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교육, MS는 시간에 투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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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교육에 관심 있는 건 이제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오랫동안 교실 안에서 IT 기술을 어떻게 쓸 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회사 중 하나다. 이 주제가 늘 흥미로운 것은, 다른 영역과 달리 기업이 교육에 대해서는 뭔가 당장의 수익이나 경쟁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갖고 있는 도구들을 교육 환경에 어떻게 잘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국경없는 협조가 이뤄지고 있다. MS에서 공공사업부문, 그 중에서도 교육을 맡고 있는 서은아 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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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아 부장

 

“학교들이 여전히 보수적이고, 변화가 어렵긴 하지만 최근 들어 빠르게 변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교과 과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단순히 IT를 넣는 방법은 어렵습니다. 선생님들끼리 수업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하고 기업의 지원 프로그램들도 늘어나면서, 의지가 있는 선생님들이라면 새 교육 환경을 받아들이기 쉬워졌습니다. 소통하고, 개방하고, 공감하라는 분위기가 학교에서 퍼지고 있습니다.”

MS는 ‘이노베이트 에듀케이터’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사들이 교실에서 얻은 경험들을 서로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17개 시·도교육청 단위로 기술을 이끄는 교사들이 있고, MS와 선도 교사들이 타 교사들에게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교육 방법에 대한 붐이 일면서 눈을 돌리는 교사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20세기 선생님이 21세기 아이들을 19세기 방법으로 가르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내일을 위한 교육에 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선생님들에 대한 투자나 변화에 대한 독려가 필요한 시점이에요. MS뿐 아니라 인텔, 네이버 등 기업들도 나서서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협력도 하고 있어요. 선생님들이 시작하겠다고 하면 그걸 이룰 수 있는 환경은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MS가 운영하는 이노베이트 에듀케이터 프로그램은 과정이 끝났다고 해서 그 교사들이 프로그램을 떠나지 않는다. 시니어로 남아 계속해서 프로그램에 참여해 나간다. IT를 가르치겠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교육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다. 사실 교과서에 다 있고, 인터넷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정보들을 달달 외우는 게 무슨 소용일까. 21세기형 인재를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교실이 더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게 서은아 부장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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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에 MS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던 코드 교육 ‘코두’는 굉장히 흥미로운 경험이었어요. 코드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면 어떻겠냐고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선생님 150분이 지원을 했어요. 150개 반, 학생수로 3천명이 넘는 숫자지요. 아예 일을 크게 만들자고 했어요. 100개 학교를 다 연결해 동시에 학습하는 거에요.”

일부 학급은 MS 사무실에 왔고, 나머지 93개 학급 2300명 학생들은 각자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모두는 스카이프로 연결했다. 전국이 실시간으로 연결됐다. 영상으로 모든 학급이 실시간으로 소통했고, 미션을 해결한 학급은 화면을 공유했다. 그게 특별한 기술이 쓰인 게 아니었다.

“그냥 스카이프로 연결한 겁니다. 스카이프로 영상통화하는 것 자체가 기업용 영상회의로 확대됐던 것처럼, 스카이프의 다중 영상회의를 교실에 입히면 됩니다. 없던 기술을 만들자는 게 아니에요.”

MS나 학교에서는 이를 ‘스카이프 인 더 클래스룸’이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별도 플랫폼이 있는 건 아니다. 기업용 스카이프 기능을 그대로 쓴다. 스카이프 인 더 클래스룸은 스카이프를 이용한 교육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선생님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스테리 스카이프’다.

“선생님들끼리 미리 합의를 하고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두 학급을 스카이프로 연결합니다. 그리고 상대방 학급이 무슨 도시인지 맞추는 거예요. 스무고개처럼 말이죠. 누군가는 지도를 펼쳐놓고, 누군가는 인터넷으로 기후를 검색합니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지식과 추가적인 정보를 짜맞추는 것이지요. 협업하고 소통하면서 답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에요.”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위치를 맞추는 건 아니고, 4학년 교과서에 실린 ‘도시와 농촌’이라는 주제를 다루기 위해 두 선생님이 뭉쳤다. 도시 지역인 대구 월암초등학교와 시골 지역인 공주 의당초등학교다. 두 학교의 교사는 각자의 생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4개 수업으로 나누었다.

