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 의수로 장애인 돕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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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재능기부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었어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을 도우려고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이렇게 한 명 도와주는 것으로 끝낼 일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3D프린팅 기술 스타트업 만드로를 창업한 이상호 대표는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의수를 제작 중이다. 처음엔 인터넷 카페를 통해 사연을 알게 된 이를 돕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2014년 압착 프레스 기계의 오작동으로 두 손을 모두 잃은 사람이었는데, 3D프린터로 의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듣고 출발한 일이다.

생각해보니 가능할 것 같았다. 3D 모델링 소프트웨어로 사람 손 모양을 디자인한 다음 3D프린터로 출력하기만 하면 되니까. 마이크로보드 ‘아두이노’와 신체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이용하면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는 전자의수도 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2015년 1월부터 시작한 일이 오늘에 이르렀다. 앞으로도 이상호 대표는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의수를 제작할 생각이다. 일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몰랐단다.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전자의수를 제작하는 일에 이렇게 몰입하게 될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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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만드로 대표

모터와 센서가 기본…“쓰기 편한 의수 연구 중”

3D프린팅 기술은 컴퓨터로 만든 3D 모델 도면을 물체로 출력하는 기술을 말한다. 잉크 프린터가 종이에 글자를 인쇄하는 것처럼, 플라스틱 수지를 원료로 쓰는 3D프린터는 입체 물체를 출력할 수 있다. 3D프린터 가격도 많이 내려갔고, 싼값에 재료를 구할 수 있게 돼 이른바 ‘메이커’ 운동에 관심 있는 이들이나 DIY를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는 자주 활용되는 기술이다. 절단 장애인을 위한 의수를 제작하는데, 3D프린터만큼 꼭 맞는 기술도 드물다.

이상호 대표가 만든 전자의수의 기본 동작 원리는 이렇다. 3D프린터로 출력한 손가락 골격을 모터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다. 지난 1월 처음으로 제작한 버전의 이름은 ‘마크1’. 어깨를 들썩일 때 신호가 발생하면, 손가락이 이를 감지하고 움직이도록 설계했다. 자이로센서를 이용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사용자는 3D프린터로 출력된 의수를 착용하고, 물건을 잡고자 할 때 어깨를 한 번 들썩이면 된다. 자이로센서가 어깨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아두이노 회로에 연결된 모터를 돌리는 원리다.

‘마크1’에서는 서보모터를 썼다. 두 번째로 만든 ‘마크2’에서는 이를 직류모터로 바꿨다. 마크1에 탑재한 서보모터는 크기도 크고 볼품도 없었지만, 직류모터를 쓰면 작고 가볍게 설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부품 크기를 줄인 덕분에 3D프린터로 출력한 의수의 손바닥 구조 속에 모터를 모두 집어넣을 수 있었다. 서보모터에서는 미세한 소음이 났지만, 직류모터는 소음도 내지 않는다.

‘마크3’도 제작했다. 마크3은 의수의 3D 모형을 뜯어고친 버전이다. 최대한 사람의 손과 가깝게 다시 디자인했다. 손가락에 스프링을 달아 물건을 잡을 때 마치 근육처럼 적당한 긴장감을 가질 수 있도록 개선했다.

지금은 전자의수의 손가락을 움직이도록 하는 데 자이로센서를 쓰고 있지만, 앞으로 근전도센서 등 다양한 부품을 시험할 생각이다. 이상호 대표는 다양한 센서를 동시에 활용하면, 사용자가 더 정밀하게 손가락을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 개선해야 하는 부분은 사용자의 신체와 직접 닿는 소켓 부분이에요. 아직은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는데, 사용자의 절단 부위와 직접 만나는 부분이다 보니 3D프린팅으로 출력하는 것은 한계가 있더라고요. 또, 3D프린터로 뽑은 재료가 사람의 피부에 닿아서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되니까 그런 것도 연구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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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도 너무 비싼 전자의수, 누구나 쓸 수 있도록

이상호 대표는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후과정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후에는 프랑스로 건너갔다.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국립정보학연구소(INRIA)에서 일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수원의 삼성전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지내게 된 것은 지난 2011년의 일이다. 3년여가 지난 2014년, 이상호 대표는 삼성전자를 나와 3D프린팅 기술 스타트업을 차렸다.

