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망가뜨리는 달콤쌉싸름한 독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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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고, 회사를 운영 경험도 적다. 투자자, 기업 대표, 개발자 등이 멘토로 나서 스타트업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갓 첫 발 뗀 스타트업에 IT업계 선배의 조언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스타트업 업계에선 멘토 시스템이 낯익다. 멘토는 스타트업에 가장 가까이 서서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물질적·정신적으로 지원해주는 존재다. 그런데 멘토가 꼭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되레 멘토라는 지위를 이용해 스타트업을 망가뜨리는 사람도 적잖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을 익명의 제보자 말을 빌려 정리했다.

1. 불공정 계약

스타트업을 투자를 받기로 결정되면 대부분 계약서를 쓴다. 일부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에 불리한 조항을 넣기도 한다. 법률 지식이 적은 스타트업은 이러한 불공정 조항을 발견하지 못하고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연대보증이다. 투자자가 회사에 투자하면서 스타트업 대표이사 개인을 이해관계인이라는 명목으로 연대보증을 세우는 것이다.

구태언 테크앤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연대보증은 미국이나 기타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 특유의 나쁜 관행이자 제도”라며 “스타트업을 실패한 대표가 개인 채무를 갖게 되고 향후 재기하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연대보증은 근본적으로 위험성을 인식하고 미래 가치를 보고 행하는 ‘투자’를 마치 은행 ‘대출’처럼 생각하는 잘못된 관행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반드시 고쳐져야하는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이 계약할 때 볼 수 있는 불공정조항 (자료 : 구태언 변호사)

1) 상환전환우선주 발행시 투자자가 주식 대신 돈으로 상환받을 경우 지나치게 높은 이자율(연복리 20%등)로 상환금액 약정하는 것.
2) 과도한 위약벌 조항 즉 사소한 위반 사항도 위약벌 지급사항으로 만들고 위약에 다른 벌금을 투자원금의 20% 등 고율로 규정함.
3) 지나칠 정도의 보고 및 자료제출요구와 회계감사 의무-창의적 경영을 저해할 우려.
4) 지나칠 정도의 협의 및 동의사항-창의적 경영을 저해할 우려.

이러한 문제에서 벗어나라면 계약서를 쓸 때 변호사, 로펌 등에 법률 자문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처음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투자계획서의 불공정 조항을 확인하면 좋다.

2.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알고 보니 외주 프로젝트

최근 대학생을 상대로 하는 스타트업 양성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일부 프로그램은 멘토와 멘티가 짝을 이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프로젝트 주제는 스타트업 참여자들이 직접 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멘토가 정해주는 경우도 있다. 보통 멘토는 학생들과 고민하고 주제를 정하지만 일부 멘토는 자신이 정한 주제를 일방적으로 알려준다. 어떤 멘토는 이렇게 만든 기술을 외부에 종종 팔기도 한다. 학생들을 시켜 기술을 개발한 셈이다.

외주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멘토가 말하지 않는 이상 스타트업으로선 알 수 없다. 멘토의 통장을 확인하고 자금을 추적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어떤 멘토는 외주 개발을 시킨 사실을 나중에 알리고 외주로 번 돈의 일부를 학생에게 나눠주고 무마시킨다. 멘토는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인맥도 넓은 사람이다. 학생들은 향후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멘토의 행동을 외부에 쉽게 폭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학생이 위의 같은 경우를 방지하려면 사전에 멘토에 대한 평판을 알아보는 게 좋다. 특히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지원 프로그램은 이미 여러 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이전 기수나 학교 선배 등에게 두루 문의하면 해당 멘토가 과거에 어땠는지 확인하고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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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http://www.gratisography.com/

3. 정부 지원금 가로채는 브로커

각 지방자치단체나 정부기관들은 청년 창업을 지원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공무원과 친분을 과시하는 ‘브로커’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브로커는 대개 자신을 특정 회사 대표 혹은 투자자라고 소개한다. 이들은 스타트업에 다가와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합격시켜주겠다고 제안한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합격하면 스타트업은 지원금 중 일부를 브로커에게 전달한다. 브로커는 수수료를 받은 금액의 일부를 다시 관련 업무를 맡은 공무원에게 전달한다. 부패가 악순환되는 구조다.

