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A, ‘스카이넷’으로 기자 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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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감시 활동으로 지탄 받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유력 중동 언론사인 <알자지라> 기자의 행적을 실시간으로 감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디인터셉트>가 NSA 1급 기밀문서를 인용해 5월8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이다.

아흐마드 무아파크 자이단 <알자지라> 이슬라마바드 지국장을 알카에다 조직원으로 보고 추적했다고 적힌 NSA 내부 기밀문서

아흐마드 무아파크 자이단 <알자지라> 이슬라마바드 지국장을 알카에다 조직원으로 보고 추적했다고 적힌 NSA 내부 기밀문서(출처 : 디인터셉트)

NSA는 아흐마드 무아파크 자이단 <알자리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지국장이 테러리스트로 의심된다며 그를 감시 목록에 넣었다. NSA가 2012년 6월 만든 파워포인트 문서에는 아흐마드 무아파크 자이단 지국장의 사진과 감시 대상 고유번호가 적혀 있었다. NSA는 그가 “알카에다 조직원”이라고 명시했다. 또 무슬림 형제단 조직원이며 알자지라에서 일한다는 점도 적혀 있다.

아흐마드 무아파크 자이단 지국장은 시리아인이다. 그는 오랫동안 <알자지라> 이슬라마바드 지국장으로 일하며 탈레반과 알카에다에 관한 소식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그는 알카에다 고위 지도자와 인터뷰도 진행했다. 그가 만난 사람 중에는 오사마 빈 라덴도 있다.

아흐마드 무아파크 자이단 지국장은 <디인터셉트>와 전화 인터뷰에서 “절대로” 알카에다나 무슬림 형제단에 가입한 적 없다고 밝혔다. 그는 중동에서 언론인으로 일하며 지역 주요 인사를 인터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자유롭게 공적 의제에 관해 현지에 있는 주요 인물과 만나 민감한 정보를 모으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에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요. 이런 과정을 방해하는 정부 감시 활동은 언론 자유 침해이자 시민들의 알권리를 해치는 일입니다.”

<알자지라> 대변인은 “미심쩍은 기술을 이용해 우리 언론인을 감시하려는 또 다른 시도가 드러났다”라며 “이 때문에 언론 자유에 생긴 거대한 틈이 한층 커졌다”라며 항의의 뜻을 전했다.

NSA 스카이넷은 실시간 통신 감시 프로그램

NSA가 아흐마드 무아파크 자이단 <알자지라> 이슬라마바드 지국장을 추적할 때 쓴 감시 프로그램은 스카이넷(SKYNET)이었다. 영화 ‘테미네이터’에 나오는 인공지능과 이름이 같지만, NSA 스카이넷은 영화와 다르다.

내부 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이 공개한 NSA 내부 문건에 따르면, NSA가 만든 스카이넷은 다량의 전화 기록에서 위치 정보와 통신 데이터를 분석해 의심스러운 패턴을 찾아냈다. 여행 빈도와 방문지, 동행자, 수신 전용 전화기 사용, 주기적으로 휴대폰을 끄는 행동, 주기적으로 연락하는 사람 등 다양한 정보가 테러리스트와 연관성을 파악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NSA는 파키스탄 주요 통신사에서 수집한 정보를 빅데이터 분석 엔진으로 걸러냈다. 알카에다 주요 인물과 자주 접촉한 아흐마드 무아파크 자이단 지국장은 분석 결과 가장 유력한 감시 대상으로 꼽혔다.

<와이어드>는 이름만 비슷한 스카이넷보다 영화 속 스카이넷에 더 가까운 프로그램이 있다고 지적했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지난해 인터뷰에서 폭로한 ‘몬스터마인드’라는 프로그램이다.

몬스터마인드는 미국을 노린 사이버 공격을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는 국방 감시 시스템이다. 인터넷 트래픽에서 대량으로 메타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해 정상적인 트래픽과 이상 징후를 분리해 낸다. 이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NSA는 해외에서 미국을 향한 사이버 공격을 식별하고 막아낼 수 있다.

에드워드 스노든은 마스터마인드가 자동으로 사이버 공격에 반격하도록 변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쉼 없이 악성코드를 변조하는 공격자를 잠재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를 무력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스카이넷과 닮은 모습이다.

<디인터셉트>는 NSA와 국가정보국에 이번 감시 활동과 스카이넷 프로그램에 관한 답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