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효율성 덕분에 마을 경찰을 4명에서 1명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훈시의 유일한 경찰관은 하루에 트윗 메시지를 40~60통 받는다고 연구진에게 밝혔다. 차 사고처럼 심각한 일부터 하루 종일 노래를 불러대는 이웃을 조용히 해달라는 요청까지 다양한 민원을 트위터로 접수받았다고 한다. 그는 퇴근하고 나면 전화기를 꺼둔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트위터에서 사생활을 보호받기 위해서다. 긴급한 사건이 생기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그는 여유롭게 답했다. 훈시는 작은 마을이라 그의 집을 모두가 안 다는 것.

트위터는 의사결정 과정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시 정부는 의회 회의를 인터넷에 생방송했다. 주민들은 물리적으로 의회에 참가하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회의를 참관하며 트위터로 의견을 전했다. 주민이 트위터로 보낸 질문과 의견은 의회 안에 설치된 화면에 나타났다.

로드리게즈 살라스 시장이 시정에 활용하기 시작한 트위터는 이제 훈시 주민의 일상 속으로 녹아들었다. 문화 행사를 열거나 병원을 예약할 때, 좋아하는 스포츠팀의 경기 일정을 살필 때도 트위터를 썼다.

MIT 연구진은 훈시가 “근본적으로 트위터 위에서 작동한다”라고 평가했다. SNS 열풍은 전세계적인 일이지만, 이 정도로 지역사회에 뿌리 깊게 파고든 사례는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물론 부작용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로드리게즈 살라스 시장이 자기 홍보를 위해 트위터를 활용한다고 비판하는 주민도 있었다. 이 주민은 공무원이 자기들 트위터 계정으로 사적인 이야기를 올려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난 공무원들이 저녁에 빠에야를 먹든 말든 관심 없다고요.” 로드리게즈 살라스 시장은 전임 시장이었던 아버지의 부고 뒤에 대리로 시장직을 맡은 뒤 11년 동안 연임하고 있다. 지난 시장 선거에서 로드리게즈 살라스 시장 반대편에 섰던 후보는 주민들에게 “온라인 시장이 아니라 진짜 시장에게 투표하라(for a real mayer, not a virtual one)”라고 요구했다.

호세 안토니오 로드리게즈 살라스 훈시 시장  (출처 : MIT소셜머신 연구소 블로그)

호세 안토니오 로드리게즈 살라스 훈시 시장 (출처 : MIT소셜머신 연구소 블로그)

로드리게즈 살라스 시장 역시 트위터의 단점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는 농담 삼아 트위터를 “분 단위로 쪼개진 사회”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시정에 참을성을 잃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말이죠, 43명당 1명 정도가 모든 것에 불만을 품고 있어요. 트위터에서는 27명당 1명이예요.” 게다가 이들은 항상 즉각 답변을 받고 싶어한다. 트위터는 최대 140자만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복잡한 사안을 토론하기에도 부적합하다.

MIT 연구진은 로드리게즈 살라스 시장이 벌인 실험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들여다보는 중이다. 트위터 덕분에 주민들이 공공 사안에 더 관심을 많이 기울였는지, 그래서 결과적으로 직접 민주주의 실현에 도움이 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훈시에서 모은 데이터를 더 심도 있게 분석해 그 결과를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