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어요] 스타트업 공간, 구글 캠퍼스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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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캠퍼스 서울’을 열었다는 건 이미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죠. 캠퍼스 서울은 구글이 스타트업을 위해 만든 지원 공간을 말합니다. 완전히 똑같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디캠프나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마루180과 비교할 수 있겠네요.

조금 늦었지만 저도 캠퍼스 서울을 찾았습니다. 저는 2013년 11월 영국의 캠퍼스 런던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 분위기와 스타트업 문화에 매료됐던 기억 때문에 캠퍼스 서울 출범은 굉장히 설레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래도 좀 참았습니다. 초반에는 오픈 행사도 많고, 취재차 찾는 미디어들도 많았습니다. 요즘은 스타트업 성장에 온 나라가 신경을 쓰다보니 캠퍼스 서울에 스타트업보다 정치인들이 더 많이 온다는 이야기까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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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서울은 삼성동 오토웨이타워 지하에 있습니다. 삼성역 3번 출구로 나와서 200m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건물입니다. 구글지도, 네이버지도에 다 뜹니다. 그런데 건물 앞에 도착해서 살짝 헷갈립니다. ‘여기가 맞나?’

오토웨이타워에는 어디에도 캠퍼스 서울에 대한 안내판은 없습니다. 건물 전체가 구글의 것도 아니고 일부 공간만 임대해서 쓰기 때문이죠. 그 공간 제약이 캠퍼스 서울에는 적잖은 걸림돌이 되는 듯합니다. 지름길은 건물 오른쪽 내리막길로 가면 됩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갑니다. 지하 2층에는 캠퍼스 서울 외에도 여러 매장들이 함께 운영되고 있습니다. 건물이 어지간히도 크긴 큽니다. 캠퍼스 서울이라는 표시는 처음 찾아오는 사람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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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서울은 크게 두 공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오픈 공간인 ‘캠퍼스 카페’ 그리고 입주사 전용 공간입니다. 카페는 멤버십 가입만 하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습니다. 멤버십 등록은 무료이고, 커피는 3천원 정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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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에선 스타트업과 관련된 사람들이 모여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협업이나 구인구직 활동도 할 수 있습니다. 카페는 평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주말에는 오후 4시까지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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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를 거쳐서 입주 공간도 잠깐 들어가봤습니다. 저는 입주사가 아니기 입구에서 게스트로 등록했습니다. 구글에 미리 양해를 구했고 입주 스타트업들에 인터뷰에 대한 동의도 받았지만, 업무 공간에 들어가는 건 조심스럽습니다. 그런데 입구에 계시는 가드분들이 좀 무섭네요. 등록하고, 촬영하면서 들어가는 과정에 눈치가 조금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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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출입자 카드를 찍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문 안쪽에는 깔끔하고 화려한 공간이 열립니다. 스타트업들이 업무를 보는 책상들이 모여 있고, 주변에는 다양한 공간들이 있습니다. 큰 규모의 회의실부터, 작은 회의실, 집중해서 업무할 수 있는 공간, 전화 통화하면서 일할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따뜻하면서도 잘 짜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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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는 샤워실도 있고, 수유실도 있습니다. 아직 수유를 해야 하는 엄마 스타트업이 없어서 공간에 살짝 들어가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공간을 챙기는 건 역시 구글이 잘 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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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캠퍼스 서울에 입주한 스타트업은 8곳입니다. 입주 공간은 마루180이 도맡아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마루180은 설립된 지 3년 이내, 2인 이상 6인 이하 기업을 조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법인은 해외에 등록해도 관계 없습니다. 법인의 위치보다도 한국인 스타트업이라는 점이 더 중요한 부분으로 꼽힙니다. 실제 캠퍼스 서울에는 미국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해외 스타트업에 제한을 두지 않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스타트업 지원’이라는 대전제가 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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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정 자리를 받는 지정석은 가득 찼습니다. 고정 자리가 없는 비지정석은 조금 남았는데, 새로운 기업을 받는 것보다 현재 입주한 스타트업들이 직원을 추가로 뽑을 때 할당하는 쪽에 중심이 잡히는 듯합니다. 캠퍼스 서울에 입주하고 싶다면 지금 들어와 있는 팀이 잘 돼 나갈 때까지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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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입주하면 6개월 동안 머무를 수 있고, 기간은 한 번 연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입주 비용은 회사별로 받는 건 아니고 직원 1인당 받습니다. 정확한 금액을 밝힐 수는 없지만 강남 지역에서 상상도 하기 어려울 만큼 저렴하다고 합니다.

‘500스타트업’ 같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가 찾아와 지원을 해주기도 합니다. 멘토링도 해주고, 법률이나 회계처럼 스타트업이 챙기기 어려운 분야에 대해 도움을 주는 전문가들도 종종 찾아온다고 합니다. 입주가 쉽지는 않지만 일단 들어오면 스타트업으로서 적지 않은 혜택을 볼 수 있는 건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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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교육이나 세미나가 이뤄지기도 합니다. 세미나 공간은 개방 공간에 있습니다. 여기에서 매일 여러 행사가 열린다는데 제가 찾아간 날은 아무 행사도 없어서 텅 비어 있었습니다. 북적이는 분위기를 보고 싶었는데 조금 아쉽습니다.

전반적으로 캠퍼스 서울은 굉장히 잘 꾸며진 스타트업 업무 공간입니다. 안에서 일하는 기업들은 구글이 인정했다는 자신감으로 사업에 자신감을 얻고, 각종 지원 프로그램들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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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는 조금 아쉬운 뒷맛이 남았습니다. 물론 대가를 바라지 않는 스타트업 지원센터는 마냥 고맙고 반가운 일이고, 아직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시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국에서 만났던 캠퍼스 런던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시스템적으로는 비슷한 것 같지만 분위기는 아직 잡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건물부터 허름한 런던에 비하면 서울은 공간은 훨씬 잘 꾸며졌습니다. 어딘가 메마른 느낌이랄까요.

오히려 잘 갖춰지고 세련된 그 분위기가 스타트업과 묘하게 엇갈리는 느낌입니다. 차고나 창고처럼 만들어달라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분위기 이야기입니다.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보다 입구부터 모든 공간에서 약간의 위압감이 든달까요. 왁자지껄 시끄럽게 모여서 ‘너는 무슨 스타트업을 하고 있니’ ‘개발자가 필요하지 않아’ ‘우리랑 같이 일해보지 않을래?’같은 이야기가 오가던 캠퍼스 런던의 분위기에 푹 빠졌던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캠퍼스 런던이 있던 테크시티 역시 땅값 비싼 런던 한복판이 아니라 약간 외진 것 같지만 젊은이들이 적은 부담으로 모여들어서 기술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동네였습니다. 함께 갔던 일행들과 ‘이런 분위기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디가 좋을까’라는 당시로서는 말도 안 되는 고민도 했는데 아무도 ‘삼성동’을 꼽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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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걸 서울에 옮겨달라는 건 아닙니다. 캠퍼스 서울의 가장 큰 강점이 지원이나 교육, 멘토링, 투자 뿐 아니라 스타트업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꼭 캠퍼스 서울 뿐 아니라 다른 여러 스타트업 공간들도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스타트업은 계산적인 사업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창업을 자유롭게 하는 문화라는 이야기가 캠퍼스 서울을 통해 빨리 현실화되길 기대했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도 구글과 캠퍼스 서울이 그 분위기를 피어오르게 할 불쏘시개가 되리라고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