스타트업이 경쟁하는 아이디어는 큰 범위에선 비슷하다. 정부기관은 이러한 아이디어를 보편적인 기준을 활용해 합격팀을 선별한다. 그 중 어느 팀이 브로커와 손을 잡았는지는 쉽게 알 수 없다. 스타트업 관계자 A는 “스타트업 평가를 외부 기관에 맡겨도 평가단이 채점한 점수가 실제 전산시스템에 기입됐는지 알 수 없다”라며 “평가 점수를 조작해 특정 스타트업을 합격시킬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모든 평가 과정과 점수가 외부에 공개되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까? 쉽지 않아 보인다. 스타트업에 대한 평가는 평가단의 주관이 들어간다. 참여자들은 결과를 보고 스스로 납득하지 못할 수도 있고 이에 대해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현재로선 공무원, 심사위원, 스타트업의 양심에 맡겨 해결할 수밖에 없다.

4. 멘토가 스타트업을 해체?

인큐베이터, 엑셀레이터 등 각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은 많은 멘토를 만날 수 있다. 일회성 강연도 있고, 정기적으로 멘토의 조언을 받는 시간도 있다. 이때 멘토는 업계 유명인사일 확률이 높다. 개발자, 투자자, 회사 대표 등이다. 스타트업은 연륜이 있는 IT업계 선배의 말에 귀 기울 수 밖에 없다.

일부 멘토는 이러한 관계를 이용해 팀을 분열시켜 무너뜨리기도 한다. 대부분 좋은 인재를 자신의 회사에 영입하기 위해서다. 가령 “어차피 너네 스타트업은 망할 것이다”라거나 “내 밑에 들어와서 일단 배워라”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팀원 중 핵심 멤버만 데려가는 식으로 팀을 해체시킨다. 물론 멘토가 정말 진심어린 조언을 주고자 이런 말을 할 순 있다. 정말 팀원들이 불성실하거나, 스타트업이 불가능한 사업 아이템을 못내 쥐고 있는 경우다. 하지만 인큐베이터나 엑셀레이터 같은 곳에서 뽑은 멘토들은 일단 프로젝트를 도와주기 위해서 영입된 사람들이다.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직원을 뽑기 위해 멘토로 나선 게 아니다. 이러한 멘토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함부로 팀을 이간질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러한 제도는 멘토를 뽑는 시스템에서도 기인한다. 대부분 유명 투자자나 이름이 알려진 개발자들이 멘토로 뽑힌다. 관리자들은 멘토를 선정할 때 도덕성 같은 부분은 평가하고 있지 않다.

5. 투자 유치하려 발표하니, 아이디어 뺏어가

스타트업은 유명 개발자나 엔젤 투자자 앞에서 발표를 자주 한다.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자리에선 자세한 아이디어와 회사 정보까지 대부분 공개된다. 일부 투자자는 발표 자리에서 들은 아이디어를 몰래 뺏어가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는 투자자나 멘토들의 양심에 맡겨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 구태언 변호사는 스타트업이 현실적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아래와 같이 소개했다.

먼저 투자자가 아이디어를 몰래 뺏으면 영업비밀보호법상 영업비밀침해, 사용, 누설 등의 형사책임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이때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가 ①비공개된 정보로 ②경제적 유용성이 있고 ③영업비밀로서 제대로 관리돼야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세 번째인 ‘관리’ 요건을 충족시키는 건 꽤 힘들다. 현재 법원에는 직원의 비밀유지서약, 비밀표시와 비밀등급부여, 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 차등 부여, 보안교육실시, 출입통제, 물리적인 접근통제 같은 조건을 이행했을 경우 세 번째에 말한 관리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한다.

