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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홀로렌즈’ 직접 써보니, “……”

2015.05.02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를 써봤습니다. 그 감정을 여러분에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네, 정보가 아니라 감정과 감상 전달입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제가 이제부터 하는 이야기는 이 홀로렌즈의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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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연은 모스콘센터 옆에 있는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이뤄졌습니다. 시연장으로 이동하기 전에 5명이 모였습니다. 일행은 인솔자 한 명과 기자 넷입니다. 먼저 이름을 체크하고 공책과 연필을 하나씩 나눠줍니다. 이게 기념품일리는 없겠지요. 일행이 인터콘티넨탈 호텔 로비에 도착하자 MS 관계자들이 무전기로 뭔가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게 긴장까지 불러일으킵니다.

곧이어 안내와 함께 빈 엘리베이터에 타고 호텔 6층에 도착했습니다. 한 방에 들어서자 방 한가운데에 홀로렌즈가 있습니다. 눈치를 보고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얼마든지 찍으라고 합니다. 얼른 구석구석 홀로렌즈를 찍어봤습니다. 아직은 시연을 위한 프로토타입이지만 디자인이나 만듦새가 아주 좋습니다. 자세히 보니 홀로그램을 보여주는 부분과 상이 자연스럽게 맺혀보이게 하는 층, 그리고 이를 덮어주는 층까지 세 장의 유리가 눈 앞에 깔립니다. 잠시 후면 이 홀로렌즈를 써볼 수 있게 됩니다.

시나리오1, 스카이프와 3D 프린터

곧이어 담당자가 열쇠를 하나씩 나누어 줍니다. 옆방으로 옮겨 사물함에 모든 짐을 담으라는 겁니다. 이제부터 사진, 비디오, 녹음기를 비롯해 스마트워치까지 그 어떤 디지털 장비도 몸에 지닐 수 없습니다. 네, 필요한 건 아까 주었던 종이 노트에 적으랍니다. 그래서 이 시연 이야기에는 사진 설명이 없습니다. 사실 사진이나 영상이라고 해봐야 제가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지르고 허우적대는 것밖에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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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렌즈의 데모는 시연과 체험으로 나뉩니다. 6층에서는 직원들의 시연이 이뤄집니다. 2명의 직원이 나와서 홀로렌즈의 사례를 하나 풀어 놓습니다. 주제는 스카이프와 3D 프린터의 접목입니다.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운 내용입니다.

먼저 2명 중 한 명이 무대 뒤로 사라집니다. 그는 PC를 씁니다. 무대에 남은 직원은 홀로렌즈를 씁니다. 이 모든 상황은 키노트때처럼 카메라에 증강현실로 촬영하고 결과물이 옆의 TV에 비춰집니다. 실제로 우리가 볼때는 허공에 손짓하는 것 같지만 당사자는 그 현장에 그래픽이 입혀진 걸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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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둘이 스카이프로 만납니다. 무대에 3D 프린터로 장식품을 만들려나 봅니다. PC에서 모델링한 이미지를 스카이프로 보내줍니다. 이 장식품의 도면은 홀로렌즈를 통해 실물처럼 현실에 홀로그램으로 뜹니다. 무대에서는 이걸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적절한 크기로 만들어 장 위에 올려놓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뭔가 글자를 쓰고 싶은가봅니다. 스카이프로 여기 한 구석에 ‘BUILD’라고 써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리고 크기를 매만진 설계도를 상대방에게 보냅니다.

PC에서 다시 도면을 되돌려받은 이 직원은 요구대로 제품 도면에 글자를 새깁니다. 그리고 다시 스카이프를 통해 보내줍니다. 되돌아온 결과물을 자리에 놓아보니 만족스러운가봅니다. 이제 이걸 3D 프린터로 뽑아달라고 하자 원격 PC에서 간단한 명령을 보내는 것으로 무대 위 3D 프린터에 완성품이 찍혀 나옵니다. 이는 홀로렌즈 뿐 아니라 스카이프, 그리고 윈도우10의 3D 프린터 통합 도구를 함께 보여주는 시연입니다. 홀로렌즈 그 자체보다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홀로렌즈의 시나리오는 생각보다 넓은 영역을 커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머리에 써도 흔들림 거의 없어

시연이 끝나고 이제 다시 짐을 찾아 방을 나섭니다. 이제는 제가 직접 제품을 직접 체험해볼 때입니다. 이번에는 27층으로 올라갑니다. 좁은 호텔 복도를 지나 끝방으로 가니 역시 사물함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디지털 기기를 몸에서 떼어내고 방을 나섭니다.

