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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판7’, ‘쉔무3’…게임에도 세대차가 있다

2015.06.17

세계적인 게임쇼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에 이렇게 두근거렸던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게임과 관련된 새로운 기술들도 쏟아졌고, ‘플레이스테이션4’와 ‘X박스원’ 등 차세대 게임기도 이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모피어스, 홀로렌즈 등 VR과 AR이 게임으로 접목되는 부분도 흥미롭다. 신작 게임들도 공개됐다. 한 동안 시리즈의 맥이 끊어졌던 ‘헤일로’도 5편으로 돌아왔다. ‘X박스360’의 판매를 이끌었던 ‘기어즈오브워’ 1편도 리메이크된다. 차세대 게임기를 갖고 있지 않다고 해도 소식만으로 흥분되는 일이다.

무엇보다 E3 2015에서 놓칠 수 없는 게임은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 그리고 스즈키 유가 제작을 발표한 ‘쉔무3’다. 특히 소니는 이 게임들로 플레이스테이션4의 강력한 구매 이유를 만들었다. 반응도 뜨겁다. 씨넷코리아는 ‘무슨 말이 더 필요하냐’는 제목까지 달았다.

그런데 그 반가움 사이로 문득 게임을 둔 ‘양극화’, ‘세대차이’라는 이미지가 스쳐 지나갔다.

스퀘어에닉스의 마지막 곶감 ‘파이널판타지7’

‘파이널판타지7’은 스퀘어에닉스(당시 스퀘어)가 1997년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출시했던 게임이다. 스퀘어는 그간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를 모두 닌텐도의 콘솔 게임기로만 출시했다. 하지만 7편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출시됐다. 이 게임 하나로 플레이스테이션은 시장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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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D에서 3D로 튀어나온 7번째 시리즈의 그래픽과 게임 구성은 ‘파이널판타지’의 새로운 마니아를 만들어냈다. 물론 3D 그래픽에 이질감을 느낀 팬들도 있지만, ‘파이널판타지7’은 가장 사랑받는 시리즈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작품이다. 지금 보면 이런 그래픽으로 어떻게 게임을 하나 싶지만 1996년 데모 버전이 나왔을 때는 잠깐의 진행으로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스퀘어, 그리고 에닉스를 합병한 스퀘어에닉스는 아직까지 상당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게임 제작비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데에 비해 이렇다 할 새로운 히트작을 내놓지도 못한다. 굳건한 프랜차이즈인 ‘파이널판타지’ 역시 11 이후 온라인과 차세대 게임기로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지만 과거의 이름값을 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스퀘어는 늘 이런 위기를 ‘리메이크’로 풀었다. ‘파이널판타지’ 1편만 해도 1987년 닌텐도 패미컴으로 첫 출시된 이후 11가지 기기로 다시 출시됐다. 그리고 과거의 팬들은 2~3년마다 새로 나온 이 시리즈를 다시 구입하곤 한다.

▲지난해 말 공개된 ‘파이널판타지7 리마스터’, 플레이스테이션 시절의 화면을 그대로 뽑아내는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스퀘어에닉스의 주된 리메이크 대상은 1~6편이다. 그나마도 6편은 지난해에야 처음 리메이크가 이뤄졌다. 아끼는 시리즈일수록 리메이크를 늦춘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7편은 남다르다. 이 회사는 오히려 플레이스테이션2로 나온 ‘파이널판타지10’을 먼저 리메이크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파이널판타지7이 리메이크될 때는 스퀘어에닉스가 문 닫기 직전’이라는 이야기가 다 돌 정도였다.

지난해 말 바로 그 7편을 플레이스테이션4로 ‘포팅’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엄청난 기대를 했지만 그 결과는 그야 말로 플레이스테이션4에서 과거의 그 게임을 돌릴 수 있다는 정도였다. 실망과 충격은 엄청났다. 이번 E3에서 진짜 리메이크판이 발표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지만 그저 웃어 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6월16일, 진짜 리메이크의 티저판이 공개됐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 영상을 보고 책상에서 ‘으악!’하고 소리를 질렀다. 불과 1분40초, 그리고 잠깐의 영상과 익숙한 오프닝 음악 일부만으로도 E3 발표장은 난리가 났다.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판 티저 영상

세가 존립 흔든 비운의 대작 ‘쉔무’

또 하나의 소식, ‘쉔무’의 3편이 제작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제작하고 있다는 발표가 아니라 프로듀서인 스즈키 유가 크라우드펀딩으로 제작비를 모은 뒤 게임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킥스타터의 목표액은 200만달러다. 우리돈으로 약 22억원 정도다. 생각보다 작은 비용이다. ‘쉔무’는 사실 세가의 황금기에 스즈키 유 프로듀서가 열심히 매달렸던 프로젝트다. 애초 세가 새턴으로 준비하던 프로젝트는 1999년 드림캐스트의 킬러 콘텐츠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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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쉔무’의 볼륨은 엄청나게 컸다. 발표에 따라 11챕터, 혹은 16챕터 분량의 내용을 시리즈로 나누어서 내기로 했던 프로젝트다. 시리즈 첫 번째 편이 그 중에서 첫 번째 장 분량밖에 안 됐으니, 이 게임은 최소 10개 이상의 대작으로 나올 것으로 보였다. 제작비도 상상을 초월했다. 첫 ‘쉔무’의 제작비는 당시 70억엔 정도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우리돈으로 약 630억원 정도 되는 돈이다.

