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e잉크 전자책 단말기, 계속 안고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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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갖게 된 것은 아마존이 ‘킨들’을 내놓으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아마존이 책 쇼핑몰에서 인터넷 서점으로 이미지를 바꾼 것 역시 LCD 대신 e잉크를 디스플레이로 쓴 전용 전자책 기기를 내면서부터다.

신기한 일이다. 세상의 모든 디스플레이는 더 높은 해상도에, 더 밝고, 더 많은 색을 표현할 수 있는 컬러 화면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전자책은 예외다. e잉크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또 그렇게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진 못하는 것 같다. 과연 전자책 단말기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예스24의 서영호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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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시장 작지만 e잉크 수요 높아”

“예스24에서 전자책을 읽는 독자들 중 10% 정도가 e잉크 단말기를 쓰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크레마 터치’와 ‘크레마 샤인’ 등을 쓰는 독자들은 전자책을 상당히 많이 읽는 진성독자이기도 합니다.”

예스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이 모여 만든 한국이퍼브는 ‘크레마’ 브랜드로 3가지 전자책 단말기를 내놓았다. 초기에 내놓았던 크레마 터치와 크레마 샤인은 e잉크를 쓴 전자책이었는데 지난해 선보인 ‘크레마 원’은 일반 태블릿 단말기였다. 2013년 내놓은 크레마 샤인은 꽤 인기가 좋은 e잉크 전자책 단말기였다. 하지만 그 역시 LCD를 쓴 태블릿 기반의 전자책 기기로 넘어가는 것일까? 시장성의 문제일까?

“e잉크를 포기한 게 아닙니다. 판매 추세가 떨어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크레마 샤인은 확 늘어나지도 않지만 떨어지지도 않고 매월 수백대 수준으로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수요는 분명한 시장입니다. 다만 대기업들이 참여하기에는 규모 자체가 애매하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유지되는 걸로 보고 있습니다.”

킨들 페이퍼화이트(2012)와 크레마샤인

전자책 시장에서 여전히 e잉크에 대한 수요는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시장이 줄어들지도, 커지지도 않는 것도 묘한 일이다. 단말기나 서비스보다도 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탓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든다.

콘텐츠 인기 따라 단말기도 달라져

최근 전자책 단말기가 LCD를 쓴 기기로 옮겨가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예스24를 비롯한 크레마 진영 뿐 아니라 교보문고, 인터파크도 LCD로 단말기를 바꿨다. 리디북스는 아예 e잉크 단말기가 없다. 시장이 바뀌는 것일까?

“LCD를 쓴 컬러 단말기는 흑백 기기가 소화하기 어려운 콘텐츠를 위한 기기입니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 담긴 콘텐츠나 만화, 혹은 이미지가 많은 로맨스 소설 등에는 고해상도 컬러 디스플레이가 더 잘 맞습니다. 전자책 시장이 판타지나 30·40대 여성들이 좋아하는 로맨스 등 장르 문학에서 수익이 나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와 맞는 단말기의 공급이 필요합니다.”

서영호 이사는 기존에 e북으로 출시됐던 앱북을 e북 콘텐츠로 바꾸거나, 아이들이 읽을 책에 애니메이션, 목소리 등을 더할 수 있도록 출판사들과 논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e북을 상품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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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전자책 시장은 매우 작다. 특히 종이책과 전자책을 함께 파는 예스24같은 서점들의 경우 전자책은 아직 돈을 벌어들이지도 못하고, 사업도 쉽지 않다.

“양쪽 책을 다 판매하는 입장에서 보면 전자책은 전체 시장의 3% 남짓한 걸로 보고 있습니다. 출판사와 수익 분배를 하고 난 비용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프로모션 비용들을 다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은 더 박합니다. 시장이 크지 않다는 것이긴 하지만 동시에 성장할 여지가 많다는 뜻도 됩니다. 전자책은 아직 직접적인 매출을 노리기 보다는 투자하는 단계입니다.”

가격을 통한 프로모션이 전자책 시장에서 꽤 잘 먹히는 전략이긴 했다. 하지만 도서정가제 이후 책의 할인폭이 10%로 제한되면서 가격은 경쟁력이 되지 않았다. 대신 서비스 차별화로 무게를 옮기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독자들도, 출판사도 종이책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비즈니스를 고민 중입니다. 예를 들어 종이책을 사면 해당 전자책을 한 달 동안 무료로 대여해주는 서비스입니다. 독자가 책을 구입하면 배달되는 도중에도 읽을 수 있도록 전자책이 먼저 제공되는 겁니다. 독자들에게 전자책에 대한 경험과 습관을 줄 수 있습니다. 출판사도 전자책을 동시에 출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대여는 전자책 업계에서 두루 고민되고 있는 유통 방식이긴 하다. 아직도 출판사들이 종이책을 먼저 팔아보고, 반응이 괜찮으면 전자책으로도 내는 경우가 많지만 독자를 더 많이 확보하고, 판매 창구를 다양화하는 목적이라면 대여 서비스도 괜찮다는 것이다.

고해상도 새 e잉크 단말기 준비중

다시 e잉크 이야기로 되돌아가 보자. 예스24를 비롯한 한국이퍼브는 계속해서 e잉크 단말기를 끌고 갈 계획이 있을까?

“한국이퍼브에 속해 있는 서점들은 확실히 e잉크 단말기를 가져가겠다는 의지가 있습니다. 현재 기기들이 212dpi 수준으로 아직 해상도가 낮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혔는데, 종이책의 300dpi 수준의 디스플레이와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한 제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잉크는 그림이 많은 콘텐츠에 적합하지 않아 문학이나 경제경영서적 등을 읽는 독자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해상도와 디자인을 개선해 독자층을 넓이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아직 장르성 콘텐츠나 만화는 스마트폰, 태블릿의 비중이 높긴 하지만 다양한 단말기와 콘텐츠를 묶어 전자책의 상품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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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카페에서는 일부 이용자들이 크레마 샤인의 하드웨어를 뜯어 해상도가 높은 디스플레이로 교체할 만큼 전자책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e잉크의 인기가 여전하다. 한국이퍼브를 통해 더 나은 성능의 단말기를 기대해볼 만하다. 인터뷰를 정리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서영호 이사 역시 책 읽는 문화를 걱정했다.

“포털 사이트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를 받는 것이 많이 익숙해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읽을거리와 볼거리가 늘어나면서 무료로 읽을 수 있는 책 외의 콘텐츠가 많습니다.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인터넷 환경도 한몫 하지 않았을까요. 전자책 단말기를 내놓고 서비스 환경을 개선해서 책을 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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