“선생님이 교과서로 전달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피부로 잘 와닿지 않지요. 두 지역 아이들끼리 집에 있는 자동차와 트랙터를 비교하고, 환경을 설명하는 시간들이 이어졌어요. 제일 놀랐던 것은 각 지역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시간이었는데 시골 아이들의 고민은 동네에 슈퍼마켓이 없어진다는 것이었어요. 그게 단순히 과자를 살 데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농촌 인구가 감소하고 그로 인해서 인프라가 하나하나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직접 깨닫게 된 거예요.”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교사들은 아이들이 지식과 정보를 흡수하는 방식이나 즐거움 자체가 다르다고 평가했다. 정보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공감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것까지 이뤄졌다. 결국 월암초등학교 아이들은 용돈을 모아 집 근처 마트에서 과자를 사서 의당초등학교에 보내줬고, 반대로 의당초등학교 아이들은 직접 밭에서 토마토를 따서 보내줬다. 방학때는 서로의 집에 찾아오기도 했다. 몸으로 느낀 지식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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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교육이 요즘 유행하는 플립트 클래스같은 방식으로 획일화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들었다. 스마트교육이라고 하면 으레 ‘거꾸로 교실’을 떠올리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플립트 클래스는 하나의 방법론이에요. 다만 그 방법이 요즘 분위기가 뜨거울 뿐이에요. 선생님들 스스로도 그 문제를 이야기하는 걸 보면 시스템에도 자정 능력이 있다고 봐요. MS는 네트워크만 만들어주고 뒤로 빠지고 있어요. 기술보다 선생님이 우선이에요. 수업 시간의 손실을 줄이고, 학생들이 곧바로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자는 의지, 선생님들 사이에서 확고합니다.”

말 나온 김에 하나 더 물었다. 서은아 부장도 이야기하는 동안 ‘21세기 역량’ 이야기를 자주 꺼냈다. 이건 사실 미국에서 주도하고 있는 새 교육 과정에 대한 고민들과도 상통한다. 결국 미국식 교육 환경이 들어오는 것 아닐까?

“21세기 역량이라는 게 대체로 커뮤니케이션 기술, 지식 구성, 문제해결, 창의성, 자기조절, 책임감 같은 단어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 역량이 지금 필요하다는 건 미국과 우리나라, 인도가 다르지 않습니다. 글로벌 시티즌십이죠. 국내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우리 아이들끼리만 경쟁하지 않습니다. 미국, 중국, 인도 아이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할 겁니다. 21세기 역량 같은 개념이 미국에서 먼저 공식화됐을 뿐이에요. 유네스코에서도 2030년에는 전세계 아이들이 동일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어요. 한국의 것, 미국의 것이 따로 있는 건 아니라고 봐요.”

결국 MS가 스카이프, 오피스 등 소프트웨어를 학교에 집어넣겠다는 생각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교육에 대해서는 이 교육 지원 프로그램과 영업이 직접적으로 겹치지 못하도록 내부에서 잘 지켜지고 있다고 한다. 서은아 부장은 꼭 윈도우를 쓰지 않더라도 교육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열어놓고, 또 그래야 한다는 문화가 흐르고 있고, 그 신념을 지킬 수 있도록 해줘서 회사에 고맙다고 말하기도 했다. 으레 하는 회사 자랑이 아니라 진짜 감정이 느껴졌다. 인터뷰의 하이라이트도 이 부분이었다.

“MS는 기기와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지만 이런 상품을 시장에 던져주는 것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긴 시간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회사에 믿음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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