하지만 판매량은 매우 저조했고, 세가는 내용을 대폭 축소해 두 번째 시리즈까지는 아슬아슬하게 내놓았다. 하지만 ‘쉔무’의 실패,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의 성장 등의 이유로 세가는 드림캐스트를 마지막으로 게임기 시장에서 철수한다. ‘쉔무’는 그 책임의 중심에 있었다. 애증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쉔무3가 돌아온다. 킥스타터는 하루도 안 되어서 목표를 채웠고, 지금도 참여자는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게임이 인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자유도가 꽤 높았고, 마을을 돌아다니는 NPC(Non Player Character)도 저마다의 세계관을 갖고 있을 정도로 세밀했다. 스토리를 진행하지 않아도 마을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게임이었다. 물론 그 끝은 상당히 초라하다.

‘쉔무’의 3편이 나온다는 이야기는 꽤 오래 전부터 나돌았다. 문제는 제작비였다. 600억원 넘게 들여 만든 시리즈의 후속작을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크라우드펀딩은 꽤 괜찮은 전략이었다. 22억원 정도라면 초기 개발 정도만 할 수 있는 비용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팬들은 선뜻 지갑을 열었고, 하루만에 목표액을 훨씬 뛰어넘었다. ‘돈은 낼테니 게임을 만들어 오라’고 ‘쉔무’ 팀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게임에서 느껴지는 세대차

그렇게 두 게임이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오게 됐다. X박스360의 ‘기어즈오브워’를 리메이크한다는 소식도 반갑지만 ‘파이널판타지7’과 ‘쉔무3’와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이 게임들에 대한 반응에서 문득 세대 차이가 느껴졌다. 게임에도 세대에 따른 소비층이 정해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시각으로 페이스북이나 커뮤니티의 반응을 보니 명확하게 갈렸다. 환호 아니면 무관심이다. 플레이스테이션4를 사야겠다는 반응과 그게 재미있냐, 무슨 게임이냐는 반응이 갈린다. 그리고 그 경계선은 역시 나이였다. 단순히 나이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각 세대가 떠올리는 게임의 이미지가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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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기 기반 게임의 주 소비층은 30대 중·후반 이상부터 40대다. 패미콤, 메가드라이브, 플레이스테이션을 당시 10·20대에 거쳤던 게이머들이다. 그들이 ‘갤러그’나 ‘버블버블’같은 아케이드 게임이 큰 스토리를 담고 있던 ‘파이널판타지’로 발전하면서 받았던 감동을 지금 세대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게임 역시 마치 세대를 가르는 음악의 흐름처럼 분명한 유행이 있다.

안타깝게도 당시 주류였던 RPG나 어드벤처 게임들은 지금 외면받는 장르다. 패키지를 구입해야 하고, 적잖은 비용이 드는 게임기도 마련해야 한다. 초기 진입 장벽이 명백한 시장이다. 그것도 게이머들의 나이를 가르는 요소인 듯하다.

대신 지금의 게임은 모바일이 플랫폼이고, 소프트웨어는 무료다. 콘텐츠나 아이템에 대한 구매가 주 수익이 된다. 단번에 큰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작은 제작비로 틀을 만들고 콘텐츠를 추가하면서 수익을 만들어내는 게임들이 요즘 추세다. 오히려 30대 이상의 코어 게이머들은 요즘의 게임 시장에 식상함을 느낀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임’이라는 단어의 이미지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파이널판타지7’나 ‘쉔무3’는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해서 만들어야 하는 게임이다. 제작자로서도 모험을 하는 셈이다. 얼마나 팔릴지 모르겠지만 게임을 만들고, 언제 나올 지 기약하진 않았지만 팬들은 먼저 구입하는 것도 망설이지 않는다. 추억팔이가 될 수도 있고, 이렇다 할 신작을 개발하지 못한 회사가 숨겨둔 보증수표처럼 꺼내 든 지긋지긋한 우려먹기의 반복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게임들은 음악 시장만큼 변해버린 게임 시장에서 ‘덕후’같은 단어로 소외되던 왕년의 게이머들에게 ‘무한도전 토토가’같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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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