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이 쿠팡에 1조원 투자한 까닭,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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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적자를 내고 있는 기업에 1조원 투자라니….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쿠팡

먼저 떠오른 것은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만들어 낸 블루오션과 그 시장이 향후 독점 시장으로 재편될 가능성에 대한 손정의 회장의 가치 평가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로컬 비즈니스 상품들의 할인 쿠폰 판매에서 시작해 공산품 유통으로 확장했다. 그래서 현재의 모습을 살펴보면 옥션, 지마켓 같은 오픈마켓과 유사해 보인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자. 우리는 언제 오픈마켓을 방문하고, 또 언제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방문하는가. 아마도 오픈마켓은 물건이 필요할 때만 방문할 것이고, 소셜커머스 사이트는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그냥’ 방문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오픈마켓은 언제 방문해도 새로움을 찾아내기 어려운 정적 사이트인 반면, 소셜커머스 사이트는 매일 매일 새로운 상품들로 달라지는 동적인 사이트이기 때문이며, 오픈 마켓은 상품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반면 소셜커머스 사이트는 상품을 콘텐츠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셜커머스는 ‘오늘은 어떤 새로운 콘텐츠가 올라왔을까’라는 기대감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줌으로써 쇼핑몰을 특별한 목적이 있을 때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재미 삼아 들르는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당연히 그러한 공간이 가지는 시장성은 기존의 온라인 쇼핑 시장보다 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러한 시장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고비용을 요구한다. 소셜커머스 업체는 장터만 열어주는 오픈마켓과 달라 직접 제품을 물색하고, 직접 홍보 콘텐츠를 만들고, 직접 배송하고, 사후서비스(AS)까지 책임을 진다. 당연히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될 수 밖에 없는 만큼 매출이 오픈마켓과 비슷하다 해도 소셜커머스는 적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셜커머스업체들이 적자를 감내하는 이유는 끝까지 버텨 생존하면 적자를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메프, 쿠팡, 티몬…. 이런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적자 구조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경쟁업체 중 한 곳에 인수 합병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살아남은 업체가 인수 합병을 통해 시장 파이를 키우고,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낮춘다면 흑자 전환은 가능한 얘기다.

문제는 누가 끝까지 버티느냐인데, 그런 상황에서 손정의 회장이 쿠팡에 차고 넘칠 정도의 실탄을 지원해 줬다. 물론, 티몬과 위메프도 다른 곳에서 실탄을 받아올 수 있다. 하지만, 손정의 회장처럼 1조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하는 곳이 있을까.

결국 이 싸움은 실탄이 많은 쪽이 이기는 게임으로 끝날 것이고 그 쪽이 쿠팡이라면 손정의 회장은 충분한 ‘리턴’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떠오른 이유는 ‘1조원’이라는 거금과 관련이 있다.

1조원. 투자금액 치고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왜일까.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손정의 회장이 노린 건 O2O 커머스의 독점시장인 듯하다.

아무리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모호해졌다고 하지만, e커머스 업체들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같은 오프라인 유통업체이 기반하고 있는 시장을 잠식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배송 문제 때문이다.

소셜커머스 같은 이커머스 업체의 제품이 대형마트 제품보다 싸다 해도, 소비자들은 가격 못지 않게 필요한 순간 즉시 상품을 소유하고 이용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이커머스 업체들이 당일 배송이라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오프라인 커머스 시장 잠식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쿠팡이 과감하게 물류창고를 만들고, 직접 배송, 그것도 당일 배송을 구현해냄으로써 그 한계를 뛰어넘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소셜커머스 업체들이나 오픈마켓 업체들도 따라할 수 있겠지만, 오프라인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건 엄청난 비용을 필요로 한다. 현재 단계에서는 쿠팡 외에 다른 업체들도 당일 배송을 위한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려 들겠지만, 결과적으로 모두가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가장 오래 버틸 수 있는 실탄을 가진 한두 업체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마치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이통통신 서비스 시장처럼.

손정의 회장의 1조원 투자는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존 오프라인 커머스 사업자들을 포함한 온·오프라인 통합 커머스 시장 제패를 위한 물류 인프라 투자라면 그 정도 돈은 필요하다.

고비용 구조의 경쟁 시장은 결국 오래 버틸 수 있는 실탄을 가진 소수의 기업이 독과점하는 시장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손정의 회장이 본 건 향후 몇 년 후의 온·오프라인 통합 커머스의 독과점시장의 매력이지 않을까.

왜, 하필 쿠팡이냐고? 시장 경쟁에서 속도전도 중요할 터. 가장 먼저 그런 인프라를 갖춰온 쿠팡이 선택된 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아쉬움은 있다. 온·오프라인 통합의 시대, 새로 만들어지는 O2O 커머스 시장의 막대한 부를 외국 자본이 다 가져가 버릴 것 같은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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