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때문에 책 읽어야 할 이유가 줄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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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의 현정환 콘텐츠 그룹장을 만났다. 도서정가제 이후 전자책 시장의 분위기가 궁금했다. 처음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난해 11월에는 모든 책 판매 창구가 큰 폭으로 가라앉았던 바 있다. 요즘 대체로 회복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리디북스가 자주 했던 세트 할인이 사라진 것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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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환 리디북스 콘텐츠 그룹장

 

“도서정가제 이후 분위기는 계속해서 회복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장의 분위기가 세트 단위보다 단권 판매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전자책 시장은 로맨스 같은 장르 소설의 인기가 좋고, 대여가 점점 활성화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가격 저항이 적은 편입니다.”

파격적인 세트 판매가 사라져서 아쉽다고 했더니 소비자들의 움직임도 비슷한 모양이다. 출간된 지 조금 지난 책들을 묶어서 팔던 세트는 가격 때문에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제는 세트도 10% 이상 할인하지 못하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일 수밖에 없는 묶음보다 단권 판매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위기는 책을 읽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모바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봐야 할 것도 늘어나다보니, 그만큼 텍스트를 읽을 시간 그리고 읽어야 하는 이유가 줄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하지만 활자 콘텐츠 역시 디지털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전자책이 단순히 책의 디지털 변환 콘텐츠가 아니라 종이를 보완해주는 대안 콘텐츠로 가야 할 겁니다.”

출판 업계는 여전히 전자책과 종이책을 두고 갈등하는 모양이다. 매체가 뭐가 됐든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닐까.

“전자책이 출판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거나 종이책 시장을 갉아먹는 건 없습니다. 아직 전자책 비중은 전체 시장에서 5~15% 정도밖에 차지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장르 소설이나 만화 같은 엔터테인먼트 부문 책들은 이미 디지털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연재를 하고 이를 묶어서 단행본을 내는 것처럼 시너지를 내는 부분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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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을 둔 출판 업계의 고민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다. 특히 라이선스 비용이 비싼 해외 소설의 경우 종이책으로 먼저 나온 뒤 한참 뒤에야 전자책으로 나오곤 한다. 디지털 콘텐츠가 불법복제되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출판사 입장에서 보면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에 출간할 때 장점이 더 많습니다. 단적인 예가 마케팅인데, 종이책을 낼 때와 전자책을 낼 때 마케팅을 따로 하는 것과 같이 하는 것의 효과 차이는 분명합니다. 책의 판매 창구마다 특성을 살려 마케팅을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 그룹장은 DRM을 통한 보안과 판매 정산은 엄격하고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책이 어떤 단말기에서 몇 권이나 팔렸는지에 대한 자료까지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이 정보들은 마케팅에도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다. 다만 아직 출판 업계가 디지털에 대한 불안한 인식과 과거 해적판에 대한 경험들 때문에 디지털 출판을 꺼려하는 듯하다. 신간을 끌어들일 수 있는 묘안은 없을까?

“출판사가 신간을 내서 잘 되는 경험을 해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겪지 않으면 와닿지 않는 것이지요. 일부 출판사들은 디지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동시출간을 원칙으로 세운 출판사도 있습니다. 시스템만 갖춰지면 자리잡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구글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직접 책을 유통한다. 구글로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콘텐츠 플랫폼 비즈니스이긴 하다. 하지만 전자책 업계에는 위협이 되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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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나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과 목적에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구글은 플랫폼 이용자에게 음악, 영화까지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 측면이 강합니다. 책을 많이 읽는 헤비 독자들에 대해서는 섬세한 부분들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에서는 자신이 있습니다. 우리는 책만 파는 회사입니다.”

최근 리디북스의 책 추천 서비스는 눈에 띈다. 많이 추천해야 한번 들춰보기라도 한다는 것이다. 책이 점점 익숙하지 않은 콘텐츠가 돼 가는 것이다.

“아마존이나 넷플릭스처럼 고객을 대상으로 구매 성향이나 서점의 방문 패턴, 책을 고르는 방법, 방문 주기 등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다시 추천합니다. 고객들이 쌓여가면서 알고리즘이 계속해서 진화하기 때문에 끝이 없는 작업입니다.”

분석 알고리즘을 상세하게 들을 수는 없었는데 일반적으로 출판사, 작가, 장르 등 메타데이터를 토대로 분석이 들어가고, 콘텐츠의 주제나 소재, 그리고 캐릭터 등의 특성도 분석된다고 한다. 취향에 대한 키워드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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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리디북스가 시작한 전문 패널 도서 추천 서비스인 ‘리디보이스’는 적극적인 형태의 추천 방식이다. 책을 정하고 평가단이 그 책을 읽은 뒤 다른 회원들에게 추천과 비평을 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가 얼마나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책을 읽어야 평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독자들의 선택이 다시 다른 선택을 이끌어주는 분위기를 만드는 장치라는 설명인데 객관성을 잃지 않는다는 조건이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전자책 시장은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봐도 그간 업계가 너무나도 조심스럽게 움직인 덕에 보안과 불법 복제에 대한 우려는 확실히 줄어들고 있지만 ‘책 읽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는 큰 숙제는 아직 풀리지 않은 듯하다. 그건 도서정가제나 가격, 불법복제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