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키노믹스> 돈 탭스코트, 앤서니 윌리엄스 지음. 윤미나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언젠가부터 웹 2.0은 한국의 인터넷 세상을 떠도는 유령이 됐다. 유령의 출현을 알리는 숨 가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윙버스나 올블로그 같은 몇몇 가능성 있는 기업들의 사례가 생겨났음에도, 제대로 ‘시장’에 정착한 웹 2.0 비즈니스 모델을 언급하는 사람을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다. 내가 무지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웹 2.0이 단순히 UCC나 관련된 광고모델, 또는 시맨틱 웹 등의 기술모델이라면 웹 2.0은 우리 곁에 이미 바짝 다가와 있다. 그러나 협업하는 집단지성의 힘으로, 전통적인 기업모델로는 꿈꾸기 힘든 혁신을 이룩했다거나, 한국의 IT 대기업들이 참여플랫폼을 통해 기존의 웹 질서에 균열을 내는 실험을 한 사례를 나는 아직까지 듣지 못한다.
아마 3년 전 이맘때였을 것이다. 창업한 기업이 미국기업에 1천억 원 가까운 가격에 인수된 까닭에 벤처 성공신화로 꼽히는 김화수 잡코리아 사장과 단 둘이 저녁을 먹는 자리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IT분야에는 백치상태인데다, 김 대표가 말수도 적은 편이라 화제를 찾는 일도 꽤 곤욕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 문득 몇 달 전 읽었던 조선일보의 특집기사가 떠올랐고, 용기를 내서 “한국의 웹 관련 비즈니스가 지금처럼 네이버, 다음 같은 대형 포털 중심으로 계속 흘러갈 거라고 보시느냐”고 물었다.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전문가에게 전문적인 내용을 물어볼 때 만큼 서투른 기자가 진땀날 때도 없는 법이다. 다행히 김 사장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분명히 뭔가 변화가 오고 있고, 요즘 저도 새로 벌일 수 있는 일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당시 김화수 사장이 웹 2.0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해주느라 들려준 예가 매쉬업 서비스였다. 이는 웹에서 두 가지 이상의 자원을 섞어서 새로운 자원으로 만드는 기술을 가리킨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에서 일하던 폴 레이드매처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2005년 5월, 이사할 새 집을 구하고 있던 그는 실리콘밸리의 집들을 보여주는 구글 지도에 한참동안 머리를 처박고 궁리다가 결국 지쳐버렸다. 그래서 그는 구글의 지도 서비스와 온라인 항목별 광고 사이트 크랙스리스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재치 있게 결합한 새로운 웹사이트를 직접 만들었다. 도시 이름과 가격대를 고르면 집의 위치와 정보를 보여주는 핀 꽂힌 지도가 뜬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하우징맵’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김화수 사장은 “먼저 구글의 맵에 취업정보를 결합한 비즈니스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이건 웹 2.0에서 가능한 여러 사업모델 중 아주 특수한 형태일 뿐”라고 말했다.
<위키노믹스>는 미국에서 출간된 지 1년쯤 지난 2007년 4월 국내에 소개됐다. 이 책의 감수자인 연세대 정보대학원의 이준기 교수는 이 책을 두고 “참여모델과 오픈모델로 대표되는 웹 2.0의 철학들이 기업의 R&D 활동, 생산활동, 판매 광고 활동에 어떻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기업, 산업계 전반의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평했다. 대기업을 고객으로 삼는 컨설팅 펌의 경영진이라는 저자들의 이력에서 엿볼 수 있듯, 이 책은 기본적으로 웹 2.0 환경에서의 창업전략이나 온라인기업의 생존법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대신 P&G, BMW, Best Buy 등 글로벌 기업들의 새로운 비즈니스와 혁신의 바탕을 보여주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
책 속으로 들어가며
1999년 캐나다 토론토에 소재한 작은 금광회사 골드코프의 직원들은 금 매장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지역을 찾아냈지만, 정확한 위치와 매장량을 확인하려는 노력들은 계속 수포로 돌아갔다. 그때 롭 멕이웬 사장은 토발즈가 리눅스의 소스를 공개했던 것처럼 탐사 과정을 공개해보자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2000년 3월 총 57만5천 달러의 상금이 걸린 ‘골드코프 챌린지’ 콘테스트가 개최됐다. 6,730만평에 달하는 광산에 대한 정보가 회사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됐고, 전문 지질학자들은 물론 대학원생, 수학자, 군장교 등 다채로운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참가자들은 회사가 보유한 광산지대 중 110곳의 채굴후보지를 찾아냈고, 이곳들 대부분에서 220톤에 달하는 금이 발견됐다. 1억 달러 남짓한 저조한 실적을 올리던 금광회사가 90억 달러의 실적을 내는 업계의 거물로 급부상했다.