구태언 변호사는 “이러한 복잡한 내용을 다 이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대신 스타트업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영업비밀 표준관리시스템’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영업비밀 표준관리시스템’은 특허청 산하 한국특허정보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다. 한국특허정보원은 영업비밀관리실태 진단, 교육, 시스템 구축에 대해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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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 표준관리시스템(사진:한국특허정보원 홈페이지)

비밀유지서약도 아이디어를 지키는 방법 중 하나다. 구태언 변호사는 “비밀유지서약도 제대로 써야 유사시 효력을 발휘한다”라고 강조한다. 제대로 쓴다는 것은 다음 3가지가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비밀유지서약에 꼭 들어가야 할 내용

1) 무엇이 보호할 비밀인지 명확하게 특정해야 한다.
2) 침해는 어떤 것들인지 그 구체적인 유형에 대한 명확한 내용이 담겨야 한다.
3) 침해가 발생했을 경우 침해자는 금전손해배상 등 어떠한 불이익을 당하는지를 명확히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투자자가 비밀유지서약서를 쓰지 않겠다고 거절할 수도 있다. 당장 투자를 요청하는 입장에 서 있는 스타트업이 투자자에게 특정 행동을 요구하긴 쉽지 않다. 구태언 변호사는 이에 대해 “비밀유지서약서를 쓰지 않는 투자자와 거래하지 말라”라고 조언했다.

“비밀유지서약서를 쓰지 않겠다는 곳과는 투자나 협업을 진행하지 말 것을 조언합니다. 계약은 양 당사자가 서로를 인정하고 일정한 사항을 합의한 후 이를 서로 존중하면서 지켜나가는 과정입니다. 기술기업과 거래하면서 상대방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인 비밀유지서약서를 쓰지 않겠다는 사람이라면 향후 함께할 상대가 못 됩니다. 지금은 당장 힘들더라도 미래를 보고 과감히 거절할 것을 권해드립니다.”

비밀유지서약서도 중요하지만,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도 있다. 한국특허정보원에서 제공하는 ‘원본증명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원본증명서비스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제9조 2에 의거, 보유자 및 보유시점 증명을 목적으로 나온 서비스다. 스타트업은 영업비밀을 원본증명기관에 간단한 절차만 거쳐서 미리 등록할 수 있다. 해당 기술은 ‘내 것’이라고 공공기관으로부터 인증받는 과정이다. 사후에 투자자나 대기업이 기술을 몰래 훔쳐가도 별 수 없다는 것을 미리 공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구태언 변호사는 “원본증명서비스로 기술을 미리 등록해 놓으면 대기업이나 투자자에게 기술을 탈취당하는것을 예방할 수 있다”라며 “아예 처음부터 훔쳐갈 나쁜 마음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6. 성희롱

한 투자자가 여성 스타트업 팀원을 성희롱한 사건도 있었다. 이 사건은 결국 합의로 마무리됐다. 만약 성희롱 사건이 공론화되면, 관심이 피해 여성에게 쏠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으니, 해당 투자자는 여전히 업계에 활동하고 있다.

스타트업, 멘토, 투자자 등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상황에선 사건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건에서 스타트업은 십중팔구 약자의 입장이다. 힘과 돈이 있는 권력자가 문제를 일으키면, 스타트업 피해자는 참고 있을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은 언젠가 투자금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고, 선배 개발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타트업보단 투자자, 멘토 같은 사람들이 언론에 많이 노출된다. 스타트업은 피해 사실을 언론에 얘기하고 싶어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을 미리 두려워한다.

스타트업 종사자 B씨는 “위 사건들은 극소수 사람들이 저지르는 행동”이라며 “하지만 누군가 책임 안 지고 그냥 넘어간다면 결국 스타트업 업계 신뢰성이 무너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재로서는 새로 시작하는 스타트업이 위와 같은 일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경각심을 가지는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위 사건들은 제보자와 피해업체 사정을 고려해 익명으로 소개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거나 피해 예방과 관련한 의견이 있는 분은 블로터(jihyun@bloter.net)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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