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서 내 ‘도플갱어’와 마주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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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또 다른 내가 있다면, 그 또 다른 ‘내’가 진짜 나인 것처럼 인터넷에서 살아움직이고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도플갱어 이야기는 아닙니다. 소셜네트워크 속 이야기입니다.

실제 인터넷에서는 그런 일들이 종종 벌어집니다. 주로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유명인을 빙자해 사진과 메시지를 올리면서 진짜 행세를 하는 것이지요. 이게 문제가 되면서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유명인들에게 공식 계정을 인증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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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황

바로 5월27일의 이야기입니다. 먼저 사정상 실명을 쓸 수 없어서 이름은 모두 익명으로 설명하는 것에 대해서는 양해를 바랍니다.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들으시면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27일 오전에 어떤 매체가 쓴 인터뷰 기사가 페이스북에 떴습니다. (블로터 기사는 아닙니다) 그리고 그 포스트에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그 중에 부쩍 눈에 띄는 악플이 하나 있습니다. 보통 페이스북은 본인의 실명을 쓰고, 주변 사람들과 얽혀 있기 때문에 다른 SNS에 비해 남에게 직접적으로 상처를 주는 메시지는 적은 편입니다. 그래서 그 욕설이 실린 댓글이 더 눈에 띄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어떤 분인가 해서 프로필을 눌러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현재 직장은 세상 누구나 다 알고 있는 IT기업이었고, 과거 국내 대기업 경력도 쓰여 있었습니다. 졸업한 학교까지 나왔기 때문입니다. 면접이 까다롭고 인성을 많이 보는 기업인 데다가, 평소 직원들 스스로 대외적인 코멘트에 조심스러워했기에 더 이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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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도용당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그 회사에 다닌다고 사칭할 수도 있지요. 악플도 신경쓰이긴 했습니다. 확인은 해봐야겠지요. 그 회사 관계자에게 슬쩍 물었습니다. 이름과 사진 모두 실제 직원이 맞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할 사람은 아니라고 합니다.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댓글을 단 페이스북 계정은 본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실제 쓰는 페이스북 계정도 따로 있었습니다. 여러 정황상 ‘도용’이 아니라 ‘사칭’쪽으로 기울었습니다. ‘악플러’에서 ‘피해자’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당사자는 지금 꽤 많이 놀랐다고 합니다.

과거 트위터가 유행하던 때엔 팔로어를 늘리기 다른 사람의 프로필과 사진을 올려 가짜 행세를 하는 사례들이 꽤 있었습니다. 특히 여성들이 찍은 셀카 사진이 주로 도용당했지요. 페이스북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 겁니다. 게다가 그 계정은 본인 행세를 하고 있었습니다.

2. 법적 문제는

타인을 사칭하는 것에 법적 문제는 없을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사칭은 불법이 아닙니다. 법무법인 민후의 김경환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타인 사칭 그 자체는 불법이 아닙니다. 명확하게는 법과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문제가 되는 행위는 사칭이 아니라 그 뒤에 벌어지는 사기, 폭행, 성추행 등의 범죄 뿐입니다.”

SNS에서 다른 사람인 것처럼 사칭하는 사례는 매우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칭 그 자체로는 상대방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형사, 민사상 소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김경환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개개인이 잡아내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지요.

대신 다른 사람을 사칭해 2차 범죄로 이어지면 법적으로 문제가 됩니다. 유명한 사람을 사칭해 물건을 팔거나 돈을 갈취하는 일도 많고, 다른 사람의 프로필 사진으로 관계를 만들어 성범죄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간혹 연예인을 사칭하고 온라인에 막말을 던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각각 사기, 성범죄, 명예훼손으로 법적 조치를 받게 됩니다. 사칭에 대해서는 유명인이나 일반인이나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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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떻게 대처할까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도 매우 제한적입니다. 피해가 없다면 일단은 사칭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사례처럼 주변의 제보로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단 알게 됐다면 각 SNS 서비스에 사칭 계정 삭제를 요청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블로터>가 과거에 정리했던 자료가 있습니다. 대체로 까다로운 본인 확인을 거친 뒤 사칭 계정을 삭제하는 식입니다. 계정을 지우는 것 외에 피해자가 할 수 있는 대처 방안은 별로 없습니다. 싱겁지만 이게 전부입니다. 제2, 제3의 사칭 계정이 있는지를 확인하기도 어렵습니다. 사칭하는 사람 잡자고 없는 죄를 만들거나, 피해를 만들어낼 수도 없는 일이지요.

사칭이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가 봅니다. 김경환 변호사는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사칭 자체를 처벌하는 법이 제정되기도 했다고 귀띔해주었습니다. 피해와 관계 없이 남의 이름으로 움직인 것만으로도 범죄행위가 성립되는 것이지요.

국내는 아직 관련 법이 없습니다. 가끔 위험성이 지적되긴 하지만 아직 관련 법안을 입법, 혹은 준비하는 국회의원은 없다고 합니다. 인터넷을 통한 사기, 폭행 등 범죄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범죄의 토대가 되는 사칭에 대해서도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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