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행사 첫날 드러난 MS의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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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의 개발자 행사인 ‘빌드 2015’의 첫날 일정이 끝났습니다. 애초 개발자 세션에 들어가서 궁금하던 것들을 더 알아볼 심산이었는데, 3시간이 훌쩍 넘어버린 키노트를 되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하루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첫날을 보낸 이 개발자 행사는 꽤나 흥미롭습니다. 현장의 분위기는 ‘MS의 저력을 봤다’는 쪽으로 쏠립니다. 근래 MS의 개발자 컨퍼런스가 이렇게 호황을 이루고 큰 관심을 받고, 많은 이야깃거리를 던져준 적이 언제였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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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세션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공부나 취재가 아닙니다. 자유로운 소통에 있었습니다. 저희 일행은 프레스센터에 자리가 없어 홀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종일 기사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앉아 있던 자리 뒤가 어수선해서 돌아보니 테리 마이어슨 OS 사업부 총괄 부사장이 나와서 개발자들과 질문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한국인 최초의 자바 챔피언인 양수열 씨는 이클립스를 만든 에릭 감마를 만나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그 뒤로도 계속해서 사진으로만 보던 임원들이 행사장을 돌아다니면서 개발자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여기는 지금 이런 분위기입니다.

‘내 코가 석자다’

개발자 회의의 키노트가 3시간을 넘는 건 저도 처음 겪습니다. 개발자 회의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최근 개발자 행사의 키노트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3시간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갑니다. 키노트가 끝난 뒤 일행이 모두 입을 모아 한 이야기는 “MS가 작정을 했다”, “그 동안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MS는 개발자들에게는 점점 더 많은 부분을 개방하고, 이용자에게는 더 많은 무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첫날 키노트에서 ‘$’는 한 글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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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이날 키노트는 MS의 저력이 눈에 띄었습니다. ‘윈도우 무료 업그레이드’는 큰 일도 아닙니다. 유독 소비자들이 신제품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늦게 이어가는 MS지만 사티아 나델라 CEO는 한 가지 운영체제를 3년 안에 10억대 기기에 깔겠다고 공언했습니다.

MS는 개발자들이 윈도우를 쓸 수밖에 없게 만드는 비주얼 스튜디오를 에디터 부분만 떼어내 맥 OS X와 우분투용으로 공개해버렸습니다. 아주 가벼운 이 앱은 무료입니다. 개발자들이 환호성을 지릅니다.

오피스의 API도 화끈하게 열어버렸습니다. 오피스 세션에 들어갔다온 개발자들이 ‘오피스로 어떤 프로그램이든 연결해서 상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혀를 내두릅니다.

10억대의 윈도우 기기에서 돌아갈 앱을 만드는 4가지 방법이 소개될 때는 분위기가 절정에 다다릅니다. 웹앱, 그리고 윈32/닷넷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 뒤로 나온 안드로이드 자바/C++와 iOS 오브젝티브C로 만든 앱이 윈도우로 손쉽게 포팅된다는 이야기에 ‘미쳤다’는 이야기가 절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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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에는 분석을 위한 DW를 넣었고, 요즘 가장 뜨거운 주제인 리눅스 도커가 닷넷을 이용해 윈도우에 닻을 내렸습니다. 이쯤 되니 ‘내년에는 뭔가 발표할 게 남겠나?’라는 의문이 다 듭니다. 이것저것 재고 계산할 것도 없습니다. MS는 “이제 우리가 다 하겠다”, “우리 자리를 찾아 가겠다”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당장 업계 경쟁자들을 살필 것도 없고 망설일 것도 없다는 듯이 개방하고 통합합니다. 그 과정에는 MS의 수익을 책임지던 윈도우와 오피스조차도 판매용 상품이 아니라 플랫폼일 뿐입니다.

통합과 개방, MS는 뭘 노리나

그럼 MS가 이렇게 통합과 개방에 열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뭘까요? 당연히 더 많이 개방할수록 더 많은 것들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MS가 ‘오픈소스’나 ‘카피레프트’ 같은 단어와 가까운 회사는 아니었으니까요.