저자들은 골드코프의 이야기를 리눅스나 위키피디아에서 성공한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전 산업영역에 작동할 수 있다는 유력한 증거라고 제시한다. 이들이 위키노믹스라고 부르는 협업의 기술과 과학의 정체는 무엇일까. 저자들은 기업이 핵심정보와 자원을 꽁꽁 숨기고 내부적 혁신을 추구하며 이익을 창출해내는 기존의 비즈니스 접근법으로는 새로운 비즈니스 세상에서는 부적절한 생존전략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대신 개방성, 동등계층생산(peering), 공유, 세계적인 행동 등 네 가지 열쇳말에 기반한 위키노믹스의 원리들이 낡은 비즈니스 개념들을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방성은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일까. 오랫동안 IT업계는 오픈 시스템과 오픈 소스 같은 개념에 격렬하게 반대해왔다. 그러나 최근 10년 동안에는 개방표준(open standards)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IT전문가들이 광범위한 개방형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협업하기 시작하면서 아파치의 웹 서버, 리눅스 운영체제, MySQL의 데이터베이스, 파이어폭스의 브라우저 등이 나왔다. 웹의 세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저자들은 2006년이 프로그래밍 할 수 있는 웹이 고정된 웹을 보기 좋게 누른 한 해였다고 강변한다. 플리커는 웹샷을 제쳤고, 위키피디아는 브리태니커를, 블로거는 CNN을, 크랙스리스트는 몬스터를 각각 눌렀다는 것이다. 이유는 뭘까. 패배한 쪽은 탐욕스럽게 자기들의 데이터와 소프트웨어와 인터페이스를 보호했고, 승리한 쪽은 그것을 모든 사람들과 공유했다는 게 저자들의 분석이다.
동등계층생산의 개척자로는 역시 위키피디아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지미 웨일즈는 1998년 처음으로 백과사전 콘텐트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당시 그는 주제별 전문가와 학자들을 끌어모아 1년 동안 12만달러를 투입해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완성된 항목은 달랑 24개뿐이었다. 그때 웨일즈의 직원 중 하나가 워드 커닝험이 발명한 위키(여기서는 웹브라우저를 사용해 간편하게 콘텐트를 만들거나 편집할 수 있는 서버 소프트웨어를 가리킴)를 소개했고, 웨일즈는 사이트를 훨씬 개방적으로 조직하는 방식을 써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늘날 위키피디아는 200여 개의 언어로 작성된 400만개 이상의 항목들을 거느린 현대판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이 됐다.
책에서 IBM은 동등계층생산을 사업에 활용하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1990년대 말 당시 IBM은 낮은 가격대의 하드웨어 벤더들(특히 DELL)과 운영체제 벤더들(MS나 선)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임이 명백해졌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IBM은 회사 내에 리눅스 개발그룹을 만들고,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제품과 프로세스를 수용했다. 당연히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녹아들어가기 위한 노력도 진행했다. 지적재산을 독점 소유함으로써 이윤을 얻는 대신, 품질을 향상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철학을 받아들였다. 덕분에 IBM은 인텔 기반 플랫폼의 윈도우 서버를 대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얻었고, 리눅스는 선의 수익과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며 하드웨어 비즈니스 모델을 위기에 빠뜨렸다.
