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싹튼 서비스,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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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3일, 전세계 테크 전문 매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MIT 테크놀로지>는 “페이스북 앱보다 더 낫다”고 극찬했다. <더버지>는 한발 더 나아갔다. ‘페이스북이 그간 내놓은 앱 가운데 최고‘라는 제목까지 붙여가며 찬사에 열을 올렸다. 미려한 디자인, 끊김 없는 경험, 맞춤형 추천…. 플립보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언론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잊혀진 것은 바로 그것, ‘페이퍼‘ 앱이었다.

최고의 뉴스 구독 앱이라고 평가 받았던 페이스북 ‘페이퍼’가 사용자들의 뇌리 속에서 자취를 감추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너댓달도 못 가 페이퍼를 다루는 뉴스는 거의 사라졌다. 페이퍼를 제작한 크리에이티브랩도 더 이상 주목받지 못했다. 전형적인 용두사미형 서비스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결과론적이지만, 첫단추가 잘 못 꿰어졌다. 뉴스리더를 독자 앱으로 내놓은 것부터 무리수였다는 평가다. <테크크런치>의 조쉬 콘스타인 기자는 2014년 8월 “독립 앱의 성공 여부는 언론들과 대중의 주도면밀한 관심을 받기 마련인데, 그 과정에서 서비스의 핵심을 잃어버리게 된다”며 페이퍼의 독자 앱 실험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페이퍼 멤버들, ‘인스턴트 아티클’ 만들다

페이스북 페이퍼앱

페이스북 페이퍼 앱

페이퍼의 실패 사례는 ‘인스턴트 아티클’의 거름이 됐다. 인스턴트 아티클은 페이스북이 지난 5월13일 출시한 뉴스 서비스다. 전세계 9개 언론사가 페이스북에 뉴스를 공급한다. 뉴욕타임스, 가디언과 같은 1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유력 언론사도 포함돼 있다. 미국 내에서 가장 성장세가 가파르다고 평가받는 버즈피드도 동참했다. 최근에는 미국 내 지역 언론사들도 진출할 계획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인스턴트 아티클은 생동감이 살아 있는 사용자 경험, 빠른 로딩 시간, 쉬운 참여, 음성 캡션 등을 특징으로 한다.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읽는 경험이란 바로 이런 것’임을 표방하며 내놓은 뉴스 서비스다.

새로운 뉴스 서비스지만 제작에 참여한 이들의 면모는 많이 바뀌지 않았다. 페이퍼를 만든 멤버들이 직·간접적으로 인스턴트 아티클 개발에 결합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페이퍼의 프로젝트 매니저였던 마이클 레크하우와 책임 디자이너였던 마이크 마타스가 이 작업에 관여했다. 마이클 레크하우는 <테크크런치>와 인터뷰에서 “페이퍼에서 얻은 교훈을 인스턴트 아티클에 심었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 한 가지가 속도다. 페이퍼는 최종적으로 언론사의 뉴스 페이지를 불러내야 하는 구조다. 페이퍼의 실패를 로딩 속도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중요한 교훈 가운데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마타스는 “우리는 콘텐츠가 뜨는 걸 기다리는 동안 빈 화면이 뜨는 데 불만을 갖고 있다”면서 “뉴스 사이트의 경우 평균 8초나 걸렸다”고 했다. 느린 로딩 속도가 모바일에서 사용자의 이탈을 불러왔다는 사실을 이들은 페이퍼를 통해 체득했다는 것이다.

인스턴트 아티클엔 페이퍼에 존재하던 기술도 포함돼 있다. 대표적으로 ‘에이싱크디스플레이킷(AsyncDisplayKit)‘을 들 수 있다. 이 프레임워크는 복잡한 UI를 자연스럽고도 반응적으로 만들어주는 도구다. 페이스북은 페이퍼에서 처음으로 이 개발 키트를 적용했고 오픈소스로도 공개했다. 에이싱크디스플레이킷은 인스턴트 아티클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와우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몇몇 요소들이 이 프레임워크에서 작동한다.

페이퍼와 무엇이 달라졌나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사진 출처 :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 공식 페이지)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사진 :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 공식 페이지)

두 서비스는 어떤 플랫폼에 터잡고 있느냐에서부터 차이를 보인다. 페이퍼는 독자적인 모바일 플랫폼으로 출시됐고, 인스턴트 아티클은 페이스북 모바일 앱 내 특정 페이지를 점유하는 식으로 선보였다. 페이퍼로 뉴스를 보려면 모바일 앱 하나를 더 실행시켜야 하지만, 인스턴트 아티클은 페이스북에서 검색만 하면 된다.