통합, 그리고 그를 위한 플랫폼이라는 말은 참 쉽다면 쉽습니다. 하지만 또 그만큼 어려운 말도 없지요. 저는 최근 MS가 집중하는 2가지 플랫폼은 윈도우와 애저라고 봅니다. 이번 키노트 역시 이 2가지 주제를 꿰뚫고 있습니다. 특히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윈도우 환경만 써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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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닷넷은 리눅스와 OS X으로 영역을 넓히는 프레임워크로 판을 새로 짜고 있습니다. 그 연장에서 MS는 닷넷을 이용해 리눅스 도커를 윈도우에 간단히 올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반대로 윈도우는 안드로이드와 iOS용 앱을 쓸 수 있는 확실한 창구를 열었습니다. 윈도우용 앱을 만드는 4가지 방법 중 웹앱과 기존 앱 환경 외에 새로 추가된 2가지는 안드로이드와 iOS코드입니다. 비주얼 스튜디오는 안드로이드용 앱을 크게 손보지 않아도 윈도우용 앱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iOS의 오브젝티브C도 마찬가지입니다. iOS의 메탈 같은 특수한 경우는 어렵겠지만 개발자 입장에서는 안드로이드나 iOS용으로 만든 앱을 윈도우 스토어에서도 판매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키노트를 마치고 나오면서 ‘자마린은 어쩌나…’라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이번 키노트에서 큰 박수를 받은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MS는 윈도우를 내려 놓고 맥과 리눅스를 품었습니다. 맥북 혹은 우분투 노트북에서 애저 기반의 코딩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OS X과 우분투를 쓰는 개발자들의 컴퓨터에는 대부분 비주얼 스튜디오가 깔릴 겁니다. 윈도우가 매력적이기만 하다면 그들의 다음 운영체제로 뭘 고를 지는 모를 일입니다. 오피스는 또 어떤가요. 기업에서 SAP의 분석 자료를 리포트하려면 엑셀, 그리고 오피스365의 아웃룩 메일을 쓰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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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만 둘러봐도 아직 앱까지는 아니지만 윈도우에서 다른 환경의 프로그래밍을 하고 리눅스의 가상화 환경을 윈도우로 끌어옵니다. 안드로이드와 iOS용으로 만든 앱을 윈도우 스토어에서도 팔 수 있습니다. 개발자들로서는 윈도우는 리눅스만큼이나 활짝 열려 있습니다. 그리고 오픈소스의 맛은 없지만 MS가 나서서 크로스플랫폼의 통로도 만들어 줍니다.

이런 개방은 사실 기업이 내리기에 굉장히 어려운 결정입니다. 게다가 윈도우와 오피스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팔아 성장해 온 MS에게는 더 큰 일이기도 합니다. 일단 개발자와 소비자 입장에서는 거부할 것 하나 없는 반가운 일이지만 그게 MS에도 이제보다 더 큰 뭔가를 만들어낼 지는 이제부터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물론 MS는 그 셈법을 이미 마쳤겠지요.

MS도 놓칠 수 없는 ‘중국 사랑’

미국 기업들의 중국 사랑은 어떤 회사도 가리지 않나 봅니다. MS도 키노트 곳곳에서 중국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윈도우 스토어의 다양한 결제 방법을 언급하며 중국 시장의 ‘알리페이’를 이야기했습니다. 어떤 결제 시스템이라도 맞춰주겠다는 예였습니다. 중국은 신용카드나 직불카드가 많이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금, 그리고 현금 충전에 기반한 알리페이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 환경과 맞춰 앱 결제 환경을 만든다는 겁니다.

위챗도 등장했습니다. 유니버설 앱에 대한 설명이 이어질 때는 ‘위챗’ 메신저 화면이 떴습니다. 앱 하나를 개발해 여러 윈도우 플랫폼에서 돌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던 참이었습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네이버재팬의 ‘라인’ 메신저는 몇 차례 아이콘을 비쳤지만 앱 자체가 언급된 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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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렌즈는 기대 이상”

홀로렌즈에 대한 호기심이 많으시리라 봅니다. 홀로렌즈는 발표된 지 3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빌드 키노트에서는 꽤나 멋지게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빌드 행사 기간동안 참석자들은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기회도 있습니다.

행사에 참석한 국민대 이민석 교수는 첫날 홀로렌즈를 체험하고 나서 ‘환상적’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누구보다 말씀을 잘 하시는 분이지만 그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은가 봅니다. 화면으로 보는 것과 실제 느낌은 큰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저도 홀로렌즈를 직접 써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때까지는 홀로렌즈에 대한 평가는 잠깐만 미뤄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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