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보기관, NSA 도와 유럽 정부 감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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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안보국(NSA)을 도운 혐의로 독일 정보기구가 수사를 받게 됐다.

독일 최고 사법기관인 연방검찰청이 자국 해외정보기관인 연방정보국(BND)를 수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연방검찰청은 BND가 NSA를 도와 에어버스 등 유럽 회사를 감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이 5월3일 전한 소식이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해외 첩보기관 BND 본부 (출처 : 위키미디어커먼즈 CC BY-SA SPKrautkrämer)

독일 베를린에 있는 해외 첩보기관 BND 본부 (출처 : 위키미디어커먼즈 CC BY-SA SPKrautkrämer)

<슈피겔>은 BND가 최소한 10년 동안 NSA를 도왔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정부 감시활동에 민감한 나라다. 나치와 동독 비밀경찰이 역사에 남긴 상흔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13년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덕분에 NSA가 오랫동안 자신의 휴대전화를 도청해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동맹국 사이에 스파이 활동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BND와 NSA 사이 밀월 관계가 드러나자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독일 권위지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BND가 2002년부터 NSA와 손잡았다고 4월29일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BND는 NSA에게 넘겨 받은 IP 주소 등을 대신 사찰했다. 유럽 주요 군수회사와 정부기관이 감시 대상이었다. 에어버스와 유로콥터, 프랑스 외무부,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 유럽연합(EU) 의회 격인 집행위원회(EC) 등이 여기 포함됐다.

<슈피겔>은 BND가 도청 기록을 무더기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5월1일 폭로했다. 2013년 8월14일, 한 BND 직원이 검색 기록을 뒤지다 외교관이나 정부기관에 관련된 정보 1만2천건을 찾아냈다. 여기에는 독일과 프랑스 등 EU 회원국 고위 외교관 등의 IP주소와 e메일 주소, 전화 번호 등이 들어 있었다. BND가 유럽 우방국을 감시했다는 증거였다. 이 직원이 상급자에게 “이걸 어떻게 처리할까요”라고 묻자 한마디로 답변이 돌아왔다. “치워라(clear).”

2011년 1월2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출처 : 위키미디어커먼즈 CC BY-SA World Economic Forum)

2011년 1월2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출처 : 위키미디어커먼즈 CC BY-SA World Economic Forum)

BND와 NSA 사이 밀월 관계가 드러나며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10년 넘게 자국 정보기관이 NSA에 협력해온 사실을 총리실이 몰랐다고 발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특히 NSA의 무차별 감시활동을 강하게 비판하던 이다. 그가 앞에서는 NSA를 욕하면서 뒤로는 NSA에게 주문을 받아 대신 EU 회원국을 감시해줬다면 유럽에서 독일의 외교적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크리스티안 린트너 자유민주당(FDP) 당수는 “BNP가 모든 기준을 깨트린 탓에 이제 누구도, 무엇도 안전하지 않다”라며 앙겔라 메르켈 총리이 EU 회원국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녹색당과 좌파당 등 독일 야당은 BND의 감시활동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앙겔라 메르켈 정부에 요청했다. 녹색당 한스 크리스티앙 스트뢰벨레 의원은 BND의 감시활동이 “범죄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에어버스는 정식으로 독일 정부에 항의서한을 제출할 계획이다. BND에 산업스파이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슈피겔>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