이상호 대표의 간단한 약력은 위와 같다. 말하자면, 2014년 까지만 해도 이상호 대표는 절단 장애인에 관한 복지나 전자의수 시장과는 별로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다. 전자의수가 비싸게는 4천만원을 호가한다는 것, 값이 너무 비싸 전자의수가 꼭 필요한 대부분의 절단 장애인은 구입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이들을 위한 국가의 복지 지원금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 등을 지난 넉달여간의 전자의수 제작 작업을 통해 알게 됐다. 이상호 대표가 “한 명 도와주고 끝낼 일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동안 몰랐던 의지보조기(의수 혹은 의족을 뜻함)나 장애인복지법 등을 조금이나마 알게 됐어요. 국내에서는 의수를 제작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해요. 의수 제작도 의지보조기 기사 자격증이 있는 이들만 할 수 있고요. 이 자격증은 국내에 있는 특정 대학을 졸업해야만 응시할 수 있는데, 국내에는 대학이 네 곳 뿐이더라고요.”

이상호 대표는 “장애인을 위한 복지예산은 보건복지부에서 나오는데, 최근 10년 동안 액수가 크게 변하지 않았더라”라며 “장애인에 지급되는 국가 지원금으로는 1천만원이 넘는 전자의수를 쉽게 구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4천만원 짜리 전자의수를 쓰는 장애인 숫자가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게 이상호 대표의 설명이다.

만약 전자의수 가격이 50~100만원 정도인 지금의 노트북 수준까지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지금보다 더 많은 절단 장애인이 전자의수를 구입할 수 있지 않을까. 결과적으로 절단 장애인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호 대표의 목표는 전자의수 판매 가격을 100여만원 선까지 끌어내리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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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로의 전자의수 노하우, 3D프린팅 기술 확산에 기여하길”

이상호 대표는 3D프린터로 제작한 전자의수를 직접 판매할 생각은 없다. 대신 이상호 대표가 완성한 3D프린팅 전자의수 제작 기술을 기존 전자의수 업체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전자의수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형태라기보다는 전체 전자의수 시장의 기술 발전에 기여한다는 생각이다. 초기 버전 중 하나인 마크3을 제작한 이후 더 정밀하게 동작하고, 값싸게 제작할 수 있는 전자의수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국내에는 의지보조기 업체가 200여개 정도 있더라고요. 그 업체에서 우리 기술을 이용해 저렴한 의지보조기를 만들게 된다면 더 바랄 나위 없죠. 만드로의 역할은 다른 업체가 잘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전자의수 기술 개발과 사회를 위한 재능기부를 지속하기 위해 최근 이상호 대표는 의지보조기 기사 자격증을 가진 직원을 채용했다. 쉽게 말하면, 3D프린팅 전자의수 제작 기술 라이선싱이 만드로의 사업 모델이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던 2013년, 이상호 대표는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서 1년을 파견 연구원으로 지냈다. 3D프린팅 기술은 실리콘밸리 생활 당시 이상호 대표에게 가장 큰 취미생활이었다.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도 이때의 경험 덕분이다. 처음에는 스타트업을 차려 국내에 3D프린팅 생태계를 쌓아올릴 방법을 고민했다. 전자의수를 만난 이후 3D프린팅 기술 생태계 확산 계획에 전자의수 카테고리가 추가됐다. 만드로의 3D프린팅 전자의수 라이선싱 모델이 자리를 잡으면 국내의 3D프린팅 시장도 지금보다 덩치를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이상호 대표의 생각이다.

“지금 국내 3D프린팅 업계에서는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너무 적어요. 업체가 캐릭터 피규어를 제작해 파는 것도 한계가 있고요. 뭘 만들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인 거죠. 3D프린터 전자의수가 확산하면, 전자의수가 3D프린터 업계에 또 다른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상호 대표의 3D프린팅 전자의수 제작기는 지난 2월부터 다음카카오의 ‘뉴스펀딩’을 통해 상세히 공개돼 꽤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1천여만원이 넘는 금액이 후원으로 모였다. 온라인 언론 <슬로우뉴스>에도 전자의수 제작기를 기고했다. 현재 이상호 대표는 다음카카오와 3D프린팅 전자의수 제작기 2탄을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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