옆 방으로 다시 자리를 옮깁니다. 이 방에서는 홀로렌즈를 쓰는 방법을 알려주고, 손끝으로 물체를 누르는 버추얼 탭 방법도 연습해 봅니다. 그리고 눈 사이의 거리를 재고 난 뒤 이제 진짜 체험을 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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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은 1명씩 각자 방에 흩어져서 들어갑니다. 방에는 홀로렌즈 데모를 설명해주는 직원과 시스템을 도와주는 직원이 있습니다. 먼저 아까 잰대로 홀로렌즈를 맞춘 뒤 머리에 씌워줍니다. 사실상 직원이 씌워주지만 그 경험도 반쯤은 직접 할 수 있도록 홀로렌즈를 잡고 있으라고 합니다. 머리에는 밴드로 고정합니다. 묵직한 편이긴 하지만 불편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무게 중심이 잘 맞았습니다.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어도 거추장스럽지 않습니다.

또한 눈과 렌즈 사이에는 꽤나 공간이 있습니다. 홀로그램은 자동차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처럼 바라보는 곳에 초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눈에 가깝다고 좋은 건 아닙니다. 덕분에 안경이 들어갈 공간이 있습니다. 홀로렌즈를 쓰는 데 안경은 조금도 거슬리지 않습니다.

고정되자 홀로렌즈의 화면이 켜집니다. MS는 하드웨어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일단 화면이 굉장히 밝습니다. 색 온도도 조금 높은 편입니다. 아마도 투명 OLED로 보입니다. 하지만 시야는 상당히 좁습니다. 90도 정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눈을 조금 돌릴 수는 있지만 고개를 돌려서 봐야 합니다.

시나리오2, 건축 설계

홀로렌즈를 쓰자 담당자는 이제 저를 PC 앞으로 안내합니다. 모니터에는 구글의 설계 프로그램인 ‘스케치업’이 떠 있습니다. PC 옆에는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보던 미니어처가 있습니다. 그 마을 가운데에는 공터가 있는데 이제 여기에 건물을 놓을 계획입니다. 컴퓨터 화면을 보랍니다. 그리고 마우스를 움직여 화면 속 건물의 높이를 조정해보라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놀랄 것도 없습니다.

자, 이제 왼쪽의 미니어처를 봅니다. 화면 속의 건물이 아주 정교하게 홀로그램으로 떠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크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틀 내내 키노트에서 발표자들이 시연하는 것들 봤을 때와 전혀 다른 경험입니다. 오큘러스를 썼을 때와 느낌이 전혀 다릅니다. 홀로렌즈로 비치는 주변 사물은 디지털을 통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내 눈으로 보는 실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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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PC를 보고 마우스 커서를 모니터 왼쪽 끝으로 밀어냅니다. 그러자 커서가 PC를 빠져 나옵니다. 미니어처 위로 마우스를 끌고 가 아까처럼 직접 건물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것도 됩니다. 기가 막힙니다. 직원이 미니어처 한구석을 보라고 안내합니다. 거기에는 작은 사람 모양의 핀이 있습니다. 그걸 손으로 눌러 봅니다. 갑자기 화면이 확 빨려 들어갑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제가 조금 전에 찍은 핀에 제가 서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제가 조금 전에 세운 건물이 눈 앞에 비쳐집니다. 주변의 건물이나 나무도 그대로 서 있고, 길가에는 눈도 쌓여 있습니다. 건물이 조금 밋밋해 보인다 싶더니 곧 이어 텍스처가 입혀집니다. 아주 고급 텍스처는 아니지만 창과 벽돌, 그리고 건물의 모양이 딱 드러납니다. 탄성이 나옵니다. 주변을 빙글빙글 돌아봐도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별도의 키넥트 카메라를 쓰는 것도 아니고, 방 안에 홀로렌즈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마커도 없습니다. 자체 센서만으로 공간과 움직임을 읽어냅니다. 이미 MS는 기조 연설에서 홀로렌즈는 독립적인 윈도우 기기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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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옆 공간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이제까지는 건물 외관을 살피고 설계를 손대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실제 내부 공간이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시연입니다. 시스템 엔지니어는 제가 서 있는 공간을 기준으로 건물의 설계도면을 홀로렌즈에 올립니다. 하얗던 호텔벽에 홀로그램이 씌워지면서 벽돌 소재로 바뀝니다. 도면처럼 거칠게 보이던 문과 창에도 텍스처를 입히면서 실감이 납니다.