뉴스를 최종 소비하는 위치도 다르다. 페이퍼는 언론사의 모바일웹페이지를 보여주는 반면, 인스턴트 아티클은 페이스북 앱 안에서 뉴스를 전시한다. 단, PC로 접근하면 언론사 웹페이지로 내보낸다. 페이퍼가 아웃링크 방식이라면 인스턴트 아티클은 인링크 방식인 셈이다.

결국 핵심은 UI·UX의 통제권을 누가 갖느냐의 차이로 요약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페이퍼에선 그 통제권을 언론사에게 넘겼지만 인스턴트 아티클에선 역으로 가져왔다. 통제권을 거머쥔 페이스북은 그들만의 탁월한 기술력과 디자인 능력을 인스턴트 아티클에 모조리 투영했다. 이미지나 지도의 줌인·줌아웃, 슬라이드형 이미지 스크롤링 등 기존 언론사에선 경험해보지 못하는 뉴스 열독의 즐거움이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할 수 있었다.

UI·UX 통제권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뉴스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주체가 누가 될지를 판가름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어서다. 같은 뉴스라도 더 만족스러운 소비 경험을 제공하는 쪽에 뉴스 독자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기술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언론사로서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언론사는 독자와의 온라인 소통 속에서 UI·UX를 차별적으로 개선시켜야 할 책무가 존재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독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자사만의 기술적 노하우가 축적된다. UI·UX 통제권을 페이스북에 넘기게 될 경우, 언론사들의 뉴스 형식이 페이스북에 맞춰져 획일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국내에선 그런 흐름이 보편화했다.

팝업 프레스, 인스턴트 아티클로 재탄생

인스턴트 아티클은 현재보다 더 혁신적인 뉴스 소비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인스턴트 아티클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 힌트는 푸시팝 프레스에서 찾을 수 있다.

페이스북은 2011년, 푸시팝 프레스라는 이북 개발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푸시팝 프레스의 공동 창업자에는 전 애플 직원도 포함돼 있었는데 그가 바로 페이퍼와 인스턴트 아티클을 디자인한 마이크 마타스다. 마이크 마타스의 이력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애플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 UI 설계에 참여했고, 구글이 인수한 네스트에서도 디자인 업무를 맡았다. 이후 팝업 프레스를 창업한 뒤 페이스북에 매각했다.

그가 푸시팝 프레스를 창업한 뒤 내놓은 이북 제품을 보면, 현재 페이퍼와 인스턴트 아티클에서 구현되고 있는 거의 모든 기능들이 담겨 있다. 아직 반영되지 않은 형식이라면 데이터와 결합된 인터랙티브 그래프나 지도 정도다. 어떤 식으로든 이러한 형식들은 언론사들에게 옵션으로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인스턴트 아티클의 UI·UX의 내일은 팝업 프레스의 이북에서 조금은 짐작해볼 수 있다.

페이스북이 인수할 당시에도 이러한 전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테크 전문 미디어 <매셔블>은 2011년 당시 “푸시팝의 기술이 기업과 언론사들의 팬페이지 콘텐츠 제작에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시 푸시팝 쪽도 페이스북이 디지털 서적을 발행할 계획은 없겠지만, 푸시팝의 아이디어나 기술은 페이스북에 융합될 것이고 사용자들에겐 스토리를 공유하기 위한 풍부한 방식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푸시팝 프레스의 숨겨진 기술은 페이퍼를 거쳐 이제 인스턴트 아티클로 넘어왔다. 애플 디자인 어워드에서 최고 디자인상을 수상할 만큼 빼어난 디자인 실력은 언론사들의 뉴스를 재구성하는 데 적극 녹아들고 있다. 페이퍼라는 독자 앱의 실패에서 속도라는 교훈도 얻었다. 이젠 UI·UX 통제권까지 언론사로부터 넘겨받은 상황이다.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마음껏 꾸며볼 수 있는 실험들을 실행할 준비를 갖췄다. 이제 언론사들을 향해 ‘이런 뉴스를 만들어 봐’라고 재촉하는 일만 남았다. 앞으로 언론사는 광고 수익을 얻기 위해 페이스북의 채찍질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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