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 ⑤자동차에서 치과까지, 제조혁신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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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사용자 처지에서 보면, 3D프린팅 기술은 어쩐지 좀 멀리 있는 얘기처럼 들린다. 기술의 언어가 아직 개인에까지 와 닿지 않은 탓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3D프린팅 기술은 지금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제조업을 혁신할 가장 중요한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대량 생산 업계 중 가장 먼저 3D프린팅 기술을 도입한 곳이다. 자동차 업계의 변화를 벤치마킹한 항공∙우주 기술 업계에서는 지금 가장 도전적으로 3D프린팅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3D프린팅 기술은 병원∙의료 부문에까지 쓰인다. 치료 방법을 근본부터 혁신할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전세계 각지, 다양한 제조업계에서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는 중이다. 그 중심에 3D프린팅 기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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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3D프린팅 기술의 ‘얼리어답터’

신제품 개발 주기는 3~5년 정도. 새 제품 개발에 투자되는 비용은 보통 수천억원 이상. 자동차 업계가 새 차를 개발할 때 감당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이다. 자동차 업체는 3~5년이나 걸리는 신차 개발 기간 동안 1년에도 최소 3번 정도는 시제품 자동차를 완성한다. 산술적으로 양산용 자동차를 만들기까지 자동차업체가 만들어내는 시제품 자동차만 해도 9~20여대에 이른다.

자동차 업체가 시제품을 생산하는 전통적인 방식은 금형이다. 자동차 몸체는 물론, 트랜스미션을 비롯한 각종 부품을 깎아 만드는 일이다. 시제품을 만드는 데만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까닭이다.

다행히 자동차 업계는 3D프린팅 기술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알아본 업계 중 하나다. 90년대 말부터 부분적으로 도입된 3D프린팅 기술은 현재 유럽과 미국 대부분의 자동차 업체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복합적인 제품을 뽑아낼 수 있는 3D프린팅 소재가 공급된 이후 더욱 다양한 부품을 3D프린팅 기술로 완성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 업계가 3D프린팅 기술을 일찍 도입한 덕분에 다양한 소재를 직접 요구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탄성이 필요한 부품을 3D프린터로 제작하기 위해 휘어지는 소재를 연구했고, 강한 내구성이 요구되는 부품을 만들기 위해 금속으로 3D프린팅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3D프린팅 기술의 발전은 90년대 이후부터 자동차 업계와 보폭을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통 3D프린터로 시제품을 뽑는다고 하면, 학교나 디자인학과 학생들이 만드는 결과물을 상상하기 쉬운데, 실제 자동차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3D프린터는 상상을 초월하는 품질의 물건을 만들어 줍니다. 실제 제품과 최대한 근사하게 만들어 조립성과 기능성을 테스트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3D프린터 전문업체 3D시스템즈의 백소령 3D프린터 사업부 본부장은 “자동차 산업계의 요구에 따라 3D프린팅 기술의 발전과 소재 개발도 함께 이뤄져 왔다”라고 덧붙였다.

자동차 헤드램프는 투명하다. 3D프린터를 활용해 헤드램프 부품을 제작하려면, 투명한 소재가 필수다. 자동차 운전석 ‘콕핏’에는 강성이 좋은 ABS 소재가 많이 쓰인다. 3D프린터로 완성하는 시제품의 품질도 실제 대량생산 설비에서 만든 것과 차이가 없어야 한다. 부품을 모두 조립하고, 제대로 동작하는지 시제품을 통해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3D시스템즈가 보유한 ‘스테레오리소그래피(SLA)’ 방식의 3D프린팅 기술은 6미크론(1미크론은 100만분의 1미터) 단위까지 표현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3D프린팅 기술이 보편적으로 쓰이는 까닭에 3D프린팅 업계는 기술의 낙수효과도 누리고 있다. 자동차 대량생산 업체뿐만 아니라 튜닝 업체에서까지 3D프린팅 기술을 도입하는 추세다. 독일에서 고가 자동차의 배기시스템을 주로 튜닝하는 것으로 유명한 서드파티 업체 ‘카프리스토’가 대표적이다. 포르셰 자동차의 배기 파이프라인을 3D 스캐너로 스캔해 3D 모델링 도구로 머플러 디자인을 재구성한 다음 3D프린터를 통해 제작한 시제품 머플러로 성능시험을 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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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터로 출력한 시제품용 자동차 대시보드

“항공기 부품 10만개, 미래에는 3D프린터로”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업체는 3D프린팅 기술을 시제품 제작에 활용하고 있다. 실제 양산 설비에 3D프린팅 기술을 적용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적게는 수십만대에서 많게는 수백만대를 생산해야 하는 것이 자동차 산업이다. 3D프린터의 출력 방식은 비용과 속도 측면에서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대표되는 자동차 업계에는 적절하지 않다.

