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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스피커의 매력, 장인에게 직접 들었습니다

2015.05.28

소니가 고음질을 무선으로 전송할 수 있는 블루투스 프로파일인 LDAC을 전사적으로 밀면서 이를 재생할 수 있는 스피커 라인업을 내놓았습니다. 기존 SRS-X9를 개선한 SRS-X99(이하 SRS 생략)를 비롯해 출력과 크기를 조금 줄인 X88 등의 고급형 스피커를 내놓았고, 휴대용 스피커인 X77와 헤드폰인 MDR-1ABT도 소개됐습니다.

소니는 이 제품들을 내놓으면서 자체적인 블루투스 음향 포맷인 LDAC을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이 스피커들은 에어플레이처럼 무선랜을 이용하는 네트워크 오디오 기능이 있기 때문에 블루투스보다도 스피커 그 자체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복잡한 발표 현장에서 소리를 듣고 어떤지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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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이 스피커 개발에 참여한 세키 히데키 총괄이 한국을 찾았다기에 직접 스피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히데키 총괄은 첫 커널형 이어폰인 EX70을 만든 장인이고, 요즘은 스피커 구조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먼저 스피커의 모양 이야기부터 들어봤습니다. 최근 소니의 무선 스피커는 네모 반듯합니다. 예쁘긴 한데 이게 소리를 내는 데에 도움이 되는 디자인일까요?

“스피커는 디자인마다 차이가 분명 있습니다. 여러가지 모양이 들어간 스피커들이 나오는데 사실 음향 설계하는 입장에서는 썩 좋은 디자인은 아닙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각 유닛마다 모두 구 형태로 만드는 것이지만 이 역시 제품으로 디자인하기 쉽지 않습니다. x99의 경우 기본 디자인 컨셉이 ‘단순함’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원박스 디자인 안에서 소리를 해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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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음향 디자이너는 결국 소리의 반사와 싸우나 봅니다. 스피커 유닛이 소리를 직접 귀로 전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실제로는 스피커 안팎으로 반사되면서 엉뚱한 소리를 냅니다. 세키 히데키 총괄이 이야기한 구 모양도 결국은 내부에서 일어나는 소리를 잡아내기 위한 것입니다. 사방으로 소리가 반사되는 거리가 같으면 다시 소리가 한 곳에서 맺혔을 때 상쇄되기 때문입니다. x99의 경우 내부에서 소리가 반사되어 나오지 않도록 내부를 가공했습니다.

“x99이 박스 모양이라고 하지만 사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12면체입니다. 벽이나 주변 환경을 통해서 생기는 반사음이 스피커 외부를 통해 귀로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모서리를 한번 더 깎아냈습니다. 스피커의 재질도 면에 따라 유리, 플라스틱, 금속 등을 섞어 쓰면서 음반사를 제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반사음과 원음의 위상차를 해결하기 위한 설계입니다.”

사소한 것 같지만 소리를 만지는 엔지니어들의 설명들은 꽤나 흥미롭습니다. 그럼 이 스피커, 어디에서 듣는 게 가장 좋을까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초기에 설계할 때는 이상적인 스튜디오에서 소리를 들어가면서 제품을 만들어 갑니다. 그 다음 집이나 회의실 등 여러 공간에서 테스트해서 두루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드는 게 원칙입니다. 다만 소리가 잘 반사되는 빈 벽이나 매끄러운 면을 피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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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닛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x99에는 7개의 유닛이 있습니다. 고음을 내는 트위터와 수퍼 트위터를 한 조 더 달았습니다. 미드레인지 유닛이 두 개 있고, 가운데에는 69mm 서브우퍼, 그리고 듀얼 패시브 라디에이터가 달려 있습니다. 이 서브우퍼는 꽤 작습니다.

“x99는 x9에서 서브 우퍼를 조금 더 보강했는데 서브우퍼의 진동판에 추가 소재를 덧대고, 스테빌라이저도 붙여서 중저음대의 소리를 부드럽게 만들었습니다. 서브우퍼 자체의 크기는 작지만 양 옆에 패시브 라디에이터를 더해 기존 덕트 이상의 효과를 냅니다. 서브우퍼는 94mm 깊이로 앞뒤로 움직이면서 소리를 내는데 구동부는 150mm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을 씁니다. 구동력이 좋아질 뿐 아니라 진폭의 양도 조절하기 쉽습니다. 진동판도 단단하게 만들어 필요 없이 움직이면서 잡음을 만들어내지 않도록 했습니다.”

스피커가 작아지면서 오히려 더 최적의 기술들이 많이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소니는 스피커에 ‘마그네틱 플루이드’라는 기술을 자랑하곤 합니다. ‘덕트를 대신해 음질을 높인다’ 정도로만 설명하고 넘어가곤 했는데 좀 자세히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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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각 유닛에는 댐퍼라는 장치가 있습니다. 스피커는 소리를 내면서 앞뒤로 움직이곤 하는데 이 궤적을 정확하게 잡아주기 위해 댐퍼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댐퍼도 소리를 냅니다. 진동판으로 보내는 신호가 맺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댐퍼가 움직이면서 소리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마그네틱 플루이드는 유닛 안쪽에 기름과 섞인 유체 형태의 자석을 넣어서 자력으로 댐퍼 역할을 하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댐퍼가 열차 레일이라면 마그네틱 플루이드는 자기부상열차처럼 스피커 유닛을 띄우는 기술인 셈이다. 댐퍼의 역할은 하되, 물리적으로 닿지 않으니 더 정확한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아직은 미드레인지에만 이 기술이 적용됐다고 합니다. 내구성 때문에 그동안 스피커에 쓰기 어려웠는데 스피커에 조금씩 적용하는 기술입니다. 일부 하이엔드 제품에는 트위터에도 이 기술을 썼고, 점차 많은 스피커에 마그네틱 플루이드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X9를 기억하고 있다면 X99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디자인도 그렇지만 근본적인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각 유닛을 조금씩 더 보강했습니다. 그리고 블루투스로 3배 더 많은 음향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LDAC이 적용됐고, 무선랜 신호도 2.4GHz 외에 5GHz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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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기술들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사실 어떤 것들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싶을 정도입니다. 작은 차이 하나하나가 모여서 소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소리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막귀’인 걸 감사해야 할까요? 까다롭게 소리를 듣는 세키 히데키 총괄은 어떤 오디오로 음악을 들을까요? 돌아온 답은 ‘집에 음악 감상용 스피커가 없다’였습니다.

“업무 때문에 잘 갖춰진 공간에서 소리를 듣다가 집에서 들으면 주변 잡음이 신경 쓰여서 음악을 듣기가 어렵습니다. 대신 X33이나 X55처럼 배터리 달린 소형 오디오는 집에서 음식이나 빨래를 할 때 옆에서 틀어놓고 쓰긴 합니다.”

이것도 직업병인가봅니다. 그만큼 일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도 되겠지요. 대신 소리에 대한 열의는 굉장했습니다. 이전에 다른 소니의 음향 엔지니어들을 만났을 때 들었던 느낌과 비슷합니다. 그 또한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고 각 기술로 만들어내려는 소리의 목표를 숨김 없이 자신있게 공개했습니다. 그런 자신감이 요즘 소니 오디오를 다시 보게 하는 힘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으로는 소니의 오디오 관련 엔지니어들이 한국에 오는 것을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