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암거래 사이트 ‘실크로드’ 운영자, 종신형 선고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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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암거래 사이트 ‘실크로드’를 만든 로스 윌리엄 울브리히트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마약 운반 등 혐의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온라인 암거래 사이트 '실크로드' 운영자 로스 윌리엄 울브리히트 (가운데, 출처 : 프리로스닷오아르지)

마약 운반 등 혐의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온라인 암거래 사이트 ‘실크로드’ 운영자 로스 윌리엄 울브리히트 (가운데. 출처 : 프리로스닷오아르지)

실크로드는 비트코인을 이용해 익명으로 물건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온라인 장터다. 이곳에서 공공연하게 마약 등이 불법거래됐다며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013년 10월 ‘공포의 해적 로버트’라는 별명으로 활동한 운영자 로스 울브리히트를 체포했다.

미국 뉴욕시 남부지방법원 소속 캐서린 볼란 포레스트 판사는 지난 5월29일(현지시각) 마약 판매와 불법 수익 사업 혐의에 각각 종신형을 선고했다. 해킹과 밀거래, 돈세탁 혐의도 유죄를 인정했다. 그 결과 최소 20년 이상 형을 선고 받을 것으로 보였던 로스 울브리히트는 이례적으로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았다. 가상화폐 전문매체 <뉴스BTC>는 캐서린 포레스트 판사가 울브리히트를 본보기로 삼으려 한다고 풀이했다.

로스 울브리히트는 두 번째 변론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감정에 호소해 낮은 형을 선고받고자 애썼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하고 싶습니다. 내가 내 삶을 망쳐버렸어요.”

명문대인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로스 울브리히트는 실크로드를 만든 이유가 사용자의 사생활과 익명성을 보호해 그들에게 자유를 돌려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변호인단과 그의 지지자는 로스 울브리히트가 이상주의적 생각에 빠진 탓에 실크로드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로스 울브리히트는 맨하탄 연방법원 법정에서 3시간에 가까이 변론에 나서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거듭 말했다. 캐서린 포레스트 판사는 이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실크로드는 신중하게 준비된 작업입니다. 피고인의 작품이지요. 피고인은 실크로드가 자신의 유산이 되길 바랐고, 그렇게 됐습니다.”

실크로드는 법망 밖에 있는 최초의 온라인 암거래상이었다. 다른 결제수단보다 익명성이 강한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해 구매내역을 추적하기 힘들게 만든 점이 특징이다. FBI가 서버를 닫기 전까지 3년 동안 운영되며 1500만건이 넘는 거래를 성사시켰다. 금액으로 따지면 2억1400만달러(2384억원)어치 물건이 거래됐다.

캐서린 포레스트 판사는 로스 울브리히트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과 함께 1억8300만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로스 울브리히트 변호인은 가능한 한 빨리 이번 판결에 항소할 예정이라는 뜻을 밝혔다.

합당한 결정 vs 인터넷 옥죄는 지나친 판결

이례적으로 무거운 형량이 나온 이유는 실크로드에서 마약을 산 사람 가운데 6명이 마약 중독으로 죽었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선고 직후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맨하탄 연방검사 프릿 바라라는 로스 울브리히트를 “사이버 범죄의 얼굴”이라고 부르며 판결을 지지했다.

“실수하지 마십시오. 울브리히트는 마약 딜러이자 범죄에서 이익을 취한 모리배입니다. 최소한 여섯 사람이 마약 중독으로 인해 죽음에 이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죠. 울브리히트는 사이버 범죄자로서 신분을 숨기려 했지만 결국 정체가 드러나 사이버 범죄의 얼굴이 됐습니다. 오늘 판결이 보여주듯 모든 사람은 법 아래 있습니다.”

로스 울브리히트를 지지하는 쪽은 이번 판결이 인터넷상의 자유를 옥죄는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로스 울브리히트의 어머니인 린 울브리히트는 실크로드에서 마약만이 아니라 온갖 합법적인 상품도 거래됐다고 지적하며 형량이 과중하다고 비판했다. <와이어드> 기자 앤디 그린버그는 “지금껏 컴퓨터 관련 범죄로 인해 이토록 가혹하게 처벌받은 적이 있던가”라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라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고 꼬집었다.

린 울브리히트는 아들의 형량을 낮추는 데 힘을 모으기 위해 프리로스닷오아르지라는 웹사이트를 열고 소송 비용 45만달러를 모금 중이다.

이들은 로스 울브리히트 판결이 앞으로 우리가 인터넷에서 누리는 자유를 틀짓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 세상에서 새로 태어난 자유와 혁신을 기존 법 체계가 어떻게 재단할지를 이번 판결을 통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스콧 그린필드 변호사는 실크로드 판결이 “디지털화된 미래에 적용할 법 체계의 탄생”이라며 “여러분이 법정에 선 것처럼 면밀하게 지켜보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