항공∙우주분야로 시야를 옮기면 얘기가 달라진다. 항공기나 우주선, 선박 제조 산업은 자동차만큼 많은 제품을 단시간에 완성할 필요가 없다. 숫자로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항공기 전문업체 보잉은 2014년 기준으로 1달에 50여대의 ‘보잉737’ 비행기를 만들었다.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는 전세계에서 1분에 16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2013년 한해 포드가 만든 자동차 대수만 해도 600만대에 이른다. 항공∙우주∙선박 분야는 자동차 업계와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에 가까운 산업이다. 항공∙우주∙선박 분야가 전통적인 제조설비를 3D프린팅 기술로 교체하려고 노력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백소령 본부장은 “그동안 항공사에서는 3D프린팅 기술을 그리 관심 있게 보지 않았다”라며 “90년에 이후 3D프린팅 기술이 소재문제와 기술 한계를 개선한 덕분에 항공기 제조 업체에서도 3D프린팅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보잉은 지난 2012년 2만개 이상의 비행기 부품을 3D프린터로 제작했다. 시제품을 만들어 기능을 시험하고 버리는 부품이 아니다. 2만개 이상의 비행기 부품이 실제 기체에 쓰였다. 항공기 부품을 생산하는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도 지난 2014년 3D프린팅 기술 분야에 5천만달러 이상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 돈으로 550억원에 이른다.

GE는 3D프린터로 실제 생산 설비를 꾸렸다. 미국 앨라배마주 오번에 항공기 부품 생산을 위한 3D프린팅 공장을 세우고, 제트 엔진의 연료 노즐 부품을 만들었다. GE가 지난 2014년 한해 만든 제트 엔진 연료 노즐은 1천개 정도다. GE는 단계적으로 항공기 부품 중 10만개를 3D프린터로 생산할 계획이다. 금형이나 사출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방식의 대량생산 설비의 개념이 차츰 3D프린팅 기술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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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로 출력한 의료용 외골격 장비

치과의 3D 프린터가 만드는 맞춤형 보철

항공∙우주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 분야도 다품종 소량생산의 특징을 가진 부문이다. 전세계 70억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의수와 의족부터 두개골의 모양, 치아의 형상에 이르기까지 인체는 기성품을 쓰기 적합하지 않다.

의료 분야에서는 ‘코발트 크롬’이라고 불리는 금속 소재가 치료 목적으로 많이 쓰인다. 티타늄 소재도 많이 활용된다. 인체에 무해한 금속이기 때문에 그렇다. 코발트 크롬 합금은 치과에서 보철물로 많이 쓰이고, 티타늄은 골절된 뼈를 재구성하는 데 활용된다. 의료 분야에서 3D프린터를 활용하는 방법도 다른 분야와 크기 다르지 않다. 환자의 몸에 필요한 뼈 모양을 3D 모델링 데이터로 만들고, 정확한 크기, 절단면과 일치하는 디자인 정보를 입력해 뼈 형상을 출력하는 식이다. 두개골 함몰 환자에는 기존 두개골과 일치하는 모양의 금속 출력물이 필요하고, 턱관절 환자에게도 얼굴 모양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턱관절 3D 데이터가 필요하다.

현재 일반 사용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의료 3D프린팅 기술은 치과에서 관찰할 수 있다. 백소령 본부장은 “치의과용 캐드캠이 2006년부터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2010년에 이르러 3D 모델링 소프트웨어 발달과 함께 시장 규모가 6조원까지 성장했다”라며 “금속 소재를 인쇄할 수 있는 메탈 3D프린터가 의료 분야에서 저변을 넓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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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터로 출력한 치과용 투명 보철

국내 의료 분야에서도 치과를 중심으로 3D프린팅 기술이 도입되는 추세다. 특히, 치아 교정을 전문 분야로 하는 치과에서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이진균 페리오치과 원장은 “석고로 교정장치를 만들면 파손될 우려도 있는데, 3D프린팅 기법은 데이터 보관도 용이하고 속도도 빠르다”라며 “국내 의료 분야에서 3D프린팅 기술이 빠른 속도로 도입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3D프린팅 기술로 만드는 치과용 보철은 투명한 소재로 제작된다. 3D 데이터로 환자의 구강을 스캔하고, 3D프린터로 출력하는 방식이다. 기존 석고를 활용한 보철 제작 기법과 비교해 환자의 구강 정보를 보관하기 좋고, 비용이나 시간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미국의 치과용 보철 생산 전문업체 얼라인테크놀로지가 이 분야 선두다. 얼라인테크놀로지는 보철 3D 모델링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의 치아에 꼭 맞는 보철물을 생산한다. 실리콘 등 소재를 활용해 치과기공사가 직접 하던 보철물 제작을 3D프린터가 대신하는 셈이다. 이를 ‘인비즈얼라인’ 플라스틱 보철이라고 부른다. 지난 2012년 전세계에서 생산된 치과용 인비즈얼라인 보철물은 1700만개. 치과 치료 분야에서 3D프린팅 기술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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