웹 세상에 새롭게 등장한 대규모 협업활동으로 저자들은 개방형 플랫폼을 꼽는다. 기업이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통해 소프트웨어 서비스와 데이터베이스를 개방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유동적인 사업파트너십 네트워크가 구축된다. 이베이, 구글, 아마존을 중심으로 형성된 개발자 커뮤니티를 살펴보자. 현재 이베이에서 거래되는 제품의 40%는 이베이를 대체 판매 채널로 사용하는 외부 스토어의 재고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업로드된다. 아마존은 독특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14만여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자사의 제품 데이터베이스 및 결제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허용했다. 참여 플랫폼을 가장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역시 구글인데, 구글은 앞서 언급한 하우징맵 같은 매쉬업 서비스를 구글 맵을 웹 곳곳에 퍼뜨려 구글의 가시성을 높여주는 기회로 활용한다.
저자들은 리눅스, 마이스페이스, 위키피디아가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았지만, 진정한 대규모 협업은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고 말한다. 그것은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한 동등계층 커뮤니티에서 서로 사귀고 즐기고 혁신하고 거래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기업은 고객과 함께 제품을 설계·생산하고, 과학자들은 서로의 데이터와 연구방법을 공유함으로써 발견의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얻는다. 정부조차도 다양하게 변형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민을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시키기 위해 새로운 디지털 도구들을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저자들은 협업과 개방성이라는 위키노믹스의 핵심 원리를 금과옥조로 삼은 기업들만이 부의 창출과 성공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나가며
개인적으로 생소한 분야인 까닭에 책의 내용을 정리하느라 애를 먹었다. 줄거리를 쫓아가는 식으로 글을 쓴 까닭에 정작 책을 읽으며 얻게 된 고민을 담지 못한 점도 아쉽다. 매쉬업이든 참여플랫폼이든 결국 시장에서 제대로 성장모델을 찾은 새로운 기업이 과연 있는 것인지, 협업생산 모델이 과연 저작권의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 것인지, 또 협업생산에 참여한 개인들 그러니까 김연아 애니메이션 동영상을 만들어 열심히 올린 블로거 덕분에 광고수익을 올린 웹사이트는 수익을 독차지해도 좋은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 말이다.
네이버와 다음이 과연 구글의 흉내를 낸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책에서 비판해 마지않는 애플보다도 몇 곱절은 폐쇄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한국의 휴대전화 업체들과 이동통신사들은 과연 변할 수 있을까. 책을 덮었지만, 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다만 한 가지만은 단언할 수 있겠다. 웹 2.0으로 대표되는 참여와 공유의 새로운 경제학은 분명 한국에서도 엄연한 현실이 될 것이다. 유령은 원한이 풀리기 전까지는 영원히 사라지는 법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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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내 위시리스트에 추가합니다. 세상의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는, 내가 속한 회사에 일침을 가하는 듯.
웹2.0이라는 유령…
임주환의 글…….
책을 아직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이런 식의 책 소개를 읽고 있자면 모욕감을 느낀다. 우선 “개인적으로 생소한 분야인 까닭에 책의 내용을 정리하느라 애를 먹었다.” 고 하였는데, 개인적으로 생소한 분야라면 번역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경험칙으로 보아 읽어 보지 않아도 번역의 수준을 짐작하고 남는다. 생소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보완을 어떻게 하여 번역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설명하였어야지… 독자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ㅈㅈㅈㅈ
내 염려는 현실이 된다. “책속으로 들어가며” 부분에서 벌써 내용을 잘 몰라서 생기는 엉터리 번역, 한국어를 제대로 사용할 줄몰라서 생기는 엉터리 번역들이 제법 눈에 띈다.
저는 책을 읽는 시간이 적어서, 제가 속해있는 분야의 책을 접할 기회가 참 많지 않은데, 덕분에 좋은 공부가 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책이지만 지금은 시간이 좀 지나서 그런지 수정할 내용들이 좀 있습니다.(책에서는 성공한 사례로 뽑고있지만 현재는 실패한 케이스라던지)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