벽 한쪽에는 시공자가 남긴 메시지가 있습니다. 손 끝으로 버튼을 누르니 도면상 벽 속의 배관 구조가 훤히 보입니다. 홀로그램으로 누군가 나타나 이 부분의 시공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설명합니다. 건물이 세워진 이후 하자 점검을 위해 메모지를 벽에 붙이는 것과 비슷합니다.

벽 속이 보이다보니 문을 내려는 곳에 배관이 지나가는 것도 눈에 띕니다. 저 배관을 옮기거나 제거해야 하는 시나리오입니다. 파이프를 바라보고 손 끝으로 누릅니다. 그리고 녹음기를 열어 ‘이 배관을 없애달라’고 말하니 그 벽 위에 홀로그램으로 메시지창과 녹음 내용이 들어갑니다. 제가 녹음한 내용을 다시 확인해보니 홀로렌즈에 달린 스피커 소리도 상당히 자연스럽습니다. 이렇게 짧은 홀로렌즈의 시연이 끝났습니다.

나오는 건 감탄 뿐

데모를 마치자 갑자기 소름이 돋았습니다. 미리 확인해보려던 것들, 물어보려던 것들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래도 디스플레이 방식이나, 개발자 도구, 배터리 같은 걸 좀 물어보고 싶었는데 입을 열자 궁금한 것들은 PR 담당자에게 물어보랍니다. 아직은 하드웨어에 대한 상세한 부분들은 모두 비밀인가 봅니다.

문을 열고 나오자 각자 데모를 마친 기자들이 방에서 나옵니다. 나오자 마자 함께 갔던 지디넷코리아 김우용 기자와 마주친 뒤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둘이 한참을 웃기만 했습니다. 생각했던 것과 체감은 너무나 달랐고, 이걸 말로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는 고민까지 느끼는 감정은 똑같았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배터리가 어쩌고, 해상도가 어쩌고, 개발도구가 어쩌고 했던 이야기가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을 정도로 그저 감탄사를 내놓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더군요. 그만큼 흥분시키는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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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껏 MS가 선보였던 홀로렌즈의 데모들이 윈도우 앱을 증강현실로 띄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 체험 데모는 이게 산업 현장에서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담당자의 설명으로는 스케치업으로 조감도를 만들고 미니어처를 만드는 데에만 약 1만2천달러가 들고, 기간도 한 달이 넘게 걸린다고 합니다. 홀로렌즈가 이를 대신한다면 오히려 더 저렴할 뿐 아니라 설계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습니다. 특히 건축물의 경우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시공 전에 도면만 보고 건물이 어떻게 나올지 감을 잡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감리사는 세세한 부분에서 생기는 충돌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게 모두 비용입니다.

숫자로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기기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일단 해상도는 매우 훌륭합니다. 오큘러스나 구글 카드보드 등을 보면 해상도가 상당히 거칠다는 느낌인데 홀로렌즈는 적어도 텍스처 해상도가 떨어지거나 거칠게 보이진 않습니다. 가상 클릭 동작은 약간 어색합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그 지점을 누른다는 것보다 단순히 클릭 버튼의 역할이고, 커서는 시선이 커서가 되는 쪽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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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아직까지 흥분이 잘 가라앉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상현실이 게임이나 재미, 흥미 요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점 때문에 그 동안 ‘장난감’의 인상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홀로렌즈는 그 자체로 산업 현장에 들어가는 데 어려움이 없어 보입니다. 홀로렌즈 역시 ‘엑스박스’나 ‘마인크래프트’와 연결하는 시나리오 정도를 생각했다가 된통 당한 느낌입니다. 진짜 명분이 생긴 것이지요.

여기까지가 제가 홀로렌즈에 대해 표현할 수 있는 한계입니다. 어디에서건 홀로렌즈를 써볼 기회가 생긴다면 꼭 써보시길 바랍니다. 6월 서울에서 열리는 지역 빌드 행사에서 국내 개발자들이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