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과 성장 사이, ‘교도소 담장’ 걷는 피키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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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산업엔 법칙 같은 것이 존재한다. 새로운 미디어 기술 환경의 도래는 그 문법에 맞는 새 플레이어의 등장을 촉진한다는 사실이다. 기존 전통 미디어가 체질을 바꿔 신규 플레이어로 진입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성과의 과실은 신생 미디어 기업이 대부분 가져간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잠시 2000년대로 시계를 돌려보자. 인터넷 보급이 급속하게 확산하면서 미디어 산업도 새 전기를 맞이할 때다. 이 시기를 즈음해 인터넷 독립 언론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그 대표 주자가 <딴지일보>(1998년), <머니투데이>(1999년), <이데일리>(2000년), <오마이뉴스>(2000년), <프레시안>(2001년) 등이다.

이제는 중견 미디어로 성장한 이들 뉴스 기업들은 초기만 하더라도 파괴적 형식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1보, 2보라는 형식으로 속보를 재빠르게 전달하는가 하면 전통 언론에선 시도하지 않았던 수필 형식의 시민기자 글이 톱기사 위치를 차지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전통 미디어들은 “저것이 기사냐”라고 비판하며 거리두기를 했지만 결국엔 보편적인 보도 형식으로 수용하기에 이른다.

블로그 플랫폼이 한창 성장할 시기인 2000년대 중반엔 올블로그, 다음뷰와 같은 블로그 네트워크 기반의 메타미디어가 전통 언론의 입지를 위협했다. 이들 메타미디어들은 전통 미디어가 기피해왔던 주관적 관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객관성이 가둬버린 경직된 형식을 철저히 파괴하고 자유로운 글쓰기로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지금은 자취를 감췄지만 이러한 형식적 전통은 지금 신생 미디어들에 영향을 미쳤다.

소셜+모바일 시대, 새로운 미디어 유형의 등장

피키캐스트 TV 광고. (이미지 출처 : 피키캐스트 광고 유튜브)

피키캐스트 TV 광고. (이미지 : 피키캐스트 광고 유튜브 화면 캡처)

‘소셜+모바일’이라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 또한 이전의 사례처럼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을 촉발하고 있다. 인터넷이 독립형 인터넷 미디어를 탄생시켰다면 소셜+모바일은 독립형 소셜+모바일 미디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해외에서는 <허핑턴포스트>와 <버즈피드>에서 그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이 분야 미디어를 꼽는다면 단연 ‘피키캐스트’라 할 수 있다. 2013년 7월 장윤석 등이 창업한 피키캐스트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형식’으로 무장해 ‘우주에서 가장 얕은’ 정보와 지식을 큐레이션 형태로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한없이 가벼운 내용을 한없이 즐겁게 제작해 스낵처럼 가볍게 씹어먹을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서비스한다.

탁월한 콘텐츠 가공 능력을 발판으로 피키캐스트는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2014년 2월 20명에 불과했던 직원수는 2015년 4월 현재 130명으로 6배 가량 늘어났다. 모바일 앱의 월 활성사용자수는 530만명이고 글 당 평균 20만건의 뷰를 기록하고 있다. 사용자당 앱에 머무는 체류시간도 20분에 육박할 정도다. 웬만한 국내 언론사의 사용량을 추월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최근에는 대규모 투자도 유치했다. 지난 3월 피키캐스트는 해외 진출 등의 명분으로 DSC 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50억원을 투자 받았다. 지갑을 든든하게 채운 피키캐스트는 현재 포털, 언론사 등으로부터 인재를 끌어당기며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콘텐츠 기업 투자에 인색한 국내 투자 환경에선 이례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버즈피드> 벤치마킹하지만 부족한 부분들

피키캐스트가 입주해있는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한 빌딩.

피키캐스트가 입주해 있는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한 빌딩.

피키캐스트 직원들은 <버즈피드>를 자주 언급한다. 선망하고 있다는 인상까지 받는다. 리스티클, 움짤과 같은 포맷을 개발해 사용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거나 신규 콘텐츠 포맷 개발을 위해 별도의 TF 부서를 운영하고 점 등은 피키캐스트가 <버즈피드>를 벤치마킹 한 흔적이다.

네이티브 광고라는 콘텐츠성 광고 모델을 주 수익 모델로 삼는 점도 흡사하다. 피키캐스트는 프라임타임 시간대(오후 7시~밤 11시)에 건당 1500만원에 네이티브 광고를 판매하고 있다. 정확한 매출은 밝히지 않고 있다. 신성재 피키캐스트 기획조정실 매니저는 “상품 프로토타입이 나와 있긴 하지만 세일즈는 아직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이 의미있는 수준까지 올라서지는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피키캐스트는 <버즈피드>를 지향하지만 그것을 경쟁사로 삼진 않는다. 아류가 원조를 넘어서기란 결코 쉽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이들은 한국에서 페이스북을 넘어서는 걸 목표로 내걸고 있다고 했다. 페이스북과 같은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비전이 읽히는 대목이다.

피키캐스트는 <버즈피드>를 닮으려 하지만, 닮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데이터과학이다. <버즈피드>의 강력한 무기는 공유도와 표적 도달율를 예측할 수 있는 수준 높은 데이터과학 기술력이다. 이 기술력이 응축돼 제작된 소프트웨어가 바로 ‘파운드‘다. ‘파운드’는 <버즈피드>가 제작한 모든 콘텐츠의 공유 데이터를 추적하고 분석하고 예측한다.

피키캐스트도 지난 3월 데이터과학자 채용 공고를 내며 뒤늦게 데이터과학 인력을 강화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해프닝으로 끝났다. 피키캐스트 쪽은 “채용 공고는 회사 공식 입장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현재 피키캐스트 내엔 단 한 명의 데이터 과학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필요는 제기되고 있고 채용이 시급하다는 점이 인정하지만 아직 시도되지는 않고 있다.

교도소 담장 걷기로 성장 쫓다

옐로모바일 ‘피키캐스트’, 일평균 12.1분 이용 페이스북 다음으로 오래 사용한다!_이미지

‘교도소 담장 비즈니스’라는 말이 있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절묘한 줄타기로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는 비즈니스 형태를 일컫는다. 2000년대 중반의 소리바다나 최근 우버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피키캐스트도 이 유형에 속한다.

피키캐스트는 출범 초기부터 ‘저작권 도둑질 미디어’라는 비난을 샀다. 상당수 콘텐츠가 원작자의 이용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제작됐다. 저작권 위반 소지가 다분한 콘텐츠를 다량 생산해 성장의 동력으로 삼았다. 특히 언론사들이 작성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재가공했다가 뭇매를 맞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를 두고 <슬로우뉴스>는 ’원작자를 죽이는 매체‘라고 규정짓기도 했다.

심지어 페이스북에서 쫓겨나며 수난을 겪기도 했다. 페이스북에서 광고 수익을 내려다 약관 위반에 걸려 100만명에 달하는 계정이 하루아침에 삭제 당한 사건이다. 피키캐스트는 이를 기점으로 페이스북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앱 개발에 주력했다.

피키캐스트 쪽도 저작권 문제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는 인정하고 있다. 신성재 매니저는 “출처가 불분명한 콘텐츠의 사용 문제는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 위반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장치도 동원하고 있다. 모바일 앱 내에 모든 콘텐츠에 인용 링크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일부 통신사와 이미지 사용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몇몇 케이블 방송사와 콘텐츠 제휴도 맺었다. 언론사를 향해 제휴의 손짓도 보내고 있다. ‘저작권 도둑’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름 애쓰고 있는 흔적들이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블로거가 ‘불펌‘한 이미지를 재인용하는가 하면, <월스트리트저널>과 같은 외신 보도를 임의로 가공해 쓰다 지적을 받기도 했다. 원본 출처를 밝힌다고 해서 ‘불펌’이 합법화되는 건 아니다.

얕은 지식 다룬다고 철학까지 얕아선 곤란해

옐로모바일 피키캐스트, '기다림의 즐거운 사용법' 영상 180만 조회수 돌파 인기!_이미지

피키캐스트가 본받으려 하는 <버즈피드>는 콘텐츠 생산에서부터 플랫폼 개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을 자체 개발하고 생산한다. 조나 페레티 <버즈피드> CEO는 지난 4월초 <애틀랜틱>과 인터뷰에서 “우리 웹사이트가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우리는 직접 필요한 기술을 만들고 디자인을 하고 광고를 제작할 뿐 아니라 사설도 통신사에서 사오는 대신 직접 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자체를 하나의 통일성을 갖춘 소통 형식으로 만들기 위한 철학이 묻어나는 발언이다.

반면 피키캐스트는 아직 포장의 기술에 주력하고 있다. 얕은 지식을 세련된 포맷으로 가공해 독자들의 입맛을 유혹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같은 내용이라도 피키캐스트의 손을 거치면 소비되는 규모가 달라진다는 평가를 얻을 정도로 큐레이션 실력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지금도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듯한 아슬아슬한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기술적 트렌드를 업고 빠르게 성장한 신생 미디어 가운데 콘텐츠의 원본성을 경시하고 도약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제휴의 형식이든, 협력의 모양새든 공존의 구조를 짜거나 혹은 직접 제작 역량을 배가해 콘텐츠 차별성을 만들어가는 길을 선택한다. <오마이뉴스>도, <허핑턴포스트>도, <버즈피드>도 그 길을 걸었다. 심지어 국내 포털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직 피키캐스트는 <버즈피드> 만큼의 빼어난 데이터과학 기술을 갖추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최고 수준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을 알리는 잠재성만큼은 뚜렷하게 증명해내고 있다.

피키캐스트는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의 숙명은 성장이다. 성장은 진통을 동반한다. 진통의 무게는 더 큰 성장의 자양분이 되기도 하지만 진통의 의미를 잘못 해석하면 성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진통을 자양분으로 만들 수 있는 철학이 중요한 이유다. 얕은 지식을 다룬다고 철학까지 얕다면 새 시대 새로운 미디어 플레이어가 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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